*기존 지면에 실렸던 해적당에 대한 정의는 해당 취재원이 의도한 뜻이 아니므로 '해적당은 정품이 아닌 복제품이나 불법다운로드를 옹호하는 독일의 인터넷 정당이다'에서 '해적당은 저작물에 대한 개인 차원의 복제 권리를 옹호하고, 개인간 파일공유의 비범죄화를 추구하는 정당이다'로 정정합니다. 해당 취재 과정에서 취재기자와 기사 작성자 간의 혼선이 있었음을 밝힙니다. 

청년당원들의 밑바닥 정치

 
‘NEWS 모자이크’는 하나의 시사 사안을 모자이크의 한 조각으로 보고 이 사안들의 함의를 모아 새로운 이야기를 끌어내 보는 기획입니다. 연관성 없어 보이는 작은 조각들이 전혀 다른 큰 그림을 만들어내는 모자이크와도 같은 셈이죠. 이번주 NEWS 모자이크는 ‘투표율’을 한 조각으로 해서 ‘청년 당원들의 밑바닥 정치’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이번 4.29 재보궐 선거 투표율은 평균 36%였습니다. 통상적으로 재보궐 선거의 투표율이 낮다고는 하지만 전체 유권자의 36%만이 투표에 참여했다는 것은 높은 수치라고 볼 수 없죠. 이처럼 대한민국의 고질적인 정치 무관심, 정치혐오는 낮은 투표율로서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특히 세대별로 바라볼 때 20대의 정치 무관심이 가장 문제라고 볼 수 있는데요. 18대 대선 당시 50대의 투표율은 89.9%였습니다. 그에 반해 20대의 투표율은 65.2%에 불과했습니다. 청년들의 투표율이 낮아질수록 국회와 정부에서 청년들의 입지는 더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팍팍한 삶 속에서 정치 무관심에 빠진 대다수 청년들과 달리 정당의 밑바닥에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발 벗고 뛰는 이들이 있습니다. 청년당원으로서 당당히 자신의 정치를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봤습니다.
 

 


청년당원 들여다보기

 

 

캠퍼스를 거닐다 보면 이름 무거운 대기업들의 홍보 플래카드에서 ‘젊다면 도전하라’는 말을 종종 볼 수 있다. 아마 대기업은 ‘젊은 패기로 입사에 도전해보라’는 뜻으로 쓴 문구일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도전의 원뜻은 ‘정면으로 맞서 싸움을 거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권하고 있는 것은 도전이 아니다. 실은 ‘맞서 싸우지 말고 일단 너부터 살아’라며 건네는 속삭임일 뿐이다. 대부분은 사회에 맞서 싸우는 대신 개인의 입신양명을 위해 자기와의 게임에 돌입한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레벨업, 가세를 기울이는 장비의 현질이 시작된다. 하지만 ‘나부터 살아남자’고 하는 대신에 진짜 도전을 하는 이들이 있다. 완벽하지 않은 사회, 옳지 않은 현실에 대해 밑바닥에서 소리치는 청년당원들이 그렇다. 하지만 쉽지 않다. 너무 견고해진 양당구도 속에서 군소 진보정당의 청년당원으로서 쉽지 않은 싸움을 하는 이들의 ‘도전’은 게임 밖 ‘현피’다. 
 
정치는 거창하지 않다
“오늘 국난을 타개하고,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저는 고심 끝 입당을 결심했습니다.”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의 셈법은 복잡하나 거창한 입당, 출마의 변은 어쩐지 모두가 천편일률적이다. 복잡한 공식을 유도한 뒤 끝내 얻어지는 하나의 답은 모두가 같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해져 있는 판에서 끊임없이 세력이동하는 기성의 정치판과 밑바닥 당원들의 변은 확실히 달랐다.

정의당 청년학생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현욱 학생(서울대 자유전공학부)은 다름 아닌 스마트폰으로 입당했다. 복잡한 셈법이 동원되는 기성정치인들에 비하면 지나치게 가벼워 보이지만 결코 그 계기 자체는 가볍지 않았다. 그는 시청 앞 합동분향소에 가던 도중 정의당에 입당했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였다. “세월호가 침몰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어요. 새누리, 새정치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성 정치가 주요한 사회의제에 대해 보여준 실망감과 갑자기 터진 세월호 사건의 충격은 그를 충동적으로 입당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김우빈 학생(고려대 언어학과)의 입당 동기도 평범하지만은 않다. 오히려 엉뚱하기까지 하다. 그는 5년 전부터 ‘해적당’에 관심이 많았다. 해적당은 저작물에 대한 개인 차원의 복제 권리를 옹호하고, 개인간 파일공유의 비범죄화를 추구하는 정당이다. 그가 해적당에 관심이 깊었던 것은 ‘모든 사람에게 차별을 두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었다.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으로 해적당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다 모든 사람을 존중할 수 있는 참다운 민주주의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다. 그러던 중 녹색당이 창당발기인 대회를 했다. “4년 전에 녹색당이 창당발기인 대회를 하더라고요. 풀뿌리민주주의를 구현하려고 하는 녹색당이 해적당에 흥미를 느꼈던 저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2012년 창당과 함께 녹색당 당원으로 가입을 했다.

