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총장 비리 의혹 수사가 어떤 식으로 결론 내려지든 학교의 도덕적 명성에 금이 간 건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그뿐일까. 대학본부의 보완책이 어찌 됐든 중앙대는 취업 교육화를 선도하는 대표 주자로 인식되고 있다.

 ‘등수놀이’에 일희일비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지만, 적잖은 사람들이 혈안이 된 마당이니 한 마디 보태자면 이렇다. 이대로 가다 중앙대는 제자리걸음 내지 뒷걸음질 칠 공산이 크다. 대기업 재단이 뒷받침하더라도, 학문적 야심도 없고 도덕성도 부족한 학교라면 평판이 좋아질 리 없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취업률을 높여 ‘일류 대학’이 되겠다는 부푼 꿈을 가진 모양이지만, 일류 대학의 준거로 취업률을 삼는 전례는 일찍이 들어본 적이 없다. 지금처럼 별다른 자성 없이 대학 운영의 초점을 중간관리자 양성에 둔다면, 단기적으론 취업준비생들의 ‘먹고사니즘’에 도움이 될 순 있겠지만 장기적으론 동문 전체의 사회적 평판에 누를 끼칠 수도 있다.

 생각해보라. 추세대로라면 ‘이류 대학’의 머리가 될 수 있을지언정 일류 대학 틈바구니에 들어가긴 어렵지 않겠는가. 지금 중앙대는 스스로 유리 천장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대학 운영을 ‘기업 경영’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역시 적잖은 사람들이 이런 등식을 자연스레 여기니 또 한마디 보태보자. 지금의 학교 운영 기조는 바람직한 경영 전략이 아니다. 재단이나 대학본부는 구성원들을 적자생존의 도가니에 몰아넣는 걸 가장 손쉬운 문제해결책으로 여기는 듯하다. 학문단위 구조개편안 역시 처음에는 비인기학과를 도태시켜 대학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흔한 처방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이런 발상은 20세기에나 유행하던 해묵은 구조조정 수법에 지나지 않는다.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을 일으켜 ‘외부불경제’라는 또 다른 비용을 만들어낼 게 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성원들의 거센 반발만 사고 있지 않은가.

 물론 구조개편안이 수정되어 본부 역시 학문단위에 ‘보이지 않는 손’만 들이밀 순 없다는 사실을 수긍한 셈이 되긴 했다. 그렇지만 지금의 형국은 (마치 그 옛날 등록금 협상처럼) 대학본부는 일방적으로 계획안을 발표하고, 구성원들은 대립각을 세우며, 첨예한 갈등 속에 절충안으로 사태가 잠잠해지는 오랜 관례를 답습하는 쪽에 가까워 보인다.

 근자에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어느 것이 바람직한 학문 전략인지에 대해 숙의는커녕 별다른 토론도 없었다는 데 있을 것이다. 더 말할 것도 없이, 일류 대학을 지향하는 현명한 경영이라면 교육부 방침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단기적 역량 이상으로 장기적 안목 또한 갖춰야 하는데 말이다.

 강력한 윤리적 태도를 바탕에 두고 구성원들의 거버넌스 참여로 ‘리스크’를 통제하면서 지속가능한 발전과 상생의 기틀을 마련할 수는 없을까. 대학에 공공성이 사라지는 건 비탄할 일이지만, 어쩌면 그에 반한다는 경영 전략조차도 구태를 답습하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김성윤 강사
사회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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