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살롱은 쿠키(Cookie)와 살롱(Salon)의 합성어로 쿠키를 먹으면서 학생들과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도 해보고 친구도 사귀어보자는 의도로 기획됐습니다. 이번주 주제는 ‘혼인신고 할 거야?’입니다. 여러분은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결혼을 하신다면 혼인신고는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렇다면 혼전 계약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나이가 들면 으레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라 생각하던 시대가 있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결혼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인식도 많이 바뀐 듯합니다. 결혼과 결혼제도에 대한 대학생, 특히 여대생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내 편에 대한 기대보다 책임감이 더 무거워
  사랑하는 연인보다 같이 살 수 있는 친구

 

채은: 안녕하세요! 쿠키살롱 진행을 맡고 있는 중대신문 시사기획부 차장 노채은입니다.
소운: 안녕하세요. 신문방송학부 12학번 이소운입니다.
인: 유럽문화학부 프랑스어문학전공 14학번 이혜인입니다.
희정: 같은 과 최희정입니다.
아현: 저는 정치국제학과 15학번 김아현입니다.
노: 공교롭게 오늘은 여성분들만 참여하게 됐네요. 오늘 주제는 ‘혼인신고 할 거야?’입니다.
 
  연애는 사랑, 결혼은 현실
노: (조심스럽게) 혹시 지금 애인 있으신가요?
최: 저요.
노: 희정 씨만 있으신 거죠? 나중에 남자친구가 생기고 결혼할 나이도 되면 다들 결혼할 생각은 있으신 건가요?
혜,최,김: (고개를 끄덕거리며) 네!
이: 저는 굳이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노: 왜요?
이: 상황이나 능력이 안 되면 굳이 결혼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오늘 쿠키살롱에 참여한 이유도 다른 사람들은 왜 결혼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 궁금했기 때문이에요.
혜: 저는 빨리하고 싶어요. 남자친구랑 결혼한 뒤에 아이 없이 신혼생활을 오래 하다가 나중에 천천히 아이를 갖는 것이 꿈이에요.
노: 딩크족이네요? (딩크족 : ‘Double Income No Kids’의 약어로 아이를 갖지 않고 맞벌이를 하는 부부를 이르는 말)
이: 우리나라는 자식중심사회지만 유럽은 부부중심사회에요. 그걸 보면서 저도 결혼을 한다면 꼭 부부중심적인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요즘은 아이 낳는 것을 미루고 부부끼리의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더라고요. ‘우리나라도 조금씩 변해가고 있구나’를 느껴요. 물론 환경적으로 아이를 낳기 어려운 것도 있겠지만.
최: 저도 솔로일 때는 ‘결혼을 왜 하지?’라고 생각하는 독신주의자였어요. 어머니가 계속 “너는 하고 싶은 것 다하면서 살아라!”고 말씀하셨거든요. 하지만 재수할 때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면서 빨리 결혼하고 싶어졌어요. 사귄 지 1년 넘었는데 고등학교 동창이라 서로 잘 아는 사이이기도 하고 너무 좋아서 제대하면 바로 결혼할 거예요.
노: 결혼과 연애의 차이점이 뭘까요?
이: 결혼을 안 해봐서 잘은 모르겠지만 (웃음) 결혼과 연애는 정말 다르다고 생각해요. 막연하게 ‘연애를 하다가 정말 사랑하면 결혼을 하겠지’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연애의 완성이 결혼인 줄 알았던 거죠. 하지만 결혼을 하게 되면 그 사람의 가족을 포함한 모든 것에 책임을 져야 하잖아요. 저는 아직 누구의 아내, 엄마, 며느리가 된다는 것이 너무 부담 돼요. 특히 요즘엔 살기가 힘드니까 굳이 혼인신고까지 하면서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김: 아무리 사랑을 해도 그 사람의 여건을 받아들여줄 수 없다면 연애는 할 수 있어도 결혼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노: 책임감이 생기는 것도 있지만 오히려 기댈 수 있는 내 편이 생긴다는 장점도 있지 않나요?
