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大國崛起의 ‘등잔 밑 어둠’
  • 이효석 기자
  • 승인 2015.04.13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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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드슨 강변에서 중국사를 이야기하다』       레이 황 저, 권중달 역 | 푸른역사 | 523쪽

 중국 중앙방송의 경제채널(CCTV-2)에서 3년에 걸친 제작을 통해 방영된 역사 다큐멘터리 <대국굴기(大國崛起)>가 13억 중국인을 충격에 빠뜨린 것은 2006년이었다. 선진국에 도달한 아홉 개 국가를 비교하며 사상·교육·문화의 영향력, 자치권을 보장하는 정치·법률제도 등이 대국의 성공요소였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열기는 우리나라에서도 이어졌다. <대국굴기>는 EBS에서 첫 방송 된 후 시청자들의 요구로 인해 재차 방영됐다. 9년이 지난 현재, 중국은 세계를 호령하는 ‘대국굴기’의 꿈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뿐만 아니라 AIIB엔 영국, 독일도 가입했다. 우리나라는 사드(THAAD)배치 문제와 엮여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전략도 아닌 전략’으로 일관하다 결국엔 참여를 공식화했다.


 1949년 공산당혁명을 성공한 지 30년 만에 자본주의를 도입하고, 다시 30여 년 이상이 지난 현재의 중국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나라처럼 보인다. 지금 이 시점에서 지나간 중국사를 되짚는 레이 황의 『허드슨 강변에서 중국사를 이야기하다』를 꺼내 들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 책이 갖는 세계사적이고 보편적인 거시사관 때문이다. 연구범위가 넓다고 하여 그것이 반드시 거시적인 것만은 아니다. 특정한 사건 혹은 인물이라도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하고, 종합적으로 바라본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거시적이다. 그는 타국 멀리 허드슨에서 자국의 역사를 바라본다. 이는 단순히 지리적 거리뿐만 아니라 정서적·학문적 거리로서 작용한다. 그래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중국사의 ‘등잔 밑 어둠’을 확인하게 된다.

 또한, 저자가 허드슨 강변에서 깨달은 것은 자본주의의 본질이다. 미국 생활에서 경험한 것은 개별적인 경제주체가 만드는 개인의 역사다. 저자는 자본주의의 본질을 단순명료하게 설명하면서 서구와 비교하여 왜 중국의 자본주의 발전이 더뎠는지를 거시적으로 바라본다. 그래서 중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서양과는 달리 비옥한 토지로 인해 중앙 집권적이고 자급자족의 경제가 형성된 것이 중국 경제사의 큰 특징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각 지역의 특수한 사정을 개별적으로 검토할 수 없었다. 다만 하나의 이상적인 공식을 먼저 만들어놓고 이를 전 국토에 적용하려고 했다. 그 결과 모든 질서는 위로부터 나왔고, 황제는 곧 천자가 되었다. 도덕이 법률을 대신했고, 예(禮)가 행정을 대신했다.

 미국과 더불어 G2라 불리는 것을 보면 중국은 이미 대국으로 일어선 것처럼 보인다. 분명 중국의 성장은 괄목할 만하다. 하지만 저자의 경고처럼 중국 왕조의 흥망성쇠를 결정했던 구조적 문제는 또 다른 형태로 상존해 있다. 중국은 여전히 일당독재 국가다. 위로부터의 통치요, 하향식 의사결정 구조다. 시진핑 주석의 부패척결 선언 이후 잇따른 고관대작들의 비리 적발은 중국 사회에 짙게 깔린 ‘등잔 밑 어둠’을 백주에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빈부 격차는 이미 언급하는 게 무색할 정도다. 상층의 역사와 하층의 역사가 멀어지게 될 때 언제든 망국의 길이 기다리고 있다는 이 책의 진지한 성찰은 여전히 유효하다. 더 멀리 되돌아볼 수 있다면 더 멀리 내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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