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 조윤희씨
 
‘NEWS 모자이크’는 하나의 시사 사안을 모자이크의 한 조각으로 보고 이 사안들의 함의를 모아 새로운 이야기를 끌어내 보는 기획입니다. 연관성 없어 보이는 작은 조각들이 전혀 다른 큰 그림을 만들어내는 모자이크와도 같은 셈이죠. 이번주 NEWS 모자이크는 ‘문화부의 차관보 신설’을 한 조각으로 해서 ‘대학언론의 편집권 침해 실태’를 다뤄보고자 합니다. 문화부는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홍보처의 기능을 흡수하며 정부의 ‘대변인’역할을 해왔는데요. 정책 홍보를 강화할 목적으로 언론과의 소통을 전담할 차관보를 신설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야당은 정부가 ‘언론의 취재·기획 단계부터 보도까지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의도가 짙어 보인다’며 차관보 신설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사회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대학 사회의 언론은 어떠할까요. 대학언론의 편집권을 둘러싼 다양한 마찰과 대학언론의 구조 분석을 통해서 ‘대학언론의 편집권 실태’를 점검해봤습니다.
 

주간교수의 이해관계에 따라 임의로 지면 구성 변경돼
대학본부에 민감한 사안은 기사 삭제로 이어지기도

 
 
대학신문 들여다보기

문제를 인정하는 것, 생각보다 참 어려운 일이다. ‘닉슨의 사과’가 딱 그러하다. 닉슨 대통령에 의해 자행된 희대의 도청은 그 어떤 공산주의, 소비에트의 위협보다도 더 ‘미국적인 가치’에 치명타를 입혔다. 하지만 닉슨은 사과 한마디 없이 사퇴했다. 그 후에도 워터게이트는 들꽃처럼 미국 정치의 심장에서 항상 피어 있었다. 무려 29시간 동안 진행됐던 영국의 언론인 데이빗 프로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잘못했습니다. 실수였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닉슨의 사과를 듣기까지 3년의 시간이 걸렸다. 물론 미국인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모두가 인정했던 문제였기에, 한 사람의 인정은 본 사건의 파문보다 천천히, 작게 일었다.

 언론이 언론의 문제를 다루는 것은 닉슨의 사과와도 비슷할 수 있다. 공공연한 문제를 이제 와 알아본다는 점에서 그 후안무치가 비슷하다. 하지만 4,500만의 시청자들이 닉슨의 사과를 지켜봤다. 반응이 싸늘했을지언정 관심은 뜨거웠다. ‘편집권 침해’로 살펴보는 대학언론의 현주소도 뜨거운 관심이 필요하다.  
  
 
주간교수 성향 따라 편집권도 제각각

 주간교수는 각 대학이 정한 학칙에 의해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보통 발행인(총장)을 대신하여 신문의 편집, 보도 및 예산 등 신문사 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관장하도록 돼 있다. 학생들로만 구성된 학보사 운영을 원활히 하는데 그 의의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주간교수가 신문제작에 필요한 수준을 넘어서 개인의 성향이나 이해관계에 기반해 과도하게 편집권을 침해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동국대학교 학보사인 ‘동대신문’은 지난 23일 발행 예정이던 1561호 신문을 발행할 수 없었다. 총장 선출 문제로 대학이 시끄러운 가운데 조판 당일 주간교수인 김관규 미디어센터장(신문방송학과 교수)이 ‘신문을 발행할 수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신문은 발행일을 지킬 수 없었고 주간교수는 사퇴했다.

 조판회의에서 문제가 된 것은 크게 3가지였다. 총장 선출이 지연되는 것에 대한 ▲설문조사 ▲사설 ▲보도기사에서 학생기자들과 주간교수가 접점을 찾지 못했다. 동국대는 총장 선출을 두고 종단의 외압논란과 총장 후보의 논문표절 의혹, 이사회의 파행운영 등으로 다뤄야 할 학내 보도 사안이 많은 상태였다. 발행예정이던 1561호 신문에서는 총장 선출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한 학생들의 설문조사 결과가 들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조판 당일 주간교수는 설문조사의 비과학성을 지적했다. 표본도 충분하지 않은 데다 무작위추출이 아니라 편의적 추출을 해 대표성을 띄기에 무리가 있다는 것이었다. 학생기자 측도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고, 설문조사의 한계성을 지면에 명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해당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보도기사와 사설의 내용도 문제로 삼았다. 이에 대해 김관규 미디어센터장은 “해당 호의 기사가 편향적이었고 팩트체크도 제대로 안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기자 측은 해당 주간교수가 특정 총장 후보를 지지해 신문의 내용을 문제 삼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설문조사의 결과와 보도기사는 주간교수가 지지하는 총장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동대신문 이승현 편집장(국어국문학과 4)은 “해당 주간교수가 특정 후보의 입장이 담긴 서류를 주면서 ‘그것이 사실이다’고 말하거나 ‘특정 후보는 논문을 표절 하지 않았으며 불공정한 조사를 받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말했다. 이어 “보도기사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이사회의 의견을 실어주라’는 주간교수의 지시도 받았다”고 덧붙였다.

