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맨유 전(前) 감독 알렉스 퍼거슨의 말은 명언이 됐다. 그런데도 주변엔 ‘수구리족’들로 넘쳐나고 소통 능력은 더욱더 중요해졌다. 우리 사회의 여전한 화두는 ‘소통’이다. 천 냥 빚을 갚기도 하고 비뚤어진 입으로도 바른말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능력도 필요하다. 정보와 의견의 범람 속에서 부목(浮木)이 되어줄 소통의 기준에 대해 고민해보자.[편집자주]
 
 몇몇 파워 트위터리안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우리’는 종종 소통이라는 이름에 호통을 치곤 한다. 의사소통이 아닌 막말 전쟁이 되고 마는 것은 바로 ‘우리’ 의견과 다른 ‘우리’를 참을 수 없기 때문이랴.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소통하고 싶어 애쓰는 ‘개인’도 많다. SNS를 통해 일거수일투족을 알리고 싶어 하고 다른 사람과 끊임없이 비교해보고 싶어 하는 개인들 말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우리 사회는 불통이란다. 그렇다면 SNS에서 우리는 어떤 깊이 있고 생산적인 토론을 하며 소통하고 있는지 고민해볼 시간이다. 장석준 교수(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와 만나 이야기해봤다.

-SNS에서의 소통과 현실에서의 소통 사이에 가장 뚜렷한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익명성과 즉시성이죠. 온라인상에서 토론문화와 공론장의 역할을 극대화할 수 있었던 전제조건이 익명성입니다. 익명성에 기반을 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오프라인보다 수평적이죠. 즉시성은 시간적인 개념이에요. 특정 사건이 발생하였을 때 SNS로 전할 경우 바로 확인할 수 있죠. 물론 부정적인 면도 있어요. 이메일보다 카카오톡은 바로 대답을 해줘야 하니 심리적 압박이 작용할 수 있거든요.”

-익명성은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하는군요.
“익명성은 ‘침묵의 나선 이론’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어요. 사람들은 새로운 아젠다에 대해 각자 판단을 하죠. 하지만 자신이 판단한 생각이 다수의 의견과 일치하면 더욱 자신 있게 말하고, 그렇지 않으면 침묵하게 돼요. 결국 의견은 나선형의 형태를 띠면서 특정 의견으로 수렴한다는 것이 침묵의 나선 이론이에요. 익명성이 보장될 때는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어 이런 현상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죠.”
▲ 침묵의 나선 이론을 설명하고 있는 장석준 교수              사진 박민지 기자

-대중매체를 대상으로 하는 매스커뮤니케이션 이론도 SNS의 발달에 따라 변화하고 있나요.
“‘아젠다 세팅’ 기능의 변화를 이끌고 있죠. 아젠다 세팅은 매스미디어가 의식적·무의식적으로 공공의 이슈를 설정하는 방식입니다. 최근 인터넷과 SNS의 등장은 기존 미디어의 의제 설정 기능을 약화하고 있어요. ‘역의제 설정’과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거죠.”

-역의제 설정이란 무엇인가요.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제기한 이슈를 역으로 대중매체가 받아서 전파한다는 이론이에요. 대중의 호응을 얻을 수만 있다면 어떤 개인이나 단체라도 대중매체와 같은 위치에서 의제 설정 권한을 놓고 경쟁을 벌일 수 있는 거죠. 때로는 여론 형성에서 대중매체의 영향력을 제치고 주도권을 행사할 수도 있어요.”
 
-구체적인 사례가 있다면.
“세월호 사건 당시 많은 인명을 구출한 화물기사가 생활고와 트라우마로 인해 자살을 시도한 일이 SNS에 알려진 적이 있었습니다. 이를 지켜본 한 대학생이 이 화물기사를 돕고자 SNS 공간에서 소셜 펀딩을 시작한 것을 미디어에서 주목한 경우죠. 예는 정말 많아요. 목격자를 찾지 못한 뺑소니 사건을 사람들이 SNS를 통해 알려 찾게 된 사례도 있고요.”

