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학으로 모든
성공 여부 결정짓지 말아야

교육계 스스로도 
문제해결 위해 노력 필요
 
  “보라! 인간들은 일종의 지하에 있는 동굴에서 어두컴컴하게 살고 있는 것과도 같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에 나오는 수인 (囚人)들은 동굴 벽에 비친 자신들의 그림자를 실체라고 생각하며 산다. 손발에 묶인 사슬을 끊고, 동굴 밖으로 탈출하고 나서야 비로소 눈에 보이던 세상이 다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대학교에 갓 입학한 학생들도 한국입시제도라는 동굴에 갇힌 죄수다. 탈출을 하고 나서도 바깥 세상의 눈부심에 한동안 눈을 뜨지 못한다는 대목은, ‘나는 어떤 인간인가’를 알지 못하는 신입생들의 자화상과 닮아있다. 세상에 공부 잘하는 바보들이 넘쳐나고 있다. 
 
사회에서 원인을 찾다
  입시 위주의 교육이 공부만 잘하는 바보를 낳았다. 학벌주의가 공고하게 뿌리 내린 대한민국 사회에서 좋은 학교에 들어가는 것은 한 개인에 있어 일생의 ‘지상과제’일 수 밖에 없었다. 대학이 일종의 ‘로또복권’이 되는 것이다. 강인구 교수(교육학과)는 “대학입학이 곧 성공이 되는 교육 시스템이 문제다”고 지적했다. 학력이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는 것은 비단 한국사회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한다는 강박은 대한민국 고유의 문제이다. 강인구 교수는 “외국의 경우 절대적으로 좋은 대학과 나쁜 대학이 이분법적으로 나눠져 있지 않다”며 “우리 나라의 경우 이 대학이 아니면 안 된다는 사회의 강박이 입시 위주의 교육을 강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좋은 직업’이 사회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도 문제다. 개인의 적성과 흥미가 아니라 경제적 지표만을 기준으로 좋은 직업이란 것이 사람들의 인식에 뿌리박혀 있는 것이다. 강인구 교수는 “사회적으로 선망받는 직업은 정해져 있고 그 길은 경쟁이 치열하다”며 “개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사회가 그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좋은 직업이란 것이 정해져 있으니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성장한다. 제도권 학교 안에서의 ‘진로탐색’이 무력해 지는 것이다. 학생들은 그저 좋은 직업을 얻기 위해,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매번 시험을 보면서 서열을 매기는 데 집중할 뿐이다.
 
  자율교육학부모연대 조진형 대표는 “사고와 사색을 경시하는 학교 및 사회의 분위기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사고는 사유와 사색을 거쳐 최종적으로 합리적 문제해결을 하게 되는데 단순 암기 및 문제풀이가 이를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조진형 대표는 요즘 학생들을 ‘뿌리 없이 주는 물만 먹고 자라는 나무’에 비유하며 의식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교육계
  물론 사회만이 문제가 아니다. 한국 교육의 ‘변하지 않으려 하는 관성’에서 그 원인을 찾기도 한다. 교육 현장에서의 개혁과 변화는 필연적인 것이다. 변화하지 않는 교육은 진보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교육 정책과 현장의 기득권층에 의해 이러한 변화가 어렵다. 정상수 교수(교육학과)는 교육제도를 개혁하고자 하는 교육인의 의지부족, 현직 교사들의 태만, 정부의 지속적인 교육현장 점검 부재 등을 한국교육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정부의 실질적이고 심층적인 현장관리가 부재하기 때문에 교사들이 변화에 대한 강한 동기를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상수 교수는 “교육 현장에 있다 보면 많은 것을 느낀다”며 “보수체계 혁신 등 정부와 교사들이 강한 동기를 갖게끔 노력을 한다면 많은 교육 문제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한다. 공교육의 불신, 사교육 성황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공교육의 주체인 정부와 교사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진형 대표는 교육행정이 전시행정으로 흐르는 것을 지적한다. 수요자 중심의 교육정책이 시행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 교육현장의 상황과 고충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한국 교육과정평가원, 교육개발원 등의 행정 관료들은 실질적으로 학생 중심의 교육제도를 만들기 어렵다. 
 
  강인구 교수도 보여주기 급급한 오늘날의 교육제도에서 문제점을 찾는다. 한국 교육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본질은 바꾸지 않고 겉모습만 바꾼다는 것이다. 강인구 교수는 “한국사회의 교육은 미국의 교육 시스템을 반영해 8차 교육과정까지 변해왔지만 겉모습만 바꿔 왔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능에 EBS 교재를 반영하는 정책을 시행한 뒤 교육 현장이 EBS 문제풀이 장소로 전락한 것이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공교육은 끊임없이 문제를 재생산 할 수 밖에 없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