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친절해지다 보니 친절함이 몸에 배어 버린 서성우 기자입니다. 지난 8일 벚꽃이 흐드러진 일명 빼빼로 광장(중앙마루)에서는 중앙대의 미래를 고민하자는 취지로 학내 구성원들의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그런데 토론회에 참석하기로 예정된 대학본부와 서울캠 총학생회(총학)의 자리가 비어 있어 많은 분들이 의아해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토론회에서 왜 대학본부와 총학이 참석하지 않게 됐는지 친절하게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토론회를 주관한 교수협의회(교협)는 지난 6일, 이틀 뒤인 8일에 3자 간 토론회를 열겠다고 결정합니다. 이어 같은 날 대학본부와 총학에 토론회 참석을 제안하죠. 이에 총학은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에서 진행하려 했던 학생-교수-대학본부 3자 간 토론회와 이번 토론회의 성격이 유사하다고 판단해 토론회에 참석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다음 날인 7일 총학이 토론회에 참여하지 않게 되는 결정적인 요인들이 등장합니다. 대학본부가 토론회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데다 ‘학부 학사구조 선진화 협의체(협의체)’ 회의가 토론회 다음 날인 9일 진행될 예정이라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대학본부는 토론회 참석 요청을 공식적으로 전달받지 못했기 때문에 토론회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죠. 결국 총학은 토론회에 참석하겠다는 입장을 철회합니다. 서울캠 한웅규 총학생회장(아동복지학과 4)은 “대학본부가 참여하지 않게 되면서 원래 진행하려던 3자 토론회의 취지가 불분명해졌다”며 “또한 다음날 협의체 회의에서 무슨 얘기가 오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협의 이전의 학칙 개정안으로 토론이 이뤄지는 것이 유의미한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윽고 8일. 오후 6시로 예정된 토론회에 앞서 오후 3시에 토론회 주관자들이 모여 회의를 진행합니다. 회의에는 이강석 교수협의회장(생명과학과 교수)과 교수대표 공동대책위원회 교수, 총학, 학생 소모임 공동대책위원회 학생 측이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총학은 토론회를 협의체 회의 이후로 연기할 것을 제안했지만 총학을 제외한 나머지 주최 측에서는 9일 열리는 협의체 회의 전에 일반 학생과 교수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므로 토론회를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합니다. 이에 총학은 중운위와 논의를 통해 토론회 참석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고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토론회 성격에 대한 교협과 총학의 입장 차이가 이런 결과를 야기한 것이죠. 
 
 총학은 한정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토론회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한웅규 총학생회장은 “교협 주관의 토론회에 참석한 학생들의 의견이 일반 학생들의 의견을 대표한다고 볼 수 없다”며 “현재 중운위 차원에서 단대별 대표 의견 수렴을 진행했고 이를 바탕으로 협의체 회의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전달할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학생들의 의견은 교협이 아니라 총학이 직접 모으겠다는 입장을 덧붙였습니다. 
 
 그렇다면 대학본부는 어떤 이유로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은 걸까요? 우선 이번 토론회가 급박하게 진행됐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겠습니다. 8일에 진행된 3자 토론회는 6일에 개최의 여부가 결정됐습니다. 교협은 이틀이라는 촉박한 시간 동안 장소 협의와 장비 대여 등 토론회를 준비하느라 대학본부와의 소통이 부족했다고 인정했죠. 이강석 교수협의회장은 “오는 15일 교무위원회의 학칙 개정안 심의를 앞두고 토론회가 급박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며 “대학본부가 이번 학칙 개정안에 대한 자료를 준비하고 있을 거라 예상해 다소 급하게 참석을 요청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교협은 토론회가 있기 4시간 전인 오후 2시가 돼서야 대학본부에 공문 형식의 참석 요청 메일을 발송합니다.  
 
 복잡해서 잘 이해가 되셨을지 모르겠습니다.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최초로 진행될 수 있었던 3자 토론회는 성사되지 않았고 이번 토론회도 이전에 진행됐던 숱한 토론회들과 별다른 양상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소통이 핵심인 토론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좀 더 소통에 신경을 썼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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