이장원 학생(성공회대 사회과학부)은 고등학교 때 당시 진보신당(현 노동당)에 가입했다. 그가 밝힌 입당의 변은 ‘더 이상 맞고 살 수 없어서’이다. 그가 재학 중인 학교는 체벌이 심했다. 학교 체벌이 싫어서, 맞기 싫어서 입당을 결심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개기자니 힘이 없잖아요. 체벌에 반대하는 정당이 표를 많이 얻어서 체벌을 제지하는 법을 만들면 지금의 학교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당시 진보신당 홈페이지 소개란에는 ‘청소년을 위한 정당, 체벌에 반대하고 경쟁교육을 반대 한다’는 문구가 있었다. 체벌에 강한 반감을 느끼고 있던 그는 진보신당에 입당했다.
 
정치는 꿈을 꾸지 않는다. 꿈을 만든다 
지극히 사적인 이유에서부터, 기성 정치에 대한 실망감까지 가지각색의 이유로 정당에 입당한 만큼 이들에게는 정당 활동을 통해 해결하고 싶은 다양한 사회문제들이 있었다.
 
 
새정치민주연합(새정연) 서울특별시당 청년학생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는 최명수 학생(정치국제학과 2)은 무엇보다 교육문제에 관심이 깊었다. 청년실업과 세대 갈등 등 사회에 산재해 있는 다양한 문제들이 교육을 통해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무엇보다 대학을 대학답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지금의 대학이 취업학원이 아니라 이전처럼 사회적 의제를 만들고 사회변혁을 주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새정연 청년학생위원회 정책팀에서 진행한 ‘학칙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했다. 전국 174개 대학의 학칙을 전수조사해서 비민주적이거나 헌법에 위배되는 사항 특히 언론, 정치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사항에 대해서 개정안에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최명수 학생이 참여한 학칙 프로젝트는 2013년 11월 새정연 배재정 의원이 고등교육법 개정안으로 발의했고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노동당원인 김예찬 학생(서울시립대 대학원 도시사회학과 석사 3차)은 2011년 당시 진보신당 청년당원들과 함께 병사, 공익요원, 전/의경 등 의무복무자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군인들에 대한 복지체제가 열악한 데다 국가의 관리·감독 하에 노동하는 만큼 법적으로 노동자가 받는 최저임금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국방 예산을 고려할 때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사회적으로 논의를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했다. “헌법소원을 내니까 기사에도 많이 언급되고 사회적으로 얘기도 많이 되면서 다른 정당들도 총선 공약으로 군인월급 인상 및 복지개선 등을 내놓더라고요. 그래서 기억에 참 많이 남아요.” 

물론 모든 청년당원이 실효성 있는 정책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 견고한 정당구조 아래서 청년당원들의 힘이나 위치는 미약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청년들의 정치 무관심이 심해져 무엇보다 청년들이 정당정치에 많이 참여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그 의제가 무엇이 됐든 목소리를 키우는 것이 중요해진 것이다. 정의당 청년학생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수형씨는 당원 조직 형성에 힘쓰고 있었다. 청년들이 정치에서 목소리를 내기 힘든 이유가 그들이 파편화되어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여러 수도권 소재의 대학과 전북, 광주 등의 지역 대학에 대학생위원회를 조직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중앙당 안에서 청년들의 목소리가 잘 반영될 수 있도록 ‘청년발전 기본계획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청년발전 기본계획안에는 당 내외의 청년들을 조직하고 그들을 어떻게 좋은 정치인으로 성장시킬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정치는 적을 없애고, 적을 만든다
하지만 이들에게 ‘도전’은 개인적인 차원의 도전이 아닌 만큼 이들이 짊어져야 할 사회의 시선은 대기업 플래카드의 ‘도전’처럼 가볍게 나풀거리지 않는다. 정치라는 두 글자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이장원 학생은 외부에서 당원 활동에 대해 많이들 궁금해한다고 했다. 소속 당의 이름이 노동당인 만큼 주변 시선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한번은 할머니가 당에서 온 공문을 보시고는 ‘오, 세상에 우리 손자가 남로당이라니!’라고 하신적도 있어요. 아무래도 당원활동을 한다고 하면 나이 드신 분들의 시선이 좋지만은 않죠” 정당 해산 이후에는 이러한 시선이 더욱더 많아졌다. 이전에는 호기심에 묻기만 했다면 이제는 진심으로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내는 것이다. “너는 그런 걸 왜 하고 있니?”라는 말부터 노동당이 진보좌파 정당인 만큼 “쟤 빨갱이인가 봐”라는 수군거림이 늘었다. 

