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창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학부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안)’에 대해 논해보려고 한다. 이 사안에 대한 심각성을 작년 학생회장을 할 때부터 들어왔지만 이렇게까지 급진적으로 대학본부가 시행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작년에는 몇몇 학과가 통폐합될 것이고 어느 학과에는 인원이 변경될 것이라는 정도로 예측해보는 것에만 그쳤을 뿐, 이렇게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학과가 아닌 단대 전체로 통합하여 학생을 선발한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

 물론 학생들을 단대별로 선발하여 여러 학문을 접한 후 전공을 선택할 기회를 주는 것에 대해서는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도태되는 학과가 발생하게 되면 결국 그 학과는 사라지게 될 것이고 나중에 그 학문을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과 그 학과를 졸업한 동문들마저 모교를 등지게 되지 않을까 우려가 되었다. 그들은 마치 자신의 몇 년간의 추억이 담긴 집이 없어졌다는 기분이 들 것이다.

 그리고 특성화학과 3개 분야는 구조조정에 포함되지 않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제외란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속한 공대 컴퓨터공학부를 예로 들어보면, 현재 공대는 창의ICT공대와 공대로 나누어져 있는 상황인데 이중 컴퓨터공학과는 창의ICT공대 소속이며 2015년부터는 소프트웨어전공, 컴퓨터공학전공으로 나누어서 신입생을 선발하였다.

 그런데 만약 창의ICT공대 소속으로 입학했다면 어느 전공을 택할지는 학생이 선택해야 하는데 그에 소속된 특성화학과를 제외한 나머지 학과 중에서만 전공을 골라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지금껏 한 학부로 몇 십년간 이어져 온 선후배 사이의 연결이 끊기게 되고 입시 결과가 좋거나 혜택을 더 많이 받는 학과와 그렇지 못한 학과 간에 위화감이 조성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끝내 모두를 뿔뿔이 흩어지게 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특히 4학년이 되고 나서 문득 ‘만약 내가 졸업을 한 이후에 컴퓨터공학부를 지원하는 학생들이 점차 줄어들어 결국 폐과가 된다면 나의 4년 간의 추억은 어디로 가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공학인증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학번에는 어떤 문제가 생길까? 현재 공대의 경우 공학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를 필수로 지정한 13~15학번들은 무조건 인증을 받아야 졸업할 수 있으므로 자신이 원하는 수업은 듣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게 과연 옳은 대학의 교육인가? 학교는 학생들에게 여러 분야의 다양한 학문을 접할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데 학생들이 비싼 학비를 내고도 자신이 원하지 않는 수업을 듣게 된다면 대학이라는 이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렇듯 정해진 학과 수업을 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16학번부터 전공제도를 시행한다면 공학인증에 들어야 되는 필수 과목들을 듣지 않은 채 전공을 선택할 수도 있고, 그에 따라 4학년이 되도 졸업을 못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진 않을까?

 마지막으로 지금 계획안이 제대로 된 의견 수렴 과정을 통해 완성된 것인지도 상당히 의문이 든다. 만약 서로 간의 의사소통을 통해 결정된 사안이면 학생들도 어느 정도는 동의하고 받아들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사안에 대해서 많은 교수와 학생들이 여러 의견을 낸다는 점에서 수렴이 제대로 안 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대학본부는 이를 다시 한 번 논의해봐야 할 것이다.

 앞으로 학생들과 교수들, 그리고 총장과 부총장들, 학장들 모두가 의견을 나누어서 제대로 된 안건을 수립하여 학교가 한 걸음 더 앞서나가 세계에 빛나는 인재를 배출하는 중앙대학교로 발전할 수 있었으면 한다.

정영진 학생
컴퓨터공학전공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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