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로부터 원고 청탁을 받고 회상해 보니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지가 어느덧 25년이 훌쩍 넘어버렸다. 물론 그중에는 몇몇 미국 대학을 포함한 타대에서의 교육 경력도 포함돼 있다.

 나는 가끔 ‘경력이 많고 나이도 60이 되었으니 학생들 가르치는 일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 글쎄, 이리도 오랫동안 매 시간을 넘치는 열정과 의욕으로 임했다면 과장이겠지만, 특히 중앙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오늘은 강의하기가 싫다’라고 생각했던 기억은 거의 없다. 간혹 전날 밤의 극심한 불면이나 과음으로 인해 전신을 압도(壓倒)하는 피로감을 느낀 적은 있다. 하지만 이럴 때도 수업에 들어가서 일단 강의를 시작하고 나면 신이 나고 흥이 올라서 기분 좋게 강의를 마치곤 했다. 내가 천부적(天賦的)인 교사라고 자화자찬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좋다는 말이다.

 내가 아무리 가르치는 활동을 즐긴다 하더라도 나 혼자만 흥에 겨워한다면 이는 한낱 자아도취일 뿐이다. 학생들의 호응과 진지한 수업태도가 없다면 결코 신나는 강의가 될 수 없다. 나는 바로 이런 점에서 지금껏 내 강의를 들어 온 중앙대 학생들을 고맙게 생각하고 주저 없이 그들에게 그 감사함을 칭찬과 격려로 표현한다. 드물게는 따끔하게 나무라기도 하지만 말이다.

 나는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질문을 많이 한다. 정답을 요구하기보다는 학생들의 사고를 유발하려는 목적으로 하는 질문들이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어색해 하지만 일단 익숙해지면 나와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 같다. 아전인수(我田引水)격의 착각일까?

 중앙대 학생들 덕에 가르치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어 내게는 큰 행복이 아닐 수 없는데, 요즘 그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폭넓은 지식의 세계를 탐험하고 진일보한 미래를 모색해야 할 학생들이 취업의 중압감에 짓눌려 있는 모습이 참으로 측은하다.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수 있다면 아래와 같이 말해주고 싶다.

 사실 2008년 서구의 금융위기 이후 청년실업은 세계적인 현상이 되었으며 선진국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설상가상으로 날로 가속화되는 과학 기술의 발달이 많은 직업들을 사라지게 하고 있다. 소위 인기학과라고 취업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더욱이 인기에는 반드시 부침(浮沈)이 있다.

 취업난을 전적으로 환경의 탓으로 돌리라는 말은 아니다. 단, 졸업 즉시 취업이 안 된다고 자신을 비하하지 말고 인생을 조금 더 긴 안목에서 봐 달라는 것이다.

 나는 중앙대 학생들이 대단히 우수한 인적 자원이라고 확신한다. 진지하게 강의에 임하고 열심히 대학생활 하는 우리 학생들에게 밝은 앞날이 있길 충심으로 기원한다.
“My dear students! I wish you the best from the bottom of my heart.”

이성호 교수
교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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