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외 교수에게 물었습니다
중앙대 계획안을 둘러싼 핵심쟁점들에 대한 학내외 교수들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Q1. 모집단위 광역화에 따른 득실은?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은 점수에 맞춰 대학에 진학하게 되죠. 중앙대는 1학년 때부터 Academic Advisory System을 도입해 학생들의 적성을 찾아 줄 겁니다. 추후 전공을 선택할 때 본인의 적성에 맞는 학문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한 형모습이라 생각합니다.”
김병기 교수 
중앙대 기획처장 / 법학전문대학원  
 
  “계획안은 학과제만큼의 과별 행사나 공동체 활동을 하기 어려워요. 학과가 없어 소속감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전공이 있어도 학생들이 피상적으로만 관계를 맺을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윤지관 교수 
덕성여대 영어영문학과
 
광역모집의 문제점, 해결방안 있다
 
  -대형강의화 등의 강의 질 악화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김병기 기획처장(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대형강의화로 강의의 질이 떨어진다는 주장인데요. 강의가 반드시 대면으로만 이뤄진다는 생각의 틀을 달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 등을 통해 온라인에서도 수업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310관이 완공되면 공간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외에 교원 수급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본부는 더 많은 투자를 할 예정입니다.”
 
  -학생문화가 위축된다는 주장이 있다.
  김병기 기획처장 - “학생사회가 축소되도록 놔두지 않겠습니다. 다만 학생들에게 학생문화의 범위를 전공으로 한정 짓지 말기를 부탁드립니다. 그 범위를 중앙대 전체나 단대로 넓힐 필요가 있죠. 동아리 활동 등을 활성화 시키는 방안도 계획 중입니다.”
 
  -전공에 진입하는 시기가 늦어져 전공 전문성이 떨어지지 않겠나.
  김병기 기획처장 - “전공선택제가 된다고 해서 변하는 것은 없어요. 현재 기준으로 전공심화과정은 전공기초를 10~21학점, 전공을 66학점 이수해야 합니다. 계획안에선 기존 전공기초가 공통전공기초로 변경돼 18학점을 이수해야 하죠. 전공 진입 후엔 전공 심화의 경우 60학점을 들어 총 78학점을 이수해야 합니다. 학과제와 큰 차이 없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맞지 않는 전공을 선택하게 된다면 학점을 많이 듣는다고 해도 전공 몰입도는 떨어지죠. 그러나 자신이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게 된다면 자연스레 전공 몰입도가 상승됩니다. 또한 전공의 특수성이 인정되는 공대와 예술대는 각각 1학년을 마치고, 입학과 동시에 전공을 선택되므로 전공 전문성엔 문제없습니다.”
 
  중앙대 A 교수 - “지금의 학사과정에선 전문성을 논할 수 없어요. 현재 대학 4년 동안 배우는 것은 그 전공의 교양 수준을 배우는 정도이죠. 그 전공의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선 대학원에 진학해야 합니다. 과거엔 학사과정에서만 졸업해도 학사과정에서 배운 내용을 바로 사회에서 쓸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해요. 학문들이 더 세분화, 전문화됐기 때문이죠.”
 
늦은 전공 선택의 피해는?
 
  -실제로 계획안이 시행된다면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이 넓어질 것으로 보이나.
  유홍식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 “내년 신입생 중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에 올 수 있는 학생은 기준인원의 120%을 감안해서 72명입니다. 그런데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에 지원한 학생이 300명이면 어떻게 하죠? 약 200명은 원하는 전공에 가지 못하게 됩니다. 계획안은 학생들이 다양한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모집단위를 광역화 하다보면 교수나 학생의 전공에 대한 소속감이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윤지관 한국대학학회장(덕성여대 영어영문학과) - “중앙대의 계획안은 결국 소속감이 문제가 될 수밖에 없어요. 학교에 입학했는데 정해진 소속이 없어 챙겨줄 수 있는 선배나 교수가 없기 때문이죠. 나중에 전공에 진입하더라도 지금 학과제에서의 학생자치활동과 같은 밀도는 나올 수 없습니다.”
 
  -대학본부는 지도교수-선배학생-진로전문가의 유기적 상담체계를 지원하는 Academic Advisory System을 도입한다고 한다. 소속감에 있어 도움이 될 것 같은데. 
  김호성 교수(전자전기공학부) - “Academic Advisory System은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않을 것입니다. 소속이 정해져 있는 학생(학과제)과 어디로 갈지 모르는 학생(계획안)과 진행하는 상담은 질적인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소속이 약화되면 책임감도 덜해지니까요.”
 
