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상맞은 자취생을 위한 사회학
  • 정석호 기자
  • 승인 2015.03.08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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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노명우 | 사월의책 | 303쪽

   요즘 핫하다는 ‘냉장고를 부탁해’를 시청하고 있다. 혼자 자취하는 연예인들의 실제 냉장고를 뜯어와 그 안에 있는 재료를 가지고 일류 요리사들(뛰어난 ‘야매’요리를 만드는 홍석천과 웹툰작가 김풍도 포함해서)이 요리를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냉장고를 통해 연예인의 사생활을 엿보는 재미도 있지만 평범한 재료들이 화려한 고급 요리로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프로그램을 본 후 달뜬 마음으로 자취방 냉장고를 열어봤지만 역시 현실은 다르다. 요리는커녕 곰팡이 핀 음식을 버리느라 바빴다.

  이렇듯 혼자 산다는 건 엎지른 라면을 혼자 치워야할 때처럼 문득문득 서러움으로 다가온다. 노명우 교수가 쓴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는 기자처럼 혼자 사는 1인 가구에 대한 책이다. 그러나 저자는 혼자 사는 가구를 결코 측은하게 보거나, 낭만적인 시선으로 관찰하지 않는다. 혼자 살게 된 사람들은 그 인구수만큼이나 다양한 이유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1인 가구의 증가는 전통적으로 익숙했던 ‘가족중심성’이 약화되는 사회적 결과일 뿐이라며 담담한 시선으로 분석한다. 그러면서 혼자 사는 삶의 긍정적 모델로 고독과 맞서며 스스로의 인생을 꾸릴 줄 아는 ‘단독인’을 제시한다.

  그렇다면 자취하는 대학생은 저자가 말하는 단독인이 될 수 있을까? ‘홀로서기’가 가능할지 가늠해보면 회의적인 부분이 있다. 생활을 위한 비용을 전부 혹은 상당부분 가족이 부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교섭력에서 약자인 자취생은 지원을 담당하는 가족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롭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생은 자취 생활을 온전한 자신의 삶으로 끌고 가기 어렵게 된다.

  생활비를 혼자 벌며 다달이 벼랑 끝을 걷는 학생들에겐 더욱 요원하다. 아르바이트를 뛰며 학업을 병행하는 학생들에게 자취방은 단지 휴식을 취하기 위한 장소일 뿐이다. 통계청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2014년 대졸자 중 생활비·학비 마련 목적으로 휴학 경험이 있는 청년이 전체 휴학 경험 대졸자 중 14.2%(17만3,000명)에 해당한다. 이는 경제적으로 자취하는 대학생이 단독인으로 나아가기 힘들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건강한 자취 생활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규정되는 ‘역할밀도’와 주체로서 규정되는 ‘자기밀도’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일이다. 학생으로서, 친구로서, 아들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다가도 일정 시간 방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며 고요하게 고독과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정리하는 과정은 나 자신을 찾는 과정이 된다. 혼자 사는 생활에서 자기밀도를 높이지 못하고 늘 타인과의 관계에 의존하는 사람은 때때로 찾아오는 자취의 고독을 견디지 못한다.

  통계에 따르면 2035년에는 1인 가구 비율이 34.3%에 이른다고 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1/3이 넘는 확률로 혼자가 될 수 있다. 자취하는 대학생은 이 기회에 홀로 설 수 있도록 연습해야한다. 요리하기 귀찮아 집에 반찬을 보내달라며 ‘냉장고를 부탁’하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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