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늘과 사귀다』이영광 | 랜덤하우스코리아 | 149쪽
 '그늘과 사귀다’ 라는 말이 어째 섬뜩하기까지 하다. 제11회 미당문학상을 수상한 이영광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그늘과 사귀다』의 중심 소재는 ‘죽음’이다. 이영광 시인이 육친의 죽음을 겪으며 느꼈던 고요한 사색과 죽음의 탐구에 몰입하는 양상이 시집 전반에 잘 드러난다. 시인은 이런 죽음을 허무나 절망으로 규정짓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그는 살아 있는 ‘푸른 잎’과 죽어 있는 ‘검은 잎’을 한 몸에 지니고 있는 느티나무의 그늘처럼, 우리 삶에 드리운 죽음의 그늘 속에서 우리가 느끼는 삶의 비애를 정교한 언어로 표현했다. 비애를 삶의 의지로 환원시키는 것이다.

이영광 시인에게 ‘죽음’은 역설적으로 ‘생의 계기’이기도 하다. 그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을 통해 사회 속에서 벌어지는 죽음들도 정시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흙탕물이 맨발을 적시듯이, 전력을 다해 사람은 찾아오고, (…중략) 그리움이 더욱 지친 그리움을 알아보리라’라는 시의 구절처럼 전력을 다해 살아가고 그리워하는 것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들의 마땅한 몸짓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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