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8. 일탈을 꿈꾸며
  • 박준이 기자
  • 승인 2015.05.03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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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기분이 듭니다. 가끔씩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삶의 의욕을 잃은 채 방황할 때가 있죠. 이럴 땐 잠시 가까운 곳이라도 떠나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휴식은 다시 새롭게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니까요.}  
 
 
흔히 대학생들을 보면서 ‘세상에서 가장 편할 때다’라고 말하곤 하죠. 하지만 막상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는 우리에게 대학 4년이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매일같이 책상 앞에만 앉아있었던 때도 있었는데, 한 학기가 4개월밖에 되지 않는 대학생활은 뭐가 이리도 지칠까요.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학생들을 만나 저마다의 ‘힐링’방법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바다를 품고 살아가는 남자
 
영화 속의 모든 이야기는 주인공이 어디론가 떠나고서야 시작됩니다. 영화 <투스카니의 태양>에서 주인공 프란시스가 불현듯 이탈리아로 떠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그곳의 마을 사람들을 만날 수도, 새로운 사랑을 찾을 수도 없었을 테죠. 이처럼 우리는 모두 일상으로부터의 일탈과 낯선 곳에서의 새로운 경험들을 꿈꾸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대부분 이런저런 현실적인 고민들로 인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상태 메시지에 ‘떠나고 싶다’고 한 줄 적어놓고 방학, 휴가 기간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릴 뿐이죠.

J군 어, 지금 딱 진짜 떠나고 싶었어요!

-왜요?
J군 이제 시험도 끝났잖아요. 다 던져버리고 놀고 싶더라고요.

-어디로 떠나고 싶어요?
J군 바다요. (휴대폰을 보여주며) 지금 제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도 ‘바다 가고 싶다’에요. 탁 트인 수평선을 바라보거나 광활한 곳을 배회하고 싶어요.

-학기 중에 여행가기 쉽지 않잖아요.
J군
사실 요즘 참 답답해요. 뭘 할지 고민 중이긴 한데…. 아, 평소엔 지금처럼 이렇게 앉아서 바람 쐬고 있는 걸 좋아해요. 밤에 집 밖에 나와서 캔맥주 한 잔 하면, 캬~!

-혼자서 스트레스를 푸는 편인가요?
J군
아니요, 전 혼자 있기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놀아야 스트레스가 풀려요. 그래서 심심할 때 집에 있는 친구들을 막 불러내곤 해요.

-요즘 J군을 지치게 하는 게 있나요?
J군
2학년 되니까 공부할 게 많더라고요. 전공 특성상 항상 과제가 많기도 하구요. 시험 끝나니까 과제가 물밀 듯이 밀려오네요.

-특히 정신적으로 힘든 일은 없었나요?
L군
하하하.(웃음) CC?
J군 야, 조용히 해. 그것도 그거지만…. 반수한 게 가장 힘들었었죠.

-다른 학교에 가려고 준비했던 건가요?
J군
네, 하지만 잘 안 돼서 올해 다시 학교에 복학했어요.

-CC를 했던 건가요?
J군
깨졌죠, 뭐. 작년에 깨졌는데 휴학을 하고나서 학교에 다시 돌아왔는데도 같은 학과라 그런지 자꾸 보이고 마주치게 되더라고요. 아직도 너무 불편해요. 학교 밖에서 만나야지, 학교 안에서 사귀는 건 진짜 아닌 것 같아요.

-휴학을 했다고 했는데 혹시 군대도 다녀왔나요?
J군
아니요, 이제 가야죠. 어쩌다 보니 또래들보다 많이 늦어졌어요. 오늘 군복 입은 사람들 많이 돌아다니던데, 다 부러워 죽겠어요. 얘도 똑같아요.
L군 네, 저도 얼른 다녀와야죠. 큰일 났어요.(한숨)

-두 분 요즘은 뭐 하고 지내세요?
J군
학교 수업 듣고 동기들이랑 얘기하고…. 날씨도 좋아서 이렇게 수업 끝나고 맥주 마시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게 저희의 일상이죠.
L군 저도 똑같아요. 얘랑 이러고 있는 거 보면 아시겠죠?

-두 분 평소에도 이렇게 같이 있나요?
J군
네, 동기라서 수업이 많이 겹치거든요. 그래서 학교 끝나고 모이는 애들이 정해져 있어요.

-보통 어떤 이야기하세요?
J군
공부 얘기, 연애 얘기, 일상 얘기….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죠. 오늘은 사실 친구 한탄하는 거 들어주고 있었어요. 이 친구가 약대 가려고 시험을 준비하고 있거든요. 많이 힘들고 지쳤다고 하길래 저도 겪어본 일이기도 하니까 위로해주려고 나왔어요.

-L군은 요즘 어떤 점이 가장 힘든가요?
L군
시험도 끝났고 날씨도 좋은데 또다시 처박혀서 공부해야 한다는 게 슬프죠. 물론 제가 선택한 길이지만…. 게다가 지금 감기도 독하게 걸렸거든요. 아픈데 공부해야 해서 더 서러워요.

-기억에 남는 여행의 추억이 있나요?
J군
지난겨울에 유럽에 다녀왔어요. 이탈리아에 갔었는데 날씨가 정말 좋았던 기억이 나네요. 그중에서도 ‘물의 도시’라고 불리는 베네치아가 가장 인상 깊었어요. 아직도 배를 타고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그곳의 사람들과 이야기했던 장면이 생생하게 떠올라요. 요즘 너무 지겹고 떠나고 싶은데 그때의 기억을 생각하면서 참고 있어요.

