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 눈부심이 오래가지 못하기 때문이요’ 최근 주변에서 벚꽃이 너무 빨리 진다고 아쉽다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벚꽃이 빨리 떨어지는 걸까요, 우리가 빠른 걸까요. 무언가에 쫓기듯이 앞만 보고 달려왔던 우리는 벚나무 아래서 천천히 봄을 즐길 시간조차 스스로에게 허용하지 않고 있지 않나요? 그럼에도 봄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분들을 위해 안성캠에서 열린 벚꽃축제 현장을 담아왔습니다. 이 지면을 보시는 분들은 잠시 짐을 내려놓고 천천히 봄을 그려보시면 좋겠네요. 이토록 아름다운 봄날이 뒤편으로 사라지기 전에.
 
 
▲ 벚꽃터널-키스로드를 따라 하늘을 뒤덮은 벚꽃들

 

▲ 봄아일체 혼자도 외롭지 않아, 벚꽃과 함께라면 찰칵!

▲ 꽃이 떨어지고 잔고도 떨어지고-이것도 사고 저것도 사고, 벚꽃과 함께 오신 지름신

▲ 벚꽃 말고 웃음꽃-스러지는 벚꽃과 함께 터지는 함박웃음
▲ 벚꽃 잎으로 살 수 있나요-골라골라 웃음은 덤으로 드릴게
▲ 벚꽃 잎으로 살 수 있나요-골라골라 웃음은 덤으로 드릴게

▲ 벚꽃엔딩, 비켜 잔잔한 연못도 춤추게 하는 조문근 밴드의 공연
▲ 빔하늘에 벚꽃 은하수 어둑어둑한 벚꽃 길을 환히 비추는 등불 아래 낭만들

벚꽃은 마음에도 

피나보다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들 합니다. 그렇다면 벚꽃은 여왕이 행차하기 전 얼어붙었던 세상에 따스한 핑크 카펫을 깔아주는 시녀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겠네요. 화려하게 펼쳐지는 벚꽃 카펫, 그들을 맞이하기 위해 안성캠 총학생회가 수상무대와 키스로드를 중심으로 벚꽃축제를 준비했습니다. 

 고니가 한가롭게 노닐던 수상연못에 천막이 하나둘씩 올라가며 그 주위가 금세 분주함으로 북적입니다. 뚝딱뚝딱 완성된 천막 아래, 각자 준비해 온 물건들을 말끔하게 진열하는 학생들이 보이는데요. 불량식품, 액세서리, 방향 용품 등 각자 가져온 물품들은 다르지만 앞으로 마주할 손님들을 기다리는 마음이 기대감으로 한껏 부푼 것은 모두 똑같습니다.

 축제를 즐기러 나온 학생들은 활짝 핀 벚꽃같이 모든 것에 활짝 마음을 열어 놓고 있는 것 같습니다. 프리마켓에서 과자를 팔고 있는 원동현 학생(동물생명공학전공 4)은 적자를 보면서도 호탕하게 웃으며 덤을 얹어 줍니다. 프리마켓,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곳인가 봅니다. 

 학과 학생회들은 키스로드가 향긋한 음식 냄새로 채워지는 것도 모른 채 음식 준비에 여념이 없습니다. 키스로드를 걷는 학생들은 솜사탕이나 음료수를 한 손에 들고 분홍빛 가득한 이 순간을 추억하기 위해 앵글에 벚꽃을 고이 담고 있네요.

 해는 기울어 가는데 어째 입을 앙 다물고 있던 벚꽃들만은 지기 싫다며 팝콘 터지듯 꽃망울을 터트립니다. 안성캠에 밤이 내려앉으면서 벚꽃의 형태는 희미해지고 머리 위로 켜진 등불이 구름 속에 솟아오른 달을 연상케 합니다. 수업이 끝난 학생들도 삼삼오오 모여들어 축제는 더욱 북새통을 이룹니다.

 음식을 팔던 키스로드는 주점으로 바뀌고 테이블이 놓여있던 곳엔 돗자리가 깔립니다. 벚꽃나무 아래에서 두런두런 앉아있는 모습은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고취시킵니다. 양아형 학생(식품공학전공 2)은 “테이블에 앉는 것보다 벚꽃 아래에 앉아 술을 마시는 게 더 분위기 있지 않나요?”라며 가을에도 벚꽃이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하네요. 

 왁자지껄한 주점 옆의 수상무대에서는 야외 영화관이 펼쳐집니다. 학생들은 주점에서 먹을거리를 사와 내 집인 양 편안히 영화를 감상합니다.

 축제의 마지막은 조문근 밴드가 맡았습니다. 앉아서 엉덩이를 들썩거리던 학생들도 공연이 달아오르자 무대 앞으로 뛰어나가 열광적인 환호를 보냅니다. 2시간 동안 이어진 광란의 밴드 공연을 끝으로 축제는 마무리됩니다. 축제를 떠나는 그들의 발걸음이 제법 가벼워 보입니다. 찬란한 이 순간을 후회 없이 즐겼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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