  -전공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져 전공의 전문성이 약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유홍식 교수 - “2학년때 전공을 선택하게 되면 아무래도 학문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집니다. 2학년이 돼서 전공과목을 제대로 듣게 되니 전공의 심화성이 떨어지죠.”
 
  -대학본부는 ‘공통전공’ 과목을 신설해 2차 학기 내지 3차 학기 동안 다양한 전공과목을 듣게 하겠다는 입장인데.
  김호성 교수 - “학과제에서도 충분히 복수전공, 융합전공 등을 통해서 다양한 전공과목을 들을 수 있어요. 기존 계획안이 학과제와 다를 바가 없는데 학과제보다 전공교육이 강화된다고 하는 것은 말이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Q2. 융·복합 학문단위 신설에 실효성있나?
  “융·복합 학문단위의 신설 부분은 2016년도에 바로 도입하지 않고 도입 시기를 2017년으로 미뤄 그 전까지 교수들과 조금 더 논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전공의 폐지와 신설 부분은 신중히 결정할 것입니다.”
김병기 교수
중앙대 기획처장 / 법학전문대학원  
 
  “충분한 검토와 토대 없이 융·복합이 될 경우엔 시너지가 나오기 힘들어요. 뿌리가 있어야 융합이 있습니다. 융합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학과라는 뿌리가 튼튼히 있어야 합니다.”
박장연 교수 
성균관대 글로벌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학과
 
학과 간의 벽 허무는 것은 아니다
 
  -학문단위의 융·복합은 기존 학과제에서도 가능한 것 아닌가.
  김병기 기획처장 - “물론 학과제에서 융·복합이 가능합니다. 중앙대는 학과제가 극단적인 폐해가 있어 전공선택제를 선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입학정원 조정의 용이성과 학생들에게 전공 선택의 폭을 넓혀주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학과제에서는 이런 효과를 얻는 것이 쉽지 않죠.”
 
  A 교수 - “지금의 틀에선 융·복합이 쉽게 이뤄지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지금 중앙대에는 융합전공으로 문화콘텐츠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400명이 넘지만 정규 전공으론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생각해보면 학과간의 벽을 허물 필요가 있죠.”
 
  -학과의 틀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 것 같다.
  김병기 기획처장 - “학과 틀에 대해서는 일률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학문의 정체성을 유지하려면 학문의 벽이 어느 정도 필요한 것도 사실이죠. 전공사무실을 유지하고 교수의 소속을 기존 단대에서 전공으로 바꾼 것도 이런 생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반면 융·복합하기 위해 벽을 허물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다른 것일 뿐이죠. 예를 들어 국어국문학이 언어공학으로 융·복합된 다면 융·복합 과정에서는 전공의 벽을 허무는 것이고 국어국문학의 학문적 가치를 지키는 부분에선 벽이 존재할 수 있는 것입니다. 탄력적 운영이 가능한 부분인거죠.”
 
  -학부 수준에서의 융·복합이 크게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있는데.
  김병기 기획처장 - “융·복합 학문단위가 교육단위만의 융·복합만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융·복합 학문단위가 신설되면 새로운 연구 집단도 생기게 되죠. 그 연구 집단은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고 그 지식은 학생들에게로 자연스레 내려올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학부 수준에서도 융·복합이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뿌리 없는 융·복합은 힘들어
 
  -계획안이 융·복합 학문단위를 신설하는 데 실효성이 있을 것 같나.
  김동택 교수(서강대 국제한국학전공) - “충분한 검토 없이 이뤄지는 학문 간 융합은 시너지 효과가 아니라 오히려 갈등요소를 만들어냅니다. 충분한 검증이 되지 않은 채 제도상으로 만들어지는 학문 간 융·복합은 문제가 있습니다.”
 
  -융·복합을 좀 더 용이하게 하기 위해 대학본부에서는 충분한 준비기간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박거용 대학연구소장(상명대 영어교육학과) - “시간을 줘도 학문 간 친화성이 없다면 융합이 될 수 없어요. 계획안은 경쟁력이 없는 비인기전공을 다른 전공과 융합하겠다는 것이죠. 친화성 없는 학문끼리는 절대 융·복합이 될 수 없습니다.” 
 
  -교수에게 두 학문의 소속을 부여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교수의 소속이 융·복합에서 중요한 요소인가?   
  김동택 교수 - “교수들은 각자 자기 전공분야에 대한 정체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겸직이나 겸임을 할 경우 학문의 정체성에 있어 상당한 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학과제를 실시하는 많은 대학들이 융·복합을 시도하고 있지만 점점 실패하고 있다. 
  유홍식 교수 - “물론 많은 대학에서 융합전공, 연계전공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점점 없애는 추세죠. 교수가 자유롭게 연구를 하고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단순히 학과를 폐지한다고 융합이 잘된다고 볼 수 없습니다.”
 
