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7. 봄 사랑 벚꽃 말고
  • 박준이 기자
  • 승인 2015.04.12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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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길었던 꽃샘추위가 무색하게도, 어느새 찾아온 봄은 캠퍼스를 온통 하얗게 뒤덮었다. 바야흐로 봄은 사랑의 계절이라더니 너도나도 사랑타령에 한창이다. 그러나 그런 봄에도 어김없이 이별은 찾아온다. 이별은 누구에게나 늘 낯설고 당황스러운 것이지만 따스한 봄에 맞이하는 이별은 더욱더 차갑고 냉혹했다. 완연한 봄이 찾아온 캠퍼스, 남들보다 일찍 꽃을 져버린 두 사람을 만나 운세 이야기를 나눴다.


이별과 이별하려는 여자

드라마 ‘연애의 발견’의 하진은 여름에게 이별을 고한 후 이렇게 말한다. “너랑 만날 땐 사랑이 감정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헤어지고 나서 생각해보니까 의지의 문제였어.” H양은 애초부터 그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정말 바빠서 그녀를 사랑할 수 없었던 게 아니라 그럴 의지가 부족했던 거라고. 그녀는 항상 사랑에 목말랐었다. 지칠 대로 지친 그녀는 더 이상 그를 만나고 싶지 않다며 마음을 정리했지만 이상하게도 다시금 그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후회 없을 만큼 다 주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를 향한 미련은 또다시 희미하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지나간 사랑에 연연해하지 마세요. 관계를 정리하고 새롭게 다른 길로 나가시기 바랍니다. 지난 일에 집착해 봐도 서로에게 좋지 못하니 마음을 다잡기 바랍니다.

-운세 내용이 묘한데, 혹시 지금 연애중인가요?
H양
저 헤어진 지 일주일 밖에 안됐어요.

-얼마나 만났죠?
H양
1년 좀 안돼서 헤어졌어요.

-어떤 사람이었나요?
H양
작년에 다른 과랑 ‘과팅’해서 만난 친구였어요. 동갑내기 CC였죠. 전 사근사근한 사람보다는 시원시원한 사람을 좋아하는데 처음엔 정말 남자다우면서도 저랑 잘 맞는 편이라 좋았죠. 하지만 사귀면서 보니 ‘남자답다’는 점이 지나치게 무뚝뚝하고 무심한 성격이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헤어진 이유가 뭐였나요?
H양
헤어질 때쯤엔 진짜 매일 같이 싸웠어요. 둘 다 많이 지쳤었죠.

-잘 안 맞았나요?
H양
그렇죠. 그 친구가 ‘갑’이라면 전 ‘을’이었거든요. 제가 너무 잘해줬나 봐요. 그 친구는 전공 특성상 정말 바빴고 공부해야 할 게 많았어요. 여자친구라는 이유만으로 걸림돌이 될 순 없다는 생각에 어쩔 수 없이 모든 걸 이해해줘야 했어요. 하지만 그 친구가 점점 그 사실을 당연하게 생각한 게 문제였죠.

-많이 속상했겠어요.
H양
처음에는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여자들처럼 투정부리고 싶지도 않았고 또 그런 성격도 아니거든요. 그런데 서운하고 속상했던 것들을 참고, 또 참다보니 그게 제 마음 속에 점점 쌓이기 시작했어요. 저만 항상 더 불안해하고 안달 나있는 상태였으니까 걔도 그걸 점점 당연하게 받아들인 거겠죠.

-전 남자친구는 그 사실을 몰랐나요?
H양
물론 언제부턴가는 제가 서운함을 표출하기 시작했어요. 그렇다고 화를 낸 건 아니었지만요. “네가 이래서 너무 서운한데 이런 점은 고쳐줬으면 좋겠어.” 이렇게 조근조근 문제를 해결해나가려고 한 편이었어요.