-SNS를 통해 국가의 정책, 사회의 이슈에 대한 토론도 이루어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예측도 가능할 것 같아요.
“보편성의 의미가 있는 ‘공(公)’의 개념을 공간으로 개념화한 것이 공론장이죠. 이에 대해 깊이 있게 연구한 학자가 하버마스입니다. 하버마스의 공론장 개념이 이상적인 관점이고, 사회적 소외계층이나 약자층까지 공론장으로 끌어들이지는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어요. 하지만 SNS의 공론장은 기존 미디어와 엘리트 문화에 소외되었던 일반 시민들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내고, 사회적 이슈를 토론하죠. 네티즌들의 의제설정 활동이 정치적 공론장 형성에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SNS를 통한 정치참여가 정말 잘 정돈된 숙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는 건가요.
“가정상비약의 편의점 판매를 담은 ‘약사법 개정안’에 대해 이를 지지하는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이를 저지하려는 대한약사회, 그 외 시민단체 등의 극심한 대립이 있었어요. 당시 보건복지부라는 정책 기관에서 페이스북에 토론의 장을 마련했고 의견교환을 통해 소통이 이루어졌죠. 이런 부분에서는 숙의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갖고 있는 거죠.”

-SNS에서의 소통이 정말 다양한 의견을 담보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실제로 SNS를 통해서 맺는 관계망의 범위가 생각보다 폭넓지 않다는 통계자료도 있어요. SNS상에서 사람들 간의 관계를 추적해 보니 사회·지리적 거리를 초월하여 관계망이 확장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오프라인 세계에서처럼 주로 폐쇄적 범위 안에서 관계가 맺어진다는 결과가 나왔죠. 한국의 경우 SNS상의 친구 수가 최하위권이에요. 이는 한국인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SNS에서 제한된 범위에서만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거죠.”

-그 이유는 뭐라고 보시나요.
“유교 문화에 뿌리를 둔 폐쇄적인 관계 지향적 문화와 체면 중시 문화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SNS에서마저 정보유통 및 의견교환 역시 폐쇄성을 띠는 거죠. 다양성을 특징으로 하는 인터넷 기반 서비스와 달리 SNS에서는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수용하려는 경향, 즉 정보를 편식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거예요. SNS에서 형성되는 공론장은  끼리끼리 비슷한 경험과 정보만 공유하면서 재확인하는 파편화된 공동체의 집합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입니다.”

-세월호와 같은 큰 이슈가 발생한 후에도 SNS상에서 특정한 의견이 일단 한번 우세를 잡게 되면, 그 이외의 의견은 사장되어버리고 마는 현상이 발견되는 것 같아요.
“여론의 왜곡 가능성은 늘 존재하죠. 말콤 글래드웰은 『티핑 포인트』에서 ‘소수의 법칙’을 이야기했어요. 여론 형성에는 남들이 모르는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전문가, 효과적인 전략으로 새로운 문제를 부각하는 세일즈맨, 방대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이를 확산시키는 커넥터가 있다는 거죠. 어떤 형태로든 참여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거예요. SNS처럼 기술적으로는 모든 이에게 참여기회가 제공되는 열린 공간에서도 소수가 주도하고 다수는 이에 휘둘리는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권력구조가 작동할 수 있다는 거죠.”

-SNS에서조차 의견의 다양성은 보장되지 않고 있는 건가요.
“선택적 노출(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경향)과 선택적 주목(노출되더라도 본인의 관심만 집중하는 경향)으로 오히려 ‘기존 신념의 강화 효과’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이는 더 나아가 ‘인지적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마음이죠. 이로써 ‘집단사고’의 함정에 빠지게 되는 겁니다. 만나는 사람만 만나게 되죠. 예를 들면 페이스북은 상대적으로 폐쇄적이고 트위터는 개방적이라고 볼 수 있어요.”

-SNS를 사용하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무엇이 있을까요.
“송신자에 대한 이해력을 높이는 노력이죠. 달리 말하면 『삼국유사』의 일연, 『삼국사기』의 김부식이라고 했을 때, 어떤 사람이 삼국시대에 관해 썼는지가 책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예요. 역사를 이해하기 전에 사가(史家)를 이해해야 하듯이 어떤 곳에서 쓰였으며, 어떤 사람이 썼는지를 자세히 보고 스스로 비판 이성을 갖고 고민하고 판단해야죠.”

-사회적으로는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어떤 대안이 있을 수 있을까요.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접근법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하죠. 또한 사고의 유연성, 정보의 습득 방법에 대한 교육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봐요. SNS의 부정적 사례들을 보면 일정 부분 사회 구성원의 성숙도가 아직은 부족하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무수한 미디어가 등장하고 이와 관련된 문제가 가시화되고 있잖아요. 참여와 소통이라는 기능적인 하드웨어는 갖춰져 있지만, 그것에 참여하는 이의 성숙도라는 소프트웨어는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거죠. 이제는 미디어 자체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요구받고 있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고 봐요.”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