이: 그 책임감을 감당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결혼을 할 거예요. 근데 이혼하신 분들을 너무 많이 봐서 결혼에 대한 환상이 없어졌어요. ‘결혼을 한다고 해서 다 행복하고 서로 사랑하는 것은 아니구나’를 깨달은 거죠.
최: 연애는 둘이 하지만 결혼은 집안과 집안의 만남이라는 얘기도 있잖아요.
이: 결혼은 정말 현실인 것 같아요.
노: 연애도 현실이잖아요.
이: 연애는 정말 사랑에만 눈멀어서 할 수 있잖아요. 내가 사랑하면 그냥 만날 수 있으니 굳이 이 사람이 돈은 얼마나 있는지, 차는 어떤 것을 타는지 신경 쓸 필요가 없어요. 서로가 서로의 감정에 대해서만 책임 지면 되는 거죠. 하지만 결혼을 하면 ‘이 사람 연봉이 얼마니까 그중에 이만큼은 저축하고 이만큼은 대출이자 갚고 매달 얼마씩은 어머니 용돈 드리고….’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을 생각해야 하잖아요.
혜: 전도 부쳐야 되고.
일동: 맞아. 하하하.
이: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이라는 말은 다들 들어보셨죠?
혜: 그럼요. 부모님이 다투시는 것을 보면 ‘아직도 사랑하시는 걸까’라는 생각을 해요. 스무 살 후반, 서른에 결혼해서 여든 살까지는 살잖아요. 50년 동안 한 사람이랑만 살 수 있을까요?
김: 어떤 상대를 만나느냐에 따라 삶의 많은 부분이 변할 것 같아요. 그만큼 혼인 신고서에 도장 찍는 데는 신중해야 해요.
최: 결혼 상대를 고를 때 이런 말이 있잖아요. 내가 좋아하는 것 3개를 갖고 있는 사람보다 내가 싫어하는 것 3개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더 좋다는 말. 처음에는 뜨겁게 사랑으로 시작했지만 단순히 사랑만으로는 결혼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사랑도 인정받으려면 신고해야 해
노: 이런 얘기들이 있잖아요. ‘그냥 사랑하면 되지 왜 혼인신고까지 해서 법적인 구속력을 가지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왜 혼인신고를 하려고 하는 걸까요?
혜: 내 것이라고 도장 찍어놓으면 뭔 짓(?)을 못하니까.
노: 뭔 짓은 뭐예요?
혜: 바람이죠.
이: 법적으로 구속력을 가져도 바람피울 사람은 다 바람피우잖아요.
혜: 대신에 대가를 치르죠. 이혼하면 위자료도 받을 수 있고.
이: 저는 딱히 혼인신고가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프랑스만 해도 혼인신고를 잘 안 하고 동거문화가 발달돼 있잖아요. 예전에 결혼과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혼인신고 안 하고 오래 살던 부부가 나와요. 그분들은 혼인신고 없이 자식도 낳고 잘 사시다가 60살이 넘어서 혼인신고를 하시더라고요. 어쨌든 이런 것들만 봐도 혼인신고를 해야 하나 싶어요.
혜: 우리나라는 아직 동거나 사실혼에 대한 법적 효력을 잘 인정해주지 않잖아요. 예를 들어 혼인신고를 하지 않으면 남편이 다쳐도 저는 보호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어요. 중환자실도 들어갈 수 없고 수술을 시킬 수도 없고 남편의 상태에 대해 저는 어떤 얘기도 들을 수 없어요. 그런 제도가 고쳐지지 않는다면 혼인신고는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최: 법적인 구속력보다는 ‘ritual’ 한 것 있잖아요. 의식적인 것! 강요나 강제는 아니지만 결혼은 연애의 끝을 의미하는 의식 같기도 해요.
이: 솔직히 둘이서만 산다면 필요 없지만 사회적으로는 무조건 필요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 같아요.