-고쳐지던가요?
H양
처음에는 저를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나중엔 ‘사랑한다’는 말도 잘 안 해주더라고요. 저는 항상 외로웠어요. 혼자 짝사랑하는 기분이 들었죠.

-안 좋은 기억이 많이 남았나요?
H양
그 아이는 ‘자존감 도둑’이었어요. 저 되게 당차고 근거 없는 자신감이 넘치는 애였거든요? 그런데 얘를 만나고 나서는 자존감이 점점 낮아지고 ‘난 안 예쁜가?’, ‘별론가?’ 이런 생각이 자꾸 들었어요.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걸 헤어지고 나서야 깨달았죠. 나쁜 자식이에요.

-어떻게 헤어지게 됐어요?
H양
어느날 크게 싸우다가 제가 힘들다고 말했는데 그 친구가 ‘그럴 거면 헤어지자. 나도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자길 이해해주지 못할 거면 만나지 말자며….

-요즘 뭐하고 지내요?
H양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를 보고 있어요. 드라마 보다가 울기도 하는데…. 주인공들 사랑 얘기가 슬퍼서 운 거지 제가 슬퍼서 운 게 아니에요.

-생각이 많이 나나요?
H양
네, 저번엔 드라마를 보다가 헤어진 전 남자친구한테 ‘비트윈’ 메시지를 보낼 뻔했어요. 때마침 친구가 전화해줘서 막을 수 있었긴 했지만…. 사실 저도 제가 이해가 안 되는 게 돌아가고 싶지도 않은데 자꾸 예전에 잘 지냈던 추억이 떠오르고 다시 연락하고 싶은 거예요. 제가 미쳤나 봐요. 지금도 그 친구가 보고 싶네요.

-벚꽃이 야속 하겠어요.
H양
이번 봄에도 꽃구경 가고 싶었는데…. 사실 헤어지지 않았더라도 걔는 바빠서 못 간다고 했겠죠? 근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전 그냥 사랑하는 사람이랑 예쁜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었던 것 같아요. 꼭 걔가 아니어도 벚꽃을 함께 볼 남자친구가 필요했던 거죠.

-다음 연애를 생각하고 있나요?
H양
아직 그러고 싶진 않지만 당분간 저 스스로를 가꾸는 시간을 가지려고요. 다시 예전처럼 매력적인 여성이 되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웃음)

-시험공부는 하고 있나요?
H양
사실 집중이 잘 안돼요. 심지어 공부를 하려고 해도 걔 생각이 많이 나서…. 도서관에서 같이 공부하고 그랬거든요. 휴, 그래서 도서관 근처엔 얼씬도 안하려고요.
 
 
 
사랑을 주지 못해 슬픈 남자

그에겐 그녀의 순정이 버거웠다. 아낌없이 주는 그녀의 순정에 설레임은 편안함이 되고 편안함은 권태로움으로 변해버렸다. 그는 변함없는 그녀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신이 싫었지만 이미 식어버린 마음은 돌이킬 수가 없었다. 그토록 어렵게 싹을 틔워 찬란하게 피어났던 꽃들도 순식간에 떨어져 자취를 감추는 것처럼, 그의 사랑도 결국엔 끝이 났다. 이젠 한 줌의 꽃잎이 되어 그의 기억 속으로 사라질 그녀. 그와 그녀는 꽃이 피기 시작할 무렵, 그렇게 고요히 이별을 맞이했다.
 
당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해보세요. 부끄러워서 숨기거나 제대로 드러내지 않는다면 상대방이 그 마음을 알 수 없습니다.

-지금 혹시 마음에 둔 사람이 있나요?
K군
이 운세, 저랑 잘 안 맞는 것 같은데. 2주 전에 헤어져서 지금 아무도 없어요.

-어쩌다 헤어지게 된 건가요?
K군
그냥 뭐, 다들 비슷한 이유죠. 2년 가까이 만나고 헤어졌어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K군
굳이 말하자면 권태기?

