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본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대학신문의 구조
편집권 침해의 가능성 배제할 수 없다
 

 

대학신문은 대학본부의 지원과 관리를 받는다. 학생들의 힘만으로는 몇 만부의 신문을 제작하고 인쇄할 수 없다. 대학신문은 대학본부의 산하기관에 귀속돼 있어 생존을 보장받는다. 영국의 철학자 토마스 홉스는 국가가 탄생한 이유에 대해 인간이 생존을 위해 자신의 주권을 공공공의 권력에 이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탄생한 국가의 정부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거만의 왕, ‘리바이어던’이 됐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주권을 내주었다. 그렇다면 대학신문은 생존을 위해 무엇을 내주었을까.
 
서울에 있는 11개 대학신문사를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신문의 발행인은 모두 총장이었다. 발행인은 신문의 전 과정과 관련한 총 책임자다. 편집인은 총장 혹은 이사장에 의해 임명되며 발행인을 대신해 신문의 편집·제작과 관련된 업무를 총괄한다. 11개 조사대상 대학의 경우 편집인이 교원인 경우가 많았다. 성균관대 등 7개 대학의 편집인은 교원이었고 서강대와 서울대의 경우 학생 편집장이 편집인을 맡고 있었다. 숭실대의 ‘숭실시보’와 경희대의 ‘대학주보’에서는 총장이 편집인을 겸하고 있지만 학생 편집장이 실질적인 편집인의 열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학생에게 편집권이 있는 4개의 대학도 교원이나 교직원을 신문의 편집·제작에 업무를 하는 행정간사로 두고 있었다. 이 중 서강대를 제외하고 3개 대학에서는 주간교수가 신문 편집·제작에 관여하고 있었다. 서강대의 ‘서강학보’는 학생 편집장이 신문 제작의 전 과정을 총괄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교원·교직원들의 신문 제작 과정에서의 참여는 회의를 통해 주로 이뤄진다. 신문 제작 과정에서 진행되는 회의는 각 대학신문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크게 기획·편집회의와 조판회의로 구분된다. 기획·편집회의에서는 기사의 아이템과 지면 구성을 기획하고 조판회의는 작성된 기사를 교정·교열하고 점검하는 과정이다. 교원·교직원은 주간교수나 행정간사 등의 직책으로 해당 회의에 참석한다. 조사대상인 11개의 대학 중 9개 대학신문사의 조판 과정에 교원·교직원이 참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균관대·S(여)대의 경우 교원·교직원이 기획·편집회의에도 참석하고 있었다. 성균관대 언론사무국 채성찬 과장은 “행정간사가 매주 기획·편집회의에 참석해 지면의 구성, 기사의 아이템 등에 대해 기자들과 의견을 조율한다”고 말했다.
 
▲ 동대신문사 입구 앞에 동국미디어센터가 위치해 있다. 사진 심우삼 기자
교원·교직원의 신문 제작 과정의 참여는 대학 규정을 통해 보장받고 있다. 11개 대학의 대학언론 관련 규정을 살펴보면 모두 교원·교직원이 신문의 편집·제작 과정에 개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경희대의 ‘대학주보사규’에는 ‘주간은 사장을 보좌하여 본보의 편지, 제작 및 운영에 관한 제반 업무를 총괄하며 기자들을 지도한다’고 기재돼 있다. 다른 대학의 규정도 일부 차이는 있지만 이와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주간이 신문의 편집·보도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고 학생기자를 통솔한다’, ‘주간은 사장의 명을 받아 사업 및 운영에 관하여 전반적인 사항을 관장한다’ 등의 규정이 그렇다. 그러나 해당 규정들은 명확하게 주간 또는 주간에 준하는 직책의 권한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학별로 교원·교직원의 편집권 행사의 수위가 다르게 나타난다. 7개 대학의 경우 교원·교직원이 기사의 문맥 및 오탈자를 수정하고 기사의 방향에 대해 조언·지도하는 수준으로 신문 제작에 관여하고 있었다. ‘외대학보’ 측은 “주간교수가 기사의 중립성이 잘 지켜지도록 학생들을 지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머지 4개 대학에서는 교원·교직원이 기사의 제목과 내용 수정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편집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특히 이런 요구는 대학본부가 민감해하는 학내사안에 집중됐다. ‘국민대신문’의 박상호 편집편성국장은 “간단한 보도기사는 오타 정도만 체크하지만 민감한 사안과 관련된 강한 논조의 기사는 내용과 문투를 수정하자고 학생들에게 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학생기자들은 대학본부가 임명한 주간교수와 기획·편집회의와 조판회의를 통해 견해차가 존재하는 기사의 문장·논조·내용·제목 등에 대한 협의를 진행한다. 타협점을 찾아 신문을 정상적으로 발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교원·교직원이 과도하게 편집권을 행사하거나 학생 측이 입장을 굽히지 않을 때는 해당 기사가 실리지 못하거나 심할 경우 정간 또는 백지발행이 되는 경우도 있다. 11개 대학 중 4개 대학은 최근 2년 동안 신문의 일부 면이 백지로 발행되거나 신문 발행이 중단 또는 연기된 전력이 있다. 대학본부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학신문의 구조상 신문 제작을 두고 학생과 대학본부의 마찰은 끊임없이 빚어지고 있다. 구조는 생존을 보장한다. 하지만 생존하기 위해 그것보다 값진 것을 지불해야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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