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205관(학생회관) 3층 루이스홀에서 ‘인문대 학생총회(학생총회)’가 열렸습니다. 학생총회는 ‘학부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안(계획안)’에 대한 인문대 학생들의 관심을 대변하듯 457명이라는 많은 학생들이 모여 성황리에 개최됐습니다. 의결 안건인 ‘계획안에 대한 찬반 투표’는 457명의 학생 중 404명의 학생이 계획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으며 ‘‘2016학년도 학칙 개정안(학칙 개정안)’ 철회 요구’에 대해서는 411명의 학생이 찬성하는 입장을 나타내 계획안에 대한 인문대 학생들의 뚜렷한 반응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학생총회는 무사히 마무리되는 듯 했습니다. 각 안건에 대한 투표가 끝난 후 학생들이 학생총회장을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었죠. 이때 한 학생이 학생총회 성사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그 학생은 “여기 모인 모든 학생이 인문대 학생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없으면 오늘 의결한 내용들은 정당성을 갖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죠. 학생들이 루이스홀에 출입할 때 학생증과 재학생 명부를 확인하지 않아 학생총회에 참석한 모든 학생이 인문대 학생임을 증명할 길은 없었습니다.

 이에 인문대 학생회장들이 모여 간단한 회의를 거친 후 학생총회 무산을 선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학생들은 다시 반발했습니다. 한 학생은 “학칙 개정안의 공고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학생총회를 성사시켜야 한다”고 발언했죠. 이 같은 의견이 받아들여져 학생회장들은 학생들의 학생증과 재학생 명부를 다시금 일일이 비교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러나 안건에 대한 투표가 끝나고 나간 인원들이 많아서인지 정족수는 채워지지 못했고 결국 학생총회는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인문대 학생회 회칙’ 제10조에는 ‘학생총회는 최고 의결기구이다’라는 내용이 명시돼있습니다. 최고 의결기구인 만큼 학생총회에서 의결된 내용은 곧 인문대의 입장이라 볼 수 있겠죠. 그렇기에 학생총회의 정당성은 반드시 확보돼야 합니다. 선거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대표자를 뽑기 위해, 그리고 대표자는 그들을 대신할 수 있는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일이 신분증을 확인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 투표를 진행합니다. 분명 누군가는 이를 귀찮다고 여길지 모릅니다. 하지만 절차를 거치지 않고서는 그 선거 자체의 정당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이번 학생총회는 인문대 전체를 대표할만한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학생들에게 실망감과 피로감을 동시에 안겨준 무의미한 행동이 돼버렸죠. 많은 학생들이 모였음에도 결국 학생총회가 성사되지 못했으니까요. 오늘(13일) 다시 열리는 학생총회에서는 참여 학생들의 신원을 정확히 파악해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야 합니다. 대표자들이 잃어버린 학생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학생총회가 인문대 전체를 대표할만한 정당성을 지니려면 말이죠.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