-여행 좋아하세요?
J군
좋아하죠. 학기 중엔 멀리 나갈 순 없으니까 당장 가까운 바다라도 가고 싶어요. 조만간 어디든 다녀오려고요.
 
 
 
 

나는 별일 없이 산다
 
어스름한 저녁, 선선한 바깥공기 그리고 벤치 위에서의 캔맥주 한 잔. 이는 단언컨대 가장 최고의 조합인 것 같습니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캔맥주 한 잔에 힘들었던 마음은 언제 그랬냐는 듯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버리죠. ‘내가 이 맛에 산다’라고 외치며 지난 하루를 미화시키다 보면 어느새 내가 점차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는 것을 뼛속 깊이 실감하곤 합니다. 늦은 시간, 잔디광장 앞에서 만난 S양과 D양도 바로 이 ‘맥주 한 캔’의 마법에 크게 공감하더군요.

-두 분 요즘 뭐 하고 사세요?
D양
올해 복학해서 학교 다니고 있어요.
S양 그냥 학교 끝나고 약속 없는 날에는 기숙사에 가서 자거나 아르바이트 하러 가고…. 하루하루 똑같이 살고 있네요.

-학교 다니는 거 어떠세요?
D양
1학년만 마치고 휴학을 오랫동안 하다가 복학한 거라서 아직 지겹진 않아요. 사실 운세 내용과는 잘 맞지 않을 수도 있는데…. 오랜만에 학교 다니니까 오히려 즐겁거든요.
S양 전 2년째 쭉 다니고 있는 거라 사실 지금 좀 지겨워졌어요.

-휴학한 이유는 뭐였나요?
D양
공부했어요. 준비하고 있는 시험이 있는데 이게 얼마나 길어질지 몰라서…. 어차피 졸업하고 하느니 돈을 벌지 않아도 되고 시간적 여유가 많을 때 미리미리 해 두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공부하기 안 힘드세요?
D양
하다 보면 괜찮아요.

-오늘 두 분 뭐하셨어요?
D양
둘이 밥 먹었죠. 이 친구랑은 사실 오늘 처음 밥 먹었어요. 친구랑 걸어가고 있는데 제 친구한테 인사를 하더라고요. 근데 정말 귀엽게 생겨서 제가 먼저 번호를 땄죠.
S양 저 번호 따였어요.(웃음)
D양 학번이 점점 높아지니까 후배들 볼 기회도 별로 없고 해서 기회가 생기면 무조건 친해지려고 하는 편이에요.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밥 먹자고 하지 않거든요.

-오늘 무슨 이야기 하셨어요?
D양
‘S양이 왜 아직도 연애를 못 하고 있는가’가 주제였죠.

-인기 많을 것 같은데?
D양
그렇죠? 정말 귀엽게 생겼고 말도 조곤조곤하게 하고 여성스러워서 남자들이 좋아할 스타일이에요.
S양 그러면 뭐해요. 안 생기는데.

-오늘 어떤 해결책을 내려주셨나요?
S양
언니가 소개팅해주기로 했어요!
D양 동아리 동긴데, 걔가 옷을 잘 입거든요. S양은 패셔너블하고 깔끔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요. 마침 그 친구는 귀여운 스타일을 좋아한다고 해서 둘이 잘 맞을 것 같다고 생각했죠.

-혹시 운세의 내용처럼, 어디론가 떠나고 싶진 않으세요?
S양
전 진짜 떠나고 싶어요. 벌써 계획도 짰어요. 고등학교 친구들 모임이 있어서 8명이서 다같이 방학마다 여행을 가거든요.

-가장 최근엔 어디 다녀왔어요?
S양
작년에는 강원도 삼척에 놀러갔다 왔고요. 이번 여름방학 때는 제주도 가려고 계획 중이에요.
D양 진짜 좋겠다. 친구 많아서.

-방학 때말고 평소엔 어떤 식으로 ‘힐링’ 하세요?
S양
전 주로 혼자 한강에 가서 맥주를 마셔요. 기숙사에 살다 보니까 혼자 있을 시간도 많고 무료하더라고요. 종종 맥주 마시는 낙으로 살아요.
D양 와, 멋지다. 저도 요즘엔 술을 마시지 않으면 조금 아쉬운 게 있는 것 같아요. 1학년 땐 술을 마시라고 해도 빼곤 했는데 요즘은 오히려 먼저 ‘술먹자’는 말을 하곤 해요.

-하루를 마감하는데 술이 빠질 수 없죠.
S양
날씨도 좋은데 술 한 잔 하자, 날씨도 꿀꿀한데 술이나 먹자, 이런 식이죠.(웃음) 요즘 진짜 자주 마시는 것 같아요.

-D양은 어떻게 힐링 하세요?
D양
전 가장 친한 친구와 노래방에 가서 스트레스를 풀어요. ‘Tears’처럼 지르는 스타일의 노래들이 있잖아요. 소리를 꽥꽥 지르고 오면 스트레스가 모두 사라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 왜 여기 앉아 계셨던 거예요?
D양
저희가 여기 왜 앉아 있냐면, 오늘 예비군 훈련이 있었잖아요. 그래서 군복 입은 사람들 구경하려고 앉아있어요.

-왜요?
S양, D양
멋있잖아요!
D양 군복을 입으면 남자답고 더 잘생겨 보여요.

-가끔 제복 좋아하시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D양
우리가 변탠가?(웃음) 특히 얼룩무늬보다는 디지털무늬가 멋있더라고요.

-언제까지 여기 있을 생각이에요?
D양
좀 더 얘기하다가…슬슬 집으로 들어가야죠. 날씨도 좋아서 들어가기가 싫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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