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이 되었다. 후배들에게 밥을 사주고 있는 나 자신을, 신입생들에게 인사를 받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선배들에게 어떻게 밥을 사달라고 말을 걸까 고민하던 어설픈 새내기였는데 말이다.

 그런데 어느새 나는 2학년이 되었고 작년에 내게 밥을 사줬던 13학번 선배들은 어느새 ‘사망년’이 되어 학과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이와 함께 나의 마음가짐도 작년과는 사뭇 달라졌다. 특히 11학번인 나의 언니는 고시 공부를 하기 시작했는데 몇 년 전 활발하게 학교생활을 하던 언니가 고시생이 되어 공부만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내 마음도 함께 무거워지곤 한다. 그리고 비단 나만이 이렇게 생각하고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이 아니리라는 것을 어느 정도 확신한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스무 살 새내기’가 아니었다. 작년에는 스무 살이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자부심을 가졌다. 솔직히 말하면 이유도 모른 채 그저 스무 살이라고 하면, 새내기라고 하면 모두 나를 부러워했고 단지 그게 자랑스러웠을 뿐이다. 그런데 이제 ‘20 +α’의 나이가 되니 어려도 마냥 어리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생일이 지나고 나서는 만으로도 20대에 접어드니 진짜 성인이 되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어깨가 조금은 더 무거워진 것 역시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이제 나도 서서히 어른의 길에 접어들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내 안의 걱정과 근심이 발칙하게 고개를 들었다.

 스무 살에는 마냥 대학생활을 즐기느라 덮어두고 살았던 여러 가지 고민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큰 고민은 복수전공 선택이다. 작년에 남들 다 복수전공을 신청할 때, 나는 내가 뭘 하고 싶은지를 몰라 고민하다가 결국 신청조차 하지 못했다. 날이 다가올수록 올해는 꼭 결정해야한다는 압박감이 더해져간다. 또한 사라져가는 남자 동기들의 빈자리도 실감이 난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매일 연락하던 친구들에게 이제는 편지를 쓰게 되었다. 수업에 들어가면 40명 중 남자가 서너 명 밖에 되질 않으니 허전하고 공허함을 자주 느끼게 된 것 같다. 연애 역시 큰 걱정거리다. 대학에 들어오면 남자친구가 생길 거라 굳게 믿고 고등학교 3년 내내 연애와 담을 쌓았는데. 작년에는 새내기 라이프를 한껏 즐기기 위해서라고 변명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변명할 수가 없다.

 나의 주변 사람들은 ‘아직 21살에 2학년밖에 되지 않은 애가 왜 그렇게 걱정이 많으냐’, ‘왜 그렇게 고단해 하느냐’고 말한다. 내가 아직 2학년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벌써부터 고민할 일들이 넘쳐나지만 주위에선 이것이 고작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아직 고생할 일이 많이 남았다는 것은 행복할 일도 많이 남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나는 벌써 21살이라고 말하지만, 어떻게 생각해보면 여전히 ‘아직’ 21살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요즈음 친구들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 중 하나가 ‘난 지수쓰 21살인디?’이다. 이는 ‘난 21살이고 아직은 젊고 어리니까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다’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유행어이다. 나는 종종 친구들과 대화하다가 힘든 일이 있을 때, 걱정되는 일이 있을 때 내뱉곤 한다. 우스갯소리로 시작한 말이 점점 머릿속에 맴돌고 은근히 힘이 되는 걸 느꼈다.

‘그래, 나 아직 21살이지’하면서 아직은 할 수 없는 일보다 할 수 있는 일이나 해도 되는 일이 더 많을 것이라 믿는다. 난 아직 인생의 4분의 1도 안 왔으니, 이제 앞으로 행복할 일들이 4분의 3이나 남았으리라 생각한다. 삶의 무게에 힘겨워하는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난 ○○쓰 ○○살인디?’ 하고 입 밖으로 한번 내뱉어보기를 권장한다. 그리고 다들 힘냈으면 좋겠다. 우린 아직 젊으니까.

박지수 학생
프랑스어문학전공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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