“정당의 대학생위원회는 열렬히 활동할만한 메리트가 전혀 없어요.” 최명수 학생은 청년당원으로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열악하다고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재창출이 안 된다는 것이다. 정책에 관한 노하우가 전임자에서 후임자로 전수되어야 하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인원이 많지 않아 자꾸 중간에 끊기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대학생위원회가 상설위원회가 된 지 3년이 넘었지만 항상 새로운 사람이 새로운 것을 개척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부분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강현욱 학생은 당원활동에 있어 ‘반정치 정서’가 가장 힘들다고 했다. 정치를 혐오하는 정서가 사회에 뿌리 깊게 내려있다는 것이다. 정치는 뭔가 더러운 것, 굉장히 불순한 것처럼 바라보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최근에 연세대의 학생당원이 청소노동자들과 연대하자는 의미에서 현수막을 걸었어요. 그 현수막이 SNS에 올라왔는데 정당의 현수막이 학교에 걸려도 되느냐는 의견부터 당장 현수막을 찢어야 하는 의견까지 올라 왔더라고요.” 생각보다 정치를 혐오하는 정서는 뿌리 깊었다. 청소노동자들과 연대하자는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정당이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싫다는 것이다. 

그는 “청년 문제를 함께 토론하고 있는 시민사회에서조차 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국회의원 자리나 보좌관 자리를 노리고 온 야망 있고 불순한 애들이라는 편견을 가지곤 한다”고 했다. 정당 활동이 순수한 의도가 아니라 이익을 취하려고 한다고 편견을 갖는 것이다. 가끔 SNS를 통해 익명으로 ‘나중에 정치할 거에요? 무슨 자리 하나 노리고 있죠?’란 질문을 받는다고도 했다. 그럴 때마다 강현욱 학생은 ‘정치?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고 답한다. 여의도에서 반듯하게 차려입고 예산을 심의하는 것만이 정치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정치에 대한 혐오, 정치에 대한 편견은 정치 배제가 아니라 정치 강화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어렵고 힘들어도 정치와 결별할 수 없는 이유
누가 부르지도 않았다. 누가 하라고 한 것도 아니다. 스스로 씩씩거리며 나와 달려들었다. 멍이 들기도, 영광의 상처가 남기도 했다. 허공에 지른 주먹질은 차가웠고, 먹히지 않는 주먹질은 절망스러웠다. 그럼에도 이들이 도망칠 수 없는 것은 쓰러트려야 할 상대, 적폐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먹고 살기 힘든 것 또한 이기기 쉽지 않은 적이다. 그런데 이겨야 한다. 윤수형씨는 좋은 사회를 위해선 근본적으로 청년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년들이 먹고 살기 어렵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이 결국 대한민국의 고질적인 문제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치는 급변하는 사회를 뒷받침하기엔 낡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윤수형씨는 20대, 30대 청년들이 많은 국회를 꿈꾼다. 그는 청년들의 국회 진출을 통해 북유럽 같은 선진적 복지 체제를 갖춘 국가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강현욱 학생 역시 청년 문제 해결을 우선으로 꼽는다. 하지만 문제를 마주하는 방식은 조금 다르다. 그는 더 가까운 것부터 생각하려고 한다. 큰 그림이 중요하지만 무언가 우리와 멀리 떨어져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내가 처한 현실 아니면 내 친구들이 처한 현실부터 조금씩 바꿔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냥 내가 더 나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 아니면 내가 취업을 하게 됐을 때 청년실업 혹은 비정규직 문제가 완화되는 것들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더 큰 틀에서 한국정치를 이렇게 바꾸고 싶다’보다는 ‘나에게 가까운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현재 그의 꿈이다.

청년이나 소수자 문제 같은 불평등의 문제부터 좋은 환경을 위한 생태 문제까지 이가현 학생(서강대 정치외교학과)은 쓰러트리고 싶은 적이 많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이기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더 도망갈 수 없었다. 그래서 이가현 학생은 주변 사람들에게 이 사회가 얼마나 고통스러운 지 알린다. 함께 하자고 메시지를 보낸다. 그가 몸담고 있는 노동당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알리는 것이다. 그가 깨있는 한국 사회는 불평등하다. 돈이 많은 사람들이 권력을 활용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이데올로기를 생산하는데 낮은 계급에 있는 사람들은 선거철이 와도 공고물 한번 들여다 볼 시간도 없다. 투표할 시간도 없다. 세상은 바뀌지 않고 불평등은 너무나 잔인한 사회문제를 낳는다. 그래서 그는 평등한 한국 사회를 꿈꾼다. 그리고 당당히 말한다. “노동당이 수권정당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권력을 잡아야 바꿀 수 있으니까요.” 참 당돌하고 멋진 권력욕이다.
 

 

편견과 무관심을 이겨내고 입당한 청년당원
기성 정치와는 다른 방식으로 올바른 세상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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