최: 살다 보면 필요할 것 같아요. 주택 청약 들고 보험 들고 그러려면.(웃음)
김: 아이한테도 ‘법적으로 결혼을 한 부부’라는 보편적인 가정에서 자랐다는 것이 정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중요할 것 같아요. 남들이 아이에 대해 불편한 편견을 가질 수 있잖아요.
노: 드라마 ‘신사의 품격’ 보셨어요? 극 중에서 임메아리랑 최윤이 결혼식에서 주례 대신 ‘혼전 계약서’를 낭독하잖아요. 요즘은 그런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던데 혼전 계약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혜: 저는 별로 안 좋아해요. 물질적인 내용만 담지 않나요?
노: 아니에요. 요즘에는 ‘일주일에 설거지 몇 번은 누가 하기’, ‘주말에는 항상 나들이 가기’처럼 일상적인 영역의 내용을 많이 다뤄요.
혜: 저는 좀 즉흥적인 것을 좋아해요. 예를 들면 주말마다 소풍을 가기로 혼전 계약서에 썼는데 주말에 나른해져서 밖에 나가기 싫어질 수도 있잖아요. 취미가 직업이 되면 싫은 것처럼 결혼생활을 스케줄처럼 소화하기 싫어요. <English2> 수업 시간에 이런 얘기를 다뤘었어요. 저희는 불문과라서 그런지 애들이 다 개방적이어서 저랑 비슷하게 대답하더라고요.
이: 저는 좋은 것 같아요. 미래에 대해서 어느 정도 계획을 하고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요. 솔직히 오늘은 내가, 내일은 네가 설거지하기로 되어있는데 못할 수도 있는 거죠. 하지만 서로의 공간에서 지켜야 할 것들을 결혼 전에 미리 얘기해보는 건 좋은 경험인 것 같아요.
김: 저도 좋아요. 서로 다른 삶을 살다 온 사람들이 만나서 같이 사는 것이 결혼이잖아요. 그러면 내가 살던 것과 다른 생활패턴을 가진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단 말이에요. 하물며 기숙사 룸메랑도 잘 안 맞을 수 있는데 부부가 될 사람이랑 초반에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혼전 계약서라고 생각해요.
노: 혼전 계약서에 어떤 내용을 넣고 싶어요?
김: 저는 제일 중요한 육아 관련 문제요.
혜: 저는 출퇴근할 때 스킨십요. 아무리 싸웠어도 꼭 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최: 저도 스킨십요! 친구끼리 하는 스킨십도 좋은데 남편이랑 하는 건 얼마나 좋겠어요.
이: 스킨십 좀 끌리는데?(웃음) 저는 서로 간의 믿음을 깨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거짓말 안 하기’를 꼭 넣어야 될 것 같아요.
 
 
  각자의 약속, 각자의 의미
노: 당신에게 결혼이란? 저는 평생의 내 편을 얻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 그것도 좋은데? 저는 대가 없는 희생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스스로 선택한 거니까. 아, 그리고 사랑이라는 감정은 유효기간이 있으니까 차라리 정말 편한 친구랑 결혼을 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결국 결혼은 평생 함께 할 친구를 얻는 것이니까요.
김: 그냥 또 다른 세계가 열리는 관문 정도로 생각하고 싶어요. 서로 다른 세계에 있던 사람들이 만나 같이 걸어가는 거니까. 그냥 지켜봐 주는 정도? 평생의 관찰자!
혜: ‘너랑 나랑 제2막’? 저는 결혼이 시작인 것 같거든요. 처음부터 다 맞춰가야 하는 거니까.
최: 경제학부 13학번 김기홍이랑 하는 거요.(웃음) 아침에 눈을 뜨면 내 앞에 딱 있었으면 좋겠어요.
일동: 진짜 누군지 몰라도 꼭 했으면 좋겠다.
노: ‘아, 부럽다’ 하고 손뼉 치면서 마무리하면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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