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상파 방송 3사에서는 ‘아빠’가 아이를 돌보는 모습을 담은 방송들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이런 방송들의 인기 요인으로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모습을 꼽을 수 있다. 물론 아이가 울면 어찌할 바를 모르는 초보 아빠의 웃긴 모습을 보기 위한 시청자들도 많다. 나의 아빠처럼 자신이 아이를 키웠을 때를 회상하며 추억에 잠기는 것을 즐기거나 혹은 다른 아빠의 모습을 보며 배울 점을 얻으려는 시청자들도 있다.

 대한민국 여성은 전통적으로 가부장적 가족 구조 내에서 재생산의 역할을 담당했다. 과거에 임신, 출산 및 육아 등의 가사 노동은 모두 ‘엄마’의 몫이었다. 아이들에게 아빠는 항상 말 없는 무서운 존재였다. 하지만 이제는 막강한 힘을 가진 매스미디어에 아이를 안고 있는 아빠들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아빠가 아이를 양육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방송에서 아빠들은 육아가 얼마나 힘든지 몸소 깨닫게 된다. 부인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갖게 되고 더욱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한다. 모방 심리 때문인지 아빠가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방송들이 증가하자 대한민국의 아빠들은 달라졌다. 실제로 어린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개설된 문화교육 프로그램에 아빠와 함께 오는 아이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남성이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었다는 점에서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는 아빠들의 모습을 담은 방송은 의미가 크다.

 아빠들은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어 주는 슈퍼맨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들에게 육아는 큰 부담이다. 아직도 여성들은 일과 가족을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서 고민하고 있다. 얼마 전 큰 인기를 몰았던 ‘미생’이라는 드라마에서도 ‘워킹맘’의 고충이 여실히 묘사되었다. 자녀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인사도 못 한 채 출근길로 향해야 했던 워킹맘이 자녀의 그림 속에 얼굴 없이 표현되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큰 공감을 자아냈다.

 여성들뿐만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육아는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다. 그러나 TV에 출연하는 아빠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다. 그들의 아이들은 먹고 싶은 것을 다 먹을 수 있고 캠핑, 해외여행 등 다양한 경험을 누리며 풍족한 생활을 한다. 또한 연예인이라는 직업의 특징으로 인해 촬영을 핑계 삼아 부자 또는 부녀가 함께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보장되어 있다.

 이러한 가정을 보는 시청자들은 괴리감을 느끼게 된다는 여론이 있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려면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하지만 실제로는 아이들의 기저귀를 사기에도 빠듯하다. 또한 야근, 출장 등 바쁜 회사 일에 지친 남편들은 여전히 주말 내내 침대에서 잠을 자기 바쁘다. 현실 속에서 아이들과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가족에게 진짜 슈퍼맨이 되어주어야 할 국가는 부모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책적으로 여러 대안을 내놓지만 양육 부담 문제에 대한 완벽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는 못한 듯하다. 많은 사람이 양육에 대한 부담을 함께 나누지 않고 아이만 많이 낳으라고 권유하는 국가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양육의 책임을 여성에게 떠맡기던 과거의 모습과 달리 부모가 함께 아이의 양육을 책임지는 모습은 매우 긍정적인 변화다. 자녀의 커가는 모습을 함께 지켜보는 것만큼 부모에게 큰 기쁨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시대 부모들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감당하기 벅찬 육아 부담으로 인해 자식을 낳아 키우는 행복을 포기하고 있다. 아빠는 점차 슈퍼맨이 되어 돌아 왔지만 엄마와 아빠의 양육에 대한 부담은 여전하다. 양육 부담을 덜어 줄 ‘진짜 슈퍼맨’이 필요하다.

김예인 학생
사회복지학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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