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느낌이다.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안(계획안)’ 발표 이후 학내의 모든 논의는 이 블랙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대신문의 역할과 임무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인다. 정보의 접근성이나 분석, 이해도에 있어 중대신문을 따라올 매체는 학내에 아직 없다.

 중대신문은 개강 후 3주 연속 1면 탑 기사로 계획안을 둘러싼 쟁점을 다루고 있다. 학내뿐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은 상당한 부담과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일이다. 중대신문 기자들이 균형을 잃지 않고 이를 차분하게 보도하고 있는 것은 분명 칭찬받을 만한 것이다. 그럼에도 편집이나 기사 작성에 있어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3월 16일자 중대신문은 계획안이 대폭 수정될 것이라는 기사를 1면의 메인기사로 실었다. 자구 하나하나에 민감한 시기라 기사의 긴장도가 행간에서 절로 느껴지는 글이다. 다만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볼 때 기획팀장의 말을 인용한 것이 적절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계획안의 총괄 책임자가 기획처장인 만큼, 수정안 설명 역시 처장에게 직접 듣는 것이 맞을 것이다. 전공별 개설 교과의 폐강 기준에 대해 교무처장이 직접 언급한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인터뷰이에 대한 판단은 사안의 내용과 경중에 따라 제일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기사에서 눈에 띄는 생경한 표현 역시 바로잡아야 할 잘못이다. ‘장기간 학생 선호가 과소한 전공’이란 말은 일본식 한자로 정확한 의사전달에 방해가 된다.

 1면 사이드 기사인 ‘원로교수들의 항의 방문’은 불친절한 기사에 속한다. 전직 부총장이 포함된 원로교수의 명단이 정작 발표회에 참석한 교수 이외엔 제대로 명기되지 않았다. 사안의 중대성이나 학내 구성원들의 관심도에 비춰볼 때 최소한 성명서에 서명한 교수들의 명단과 직책은 보도되었어야 했다. 편집상의 실수였을 수도 있지만 이러한 보도 태도는 중대신문이 오해를 받는 원인이 된다.

 3월 9일자 중대신문 19면의 ‘수첩을 열며’ 칼럼은 ‘중대신문이 대학본부 홍보지’라는 일부 교수의 시각에 대해 강하게 반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대신문의 전반적인 보도 내용을 보면 이러한 시각이 편견에 의한 잘못된 판단이라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기자가 칼럼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직접 설명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는 식의 감정적 대응은 저널리즘의 신뢰성이라는 면에서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기사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선 반드시 지켜야 할 철칙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담담하게 써야 한다는 것이다. 칼럼도 기사이다. 기자가 먼저 감정을 드러내거나 감정이입을 부추기는 문장을 쓰면 독자는 공감하다가도 지지를 철회한다.

 독자들은 신문에 쉽게 공감하지 않는다. 때론 편파 보도라고 비판하고 정보가 부족하다고 불평한다. 그런 요구를 무조건 받아들이면 평생 좋은 기사를 쓸 수 없다. 중대신문의 분명한 입장을 갖고 학내 구성원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기사를 써야 한다. 어설픈 자기검열은 어느 편에도 이익이 될 수 없다. 정확한 정보를 과감하게 보도하라. 진정한 프로는 위기에서 빛나는 법이다. 중대신문은 그럴만한 전통과 실력을 갖추고 있다.

이연도 교수
교양학부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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