-전 여자친구와는 어떻게 만나신 건가요?
K군
친구들이랑 술을 먹고 있었는데 한 친구가 그 애를 데려왔어요. 관심이 생겨서 따로 연락처를 받아 연락하기 시작했죠.

-어떤 사람이었어요?
K군
제 이상형은 활발하고 함께 있으면 기운이 나는 그런 여자였는데 딱 전 여자친구가 그랬죠.

-지금 많이 힘드신가요?
K군
아뇨, 처음엔 좀 힘들었는데 이젠 괜찮아요.

-어떨 때 전 여자친구 생각이 나요?
K군
집에 갈 때랑 공부할 때요. 원래 공부할 때 틈틈이 여자친구가 보낸 메시지에 답장하고 그랬거든요. 이젠 그런 게 없으니까…. 좀 허전하네요.

-어떤 기억이 제일 기억에 남나요?
K군
딱히 기억에 남는 건 없는데….
S군 와, 너 진짜 무심하다. 제 생각에 얜 좀 비정상적인 것 같아요.

-왜요?
S군
얘가 경상도 남자라 그런지 연애할 때 저와 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상남자에요.
K군 아, 연애 초기에 인사동 데이트했던 게 생각이 나네요. 사귀긴 하는데 약간 좀 어색할 때 간 곳이거든요. 그때 많이 친해졌었죠.

-그땐 여자친구한테 잘 해주셨죠?
K군
그렇죠. 사귀는 내내 못 해준 건 아니었어요. 마음이 좀 식었을 뿐이지. 오히려 나중엔 마음이 식었다는 걸 감추기 위해서 더 잘 해주려고 애를 썼어요.

-왜 마음이 식었을까요?
K군
잘 모르겠어요. 분명 많이 좋아했는데 정말 좋아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그렇게 돼버렸어요. 싸운 적은 크게 없었는데 점점 소원해져서 연락하는 것도 귀찮아지고…. 그 친구한테 많이 미안하죠.

-K군은 ‘갑’이었네요.
K군
네, 전 갑이었어요. 저는 원래 좀 무심한 편이었고 여자친구는 저한테 정말 잘해줬거든요. 의도한 건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어버린 것 같아요.

-무뚝뚝한 거랑 소홀한 거랑은 다르지 않나요?
K군
많이 좋아하긴 했죠. 그 친구가 어떻게 생각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사귀는 동안에 소홀하진 않았다고 생각해요.

-‘나쁜 남자’ 였나요?
K군
나쁜 남자까진 아닌데 좀 무뚝뚝하게 대하긴 한 것 같아요.

-연인 사이의 ‘갑을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K군
어쩔 수 없이 항상 존재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그렇게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둘 다 그런 상태가 익숙하고 그게 또 좋으니까 사귀는 거지, 갑이라고 해서 나쁘고 을이라고 해서 피해자인 건 아닌 것 같아요.

S군 정도의 차이죠. 어떻게 둘의 마음의 크기와 표현의 정도가 같을 수 있겠어요. 하지만 갑이 횡포를 부리지는 않아야 할 것 같아요. 상대방이 나를 많이 좋아하면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고마워하고 더 마음을 줘야 좋은 사람이죠.

-벚꽃이 만개했는데 어떠세요?
K군
짜증나죠. ‘비 쏟아져라’ 막 이러면서. 벚꽃이랑 인연이 없나 봐요. 거의 벚꽃 필 때마다 여자친구가 없었어요.

-벚꽃놀이 계획은 없으신가요?
K군
안 보려고요. 눈을 감고 다녀야 하나?

-그러고 보니, 두 분 시험기간인데 공부 안하세요?
K군
지금 인생 공부하고 있잖아요.(웃음) 사실 방금 전까지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잠시 쉬러 올라온 거예요. 원래 동기들이 더 많은데 다들 공부하는 척 가버리더라고요. 저흰 오늘 공부는 글렀고, 얘기만 하다가 집에 갈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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