 2013년 12월 20일에 발행된 ‘외대학보’ 967호 신문 1면 기사는 ‘우리학교에서 보내는 세계 속의 아리랑’이었다. 해당 기사는 아리랑을 9개 언어로 부르는 교내 행사에 관한 내용으로 애초 편집계획서에 따르면 1면 하단에 들어가는 작은 분량의 기사였다. 2013년 외대학보 편집장이었던 신민지 학생(태국어통번역학과 4)은 “해당 기사는 1면 맨 아래에 들어가는 800자 분량의 기사였다”고 말했다.
 
 해당 기사가 1면 머리기사로 배치된 것은 주간교수의 이해관계 때문이었다. 신민지 학생은 “해당 행사의 주최자가 다름 아닌 주간교수였기 때문에 1면에 실린 것이다”고 말했다. 해당 주간교수는 기존의 편집계획서를 무시하고 같은 호의 4면 기사도 특별기고로 대체했다. 특별기고는 ‘대학언론의 위기’에 관한 글로 주간교수가 직접 쓴 것이었다. 신민지 학생은 “4면은 원래 정해진 기사가 있었는데 학교의 편집지도가 왜 심해질 수밖에 없는지에 관한 기고가 들어갔다”며 “특별기고를 넣지 않으면 발행을 허가해주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주간교수와의 마찰로 같은 해 6월에 발행된 962호 신문에는 기존에 들어가려던 기사 대신 2012년에 외대를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의 사진이 들어가는 우스꽝스러운 상황도 벌어졌다.  
 
학교와 재단을 욕보이게 하지 마라

 대학본부 또는 재단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 주간교수가 과도하게 편집권을 행사하는 사례도 있다. 주간교수는 보통 대학본부가 임명한다. 대학본부에 대해 비판의 각을 세우는 기사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 23일 발행된 성대신문 1578호의 학술면 기사는 지면에 실리기까지 어려움이 있었다. 성대신문은 주간교수가 수요편집기획회의에 참여해 최종 지면구성 계획을 정하고 있다. 현재는 주간교수가 일정상의 이유로 언론사무국의 행정간사에게 해당 업무를 위임한 상태다. 학술면에 실릴 기사는 해당 대학의 인문학과 교수들에게 인문학에 대해서 들어보는 인터뷰기사였다. 하지만 행정간사는 수요편집기획회의에서 대학언론사로 문과대학 교수협의회가 중앙대 교수 공동비상대책위원회를 지지하는 성명서를 낸 것을 언급하며 ‘시기가 좋지 않다’는 등 소재 자체를 다루지 말 것을 요구했다. 해당 기사는 학생기자 측이 ‘인문학에 대한 대학본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서 들어보는 것이다’는 취지를 설명함으로써 지면에 실릴 수 있었다. 성대신문 김은솔 편집장(사학과 3)은 “교수의 인터뷰에서 인문학에 대한 대학본부의 정책을 비판할 우려가 있어 학교에 비판적인 요소를 모두 뺄 것을 합의한 뒤 기사를 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S(여)대신문은 총장관련 기사에 대한 학교 측의 간섭이 심하다. 해당 신문사의 김성연 편집장(가명)은 “총장에 비판적인 기사의 경우 신문을 발간하기 위한 결재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S(여)대 신문의 경우 월요일에 기획 회의를 진행하고 이때 결정된 회의 사안들을 회의서로 추합해 목요일에 주간교수와 편집장이 회의를 한다. 신문이 발간되기 전 주간교수와 총장에게 회의서가 결재를 받아야 기사 작성이 이뤄진다. 위와 같은 시스템으로 인해 총장에게 비판적인 기사를 자유롭게 쓸 수 없는 상황이다. 김성연 편집장은 “원치 않았지만 총장 비리를 다뤘던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대한 반박기사를 써야했던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재단으로 있는 성균관대의 경우 재단 관련 사안에 대해 특히 민감하다. 지난해 겨울 방학 중에 제작된 방중호(1555호)는 <또 하나의 약속>이란 영화에 관한 기사를 실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해당 영화가 재단 기업인 삼성 반도체 공장 노동자의 죽음을 다룬 영화이기 때문에 지면에 실릴 수가 없었다. 당시 주간교수는 조판 당일 작성된 기사에 대한 삭제를 요청했고 기사는 광고로 대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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