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5살, 못 말리는 신짱구 노하라 신노스케는 ‘딴 생각’을 한다는 점에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사랑받는 국민적 만화 캐릭터이다. 공공장소에서 바지통을 벗고 엉덩이를 내밀며 ‘부리부리’춤을 추고, 자랑스레 팬티를 벗고 ‘코끼리 아저씨’라며 호쾌한 스트립쇼를 벌인다. 사회의 규범과 동떨어진 행동들로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는 그는 확실히 딴 생각에 있어 천재적 소질을 보인다. 

  그런데 이상하게 노하라 신노스케는 좋지만 짱구는 싫다. 일본의 사정은 어떠한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대한민국 사회에서, 딴 생각, 신짱구가 사랑 받는다는 것은 영 어색하고 불편한 일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딴 생각은 모순덩어리다. 한국 사회는 딴 생각을 권하면서도 결코 딴 생각 할 시간은 주지 않는다. 기행을 숨 쉬듯 하는 신노스케에게 딴 생각은 삼시세끼 쌀밥과도 같은 주식이다. 그런데 우리들의 것은 그렇지 않다. 주식으론 먹을 수 없지만 짬짬이 먹으면 기분 좋고 적당히 배도 부른 군것질 같은 것이 ‘한국식 딴 생각’이다.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스펙업’ 앞에서 군것질을 주식으로 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기행이다. 그러니까 우리들은 남들도 다 하는 ‘표준형 인간’을 주식으로 하고 딴 생각은 뒷방에 쭈그려 앉아 몰래 하면 된다. 입가에 설탕 가루 조금 묻혀 티만 내면 되는 것이다. 창의적 인재는 알아서 짬짬이 돼야 한다.
      
  그런 면에서 확실히 동아리는 대학에서도 가장 딴 생각하기 좋은 곳이다. 어리숙한 시를 쓰고 뜻도 모르는 민중가요를 부르며 박자도 못 타면서 상모를 돌릴 수 있으니까. 20살만 되면 어떤 것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그 마음을 가장 잘 보듬어주는 곳이 동아리방이니까. 
 
  그런데 요즘 동아리 활동은 ‘사양산업’이다. 딴 생각할 여력이 없다. 모두가 바쁘다. 사회가 끊임없이 개인을 분발하게 하는 만큼 모두가 ‘같은 뜻을 가지고 모여서 한패를 이루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더 이상 동아리는 딴 생각의 찌라시를 만들어내는 지하조직이 아니라 그저 남들 다하는 자기계발의 따가운 양지다. 뒷방에 숨어서 허겁지겁 먹는 군것질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동아리는 갈수록 어려워진다. 딴 생각은 문화를 만든다는 한 대기업의 캐치프레이즈로만 남을 것 같다. 더 이상 누구도 좋아하는 것을 위해, 해보고 싶었던 것을 위해 선뜻 시간을 내지 않는다. 딴 생각 대신, 생존전략만이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다. 살아남아야 하니까. 딴 생각하면서 이기는 것이 참 어려운 사회이기에 신짱구는 한국 사회의 영원한 노스탤지어이다. 그는 딴 생각하며 항상 이기니까, 항상 고맙다고 사람들에게 인사 받으니까. 그래서 그가 사랑받는 것이 참으로 불편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리고 굳건히 딴 생각의 찌라시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별을 보고, 시를 쓰고, 활 시위를 당기는 이들, 신짱구에 열광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들을 중대신문 시사기획부는 다뤄볼 예정이다. 노하라 신노스케보다는 신짱구가 더 어울리는 이들에게 ‘딴 대한민국’의 면모를 볼 수 있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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