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자유로운 비판 수용이 대학 권위를 살리는 길”
 
반대 “무리한 비판은 결국 구성원들만 피해 입어”
 
  말은 또 다른 말을 낳는 법이다. 영화 <올드보이>의 오대수가 17년 동안 군만두를 꾸역꾸역 먹어야 했던 것도 그놈의 말 때문이었다. 우진이 친누나와 그렇고 그런 사이였다는 대수의 대수롭지 않은 말들로 인해서 그는 다시금 말을 할 수 없게 됐다. 대수의 혀는 잘렸고, 우진은 말했다. “그래도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였어. 너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그렇다. 진실과 팩트는 다르다. 우진과 친누나가 사랑했던 것, 누군가에게는 수군수군 지탄해야 할 ‘팩트’였고, 누군가에게는 폄훼되지 않아야 할 소중한 ‘진실’이었다.
 
  대학을 비판해야 할 때, 우리들은 살면서 한 번씩은 우진이 되기도 하고 대수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비판과 비난을 구분해야 한다는 클리셰만이 소리 없이 가득하다. 참 이현령비현령 하기 좋은 말이다.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해야 한다는 것도,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해서 남들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는 말도 다 맞는 말이다. 우진과 대수가 치열하게 맞서고 있는 대학 캠퍼스. 중대신문은 ‘대학비판’에 대해서 중앙대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재학생 19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대학 사회 안에서 대학본부(대학본부의 정책)를 비판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55%(113명)가 ‘대학 비판은 내용을 막론하고 보장 받아야 할 헌법적 가치(표현의 자유)다’고 답했다. 대학 사회 내에서 대학본부에 대한 비판에 성역이 없어야 한다는 의견이 절반에 달한 것이다. 하지만 무리한 비판은 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했다. 전체 응답자의 42%(86명)가 ‘대학 비판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무리한 비판은 하지 말아야한다’고 답했다. 윤성훈 학생(가명·경영경제대)은 “어렵게 들어온 학교이고 학교를 조금 더 낫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무조건적인 비판과 비난으로 학교가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강석남 학생(사회학과 4)은 폐쇄적인 대학구조를 지적하며 대학 비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석남 학생은 “학생 사회나 교수 사회가 대학본부의 정책에 의사를 개진할 수 있는 제도로 대학평의원회가 존재하는데 여기엔 심의기능 밖에 없어 대학본부의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힘들다”며 “이 구조 속에서 비판마저 자유롭게 할 수 없다면 문제다”고 말했다. 대학 비판은 필요한 부분이라는데 많은 학생이 공감했으나 그 수위를 두고 학생들의 생각 차이가 조금씩 존재했다.
 
 
  중대신문은 그 차이를 조금 더 자세하게 알아보기 위해 ‘대학을 비판하는 것이 대학의 권위를 손상해 결국 대학 구성원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 했다. 이에 72%(149명)의 학생들이 대학 비판으로 대학의 권위가 하락한다 해도 비판할 것은 비판해야 한다는 취지의 답을 했다. 구체적으로 31%(64명)의 학생들은 ‘대학 비판과 대학의 권위는 아무런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답했고, 41%(85명)의 학생들은 ‘대학 비판이 대학의 권위를 손상할 수 있지만 대학 비판은 여기서 자유로워야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강석남 학생은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에서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 말로 대학의 권위를 훼손하는 것이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반면에 22%(47명)의 학생들은 ‘대학을 비판하는 것은 대학의 권위와 관련이 있으므로 이를 고려해야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김정연 학생(가명·사과대)은 “‘누군가가 중앙대는 두산 대학이다’고 글을 올렸다면 개인적으로 속은 후련할 수 있다”며 “하지만 그 글은 외부에서 중앙대를 바라보는 시각만 부정적으로 변화시켜 결국 대학 구성원들에게는 상처만 남을 뿐이다”고 말했다. 절충적인 의견도 있었다. 이영현 학생(가명·사과대)은 “비판이 대학의 권위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을 통해 대학이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며 “하지만 학교의 소속인으로서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학 비판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많은 학생은 ‘실제 비판에 참여할 것이다’는 의사를 보였다. ‘실제 학내에서 진행되는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의사를 표시할 의사가 있냐’는 질문에 72%(173명)의 학생들이 긍정적인 의사를 표시했다. 비판에 참여하겠다고 답한 학생 중 67%(112명)는 학생회와 학과차원의 건의를 통해 의사를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26%(44명)는 대자보나 중앙인 커뮤니티를 통해 개인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했다. 
 
 
  전반적인 중앙대 학생사회의 분위기에 대한 질문도 진행했다. 비판에 참여한다는 학생의 비율은 높았지만 정작 전체 응답자의 39%(81명)는 중앙대 학생 사회가 대학 비판에 호의적이지 않다고 답했다. ‘대학본부의 정책에 대해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있다’는 의견과, ‘대학본부의 정책에 대해 어떤 의견도 내지 않는 것 같다’는 의견은 각각 23%(48명), 19.5%(40명)로 비슷했다. 중앙대 학생 사회가 대학 비판에 호의적이지 않다고 답한 학생들은 그 원인도 다양하게 꼽았다. 47%(30명)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기 때문이다’고 답했다. 자신이 속한 학문단위가 아니면 대학본부의 정책에 큰 관심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동안의 대학 비판이 학생들에게 신뢰를 잃었다’고 답한 학생들은 각각 19%(15명), 16%(13명) 이었다. ‘대학본부에 대한 비판에 호의적이지 않은 학생 사회는 비판하는 이들이 초래한 것이다’는 의견이다. 김정연 학생은 “그동안 대학본부에 비판적인 학생들은 정확한 논리 없이 ‘비판’이라는 껍데기를 쓰고 장황하게 학교를 비판하는데 몰두했다”며 “내부구성원들의 공감과 지지를 얻어내는 데 실패 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