  -제대로 된 융·복합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박장연 교수(성균관대 글로벌바이오메디컬엔지니어링학과) - “뿌리가 있어야 융합이 제대로 되죠. 학과제가 유지된 상태에서 융합을 해야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학과라는 기반 없이 융합되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방황할 수 있어요.”
 
 
  Q3. 인문학 같은 기초학문이 황폐화되지 않을까?
   “인문학을 사람들이 찾지 않을 것이란 걱정을 하지만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과거방식의 인문학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인문학이 나와야 하죠. 교수들이 조금 더 치열하게 준비한다면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A 교수 
중앙대
 
  “전공 간 자율적인 경쟁을 하라고 하면 당연히 인문학이 학생들에게 선택을 받지 못하죠. 결정적으로 취업에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니까 인문학 전공이 살아남기 어렵다고 봐요.”
유홍식 교수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인문학의 황폐화, 기우일 뿐
 
  -사회적 수요가 적은 기초학문이 사라질 우려가 있다.
  김병기 기획처장 - “인문학을 없앤다는 것은 기우일 뿐입니다. 순수 인문학의 학문적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 중에 있습니다. 그중 하나로 광역모집을 인문사회계열로 확대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인문사회대로 묶어 광역모집을 한다면 인문학과 같은 기초학문이 비인기전공이 될 수 있겠죠. 하지만 인문대나 자연대로만 광역모집을 한다면 전공의 존폐가 문제가 될 만큼 쏠림현상이 심화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A 교수 - “어느 전공이 없어지느냐 마느냐는 지금 당장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사라지게 되고 변화에 대응한다면 살아남는 것입니다. 지금의 인문학은 과거의 지식만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인문학이 인간다움의 지혜를 가르치는 학문인만큼 새로운 시대를 살아갈 지혜를 가르칠 필요가 있습니다. 칸트, 데카르트, 공자가 어떤 이야기했는 지보다 새로 다가올 로봇시대, 사이버시대에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해야 할 지를 가르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회적 수요에 이끌려 다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김병기 기획처장 - “사회적 수요를 무조건 따라가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학생들의 취업·진학·창업 등의 과정에서 사회변화에 유연히 대처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것입니다. 사회를 이끄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계획안의 목표입니다.”
 
  A 교수 - “과거엔 대학에서 만들어진 학문이 사회의 자양분으로 활용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학이 사회적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죠. 오히려 사회에서 대학에 새로운 학문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계약학과 같은 것이 그런 형태죠. 지금의 상황에서 대학이 사회를 이끌기 위해선 학문 간의 융·복합 등 변화를 통해 계속적으로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전공의 빈익빈 부익부 심화될 것
 
  -계획안을 추진하면 소위 인기전공으로의 쏠림현상이 일어날 것 같다.   
  윤지관 한국대학학회장 - “학생들은 취업이 잘 되는 전공을 선호하기 때문에 한쪽으로 몰리는 현상이 생깁니다. 취업이 잘 되지 않는 인문학과는 학생 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교수의 수도 줄어들게 되죠. 결론적으로 비인기전공의 교육환경은 열악해질 수밖에 없어요.”

  -대학본부는 인문학 활성화를 위해 liberal Arts Education, 인문학 전공 6학점 의무 이수 방안을 내놓았다.
  유홍식 교수 - “인문학과가 폐지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문학적 소양을 강화해야 합니다. 인문학과에 대한 확실한 보호 장치 없이 인문학 전공 6학점 의무 이수 만으로는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인문학이 오히려 융합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지 않을까.
  윤지관 한국대학학회장 - “지금 사회적 분위기는 교양 소양이 중시되는 분위기가 아닙니다. 인문학이 경시되는 현실을 감안했을 때 비인기전공인 인문학 전공을 융합하겠다는 것은 인문학을 살리는 방안으로 보기 어려워요.”
 
  -대학이 사회적 수요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변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 오히려 문제 아닌가. 
  유홍식 교수 - “그 논리를 수용하면 사회가 요구하는 직장인만 양성하면 되잖아요. 공무원 사관학교를 만들면 되지 않나요? 대학은 다양한 학문이 어우러져 훌륭한 인재를 양성하는 곳입니다. 단순히 사회의 수요에 끼워 맞추기는 힘들죠.”
 
  -기업의 논리를 대학에 적용했을 때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가 되는가. 
  박거용 대학연구소장 - “기업의 논리에 따라 경쟁력이 없는 전공을 폐지시켰는데 시간이 지나 그 전공에 사회적 수요가 생기면 어떻게 할 것입니까? 대책이 없죠. 학문의 속성을 무시하고 경영논리로 대학을 운영할 경우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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