甲질로 흥한 자 甲질로 망한다
  • 중대신문
  • 승인 2015.03.08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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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전은빈씨


갑질의 결과가 어떤지는 역사가 증명해
갑질 일삼은 포르투갈 결국 자국 경제의 침체로 몰락의 길 걸어
게임 시장을 독점했던 닌텐도의 갑질. 소니에 밀려 암흑기로 빠져갑질 

  한국사회에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표현이 있다면 ‘갑질’이라는 표현일 것이다. 갑질이란 우월한 지위나 계급 등을 활용하여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부당하게 고통을 주거나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시키는 일 등을 폭넓게 지칭하게 되었다. 성희롱, 성폭력, 막말, 반말, 구타, 강요, 협박, 폭력 등 그 행위는 다양하다. 예컨대 ‘땅콩회항’으로 불리는 사건은 대한항공 부사장이 부사장이라는 우월적 지위와 권력을 남용하여 승무원을 위압, 비행기를 돌릴 것을 강요하고 막말과 반말, 모욕, 폭행을 가하여 해당 승무원은 물론 일반 승객에게까지 부당하게 고통과 피해를 안긴 사건이라 하겠다.갑질은 비뚤어진 특권의식과 권위의식이 불러오는 일종의 정신병리현상으로서 타인의 인격과 인권을 크게 침해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최근 보도된 갑질 사건만 하더라도 포스코 라면상무, 남양유업 밀어내기 사태, 대한항공 땅콩회항, 백화점 모녀, 위메프 채용 사건 등이 있다. 성별과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일어난다고 할 만큼 우리 사회에서 갑질은 만연해 있다. 공공연하게 일어나는 갑질의 관계만도 의사와 제약회사 영업사원, 교수와 대학원생, 대기업과 하청업체, 장성과 여자부사관 등등 다양하다. 갑질 관계가 막히지 않고 술술 떠올려지는 것을 보니 그만큼 우리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다고나 할까. 그럼 이런 갑질에 대체 어떤 효과(?)가 있는 걸까? 그들은 흔히 “내가 누군지 알아?”라는 레퍼토리를 즐겨 사용하며 자신에게 있는 힘으로 상대방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한다. 그리고는 그 힘으로 금전적 이득을 취하거나 상대에게 정신적인 고통을 가한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을 끌어내림으로써 자신의 위치가 올라간다고 착각한다. 잠시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고 마음이 시원한 효과(?)는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자신은 물론 속한 조직까지 위험에 빠뜨리는 파멸적 행위임을 명심해야 한다. 갑질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는 역사가 증명한다.

식민지를 대상으로 한 포르투갈의 갑질
  포르투갈은 ‘대항해시대’를 통해 막대한 부를 쌓아올렸다. 항해왕자 엔리케의 지도 아래 용감무쌍하게 신항로를 개척하여 끝내 동방항로를 개척하였고 향신료와 노예무역을 통해서 막대한 부를 쌓아 올렸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을 많이 저지르고 말았다. 식민지를 점령하고는 식민지인들에 비해 우월한 지위를 남용하여 도시를 폐허로 만들기도 하고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혹은 본보기를 보인다며 포로를 학살하며 포로들의 손, 코, 귀를 잘라 본국에 기념물로 보내기도 했다. 인도인들을 닥치는 대로 죽이고 이를 말리는 인도 사제의 귀를 잘라 개의 귀에 붙이고 개의 코를 잘라 사람 귀에 붙이는 등의 엽기적 행각을 일삼았으니 갑질도 이런 갑질이 없다. 우리가 잘 아는 바스코 다 가마 역시 무슬림들을 학살하고 그들의 조각낸 신체들을 캘리컷의 왕 자모린에게 보내며 “카레를 만들라”고 비아냥거렸다.

  대항해 시대가 한창일 때, 포르투갈의 상선들은 노예 무역을 통해 막대한 자본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한 척에 500명 이상의 노예들을 실어날랐다. 또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노예들은 익숙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질병과 싸워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비인도적인 대우로 많은 노예들이 죽어갔다. 포르투갈은 잔혹하기까지한 갑질을 통해 막대한 부를 이루었다. 문제는 이렇게 갑질을 통해 쌓아올린 부가 온전할 리가 없었다는 점이다. 식민지에 갑질하던 버릇은 본국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이익의 대부분은 귀족과 교회에 집중되었고 일반 백성들의 생활은 나아질 것이 없었다. 부를 독점한 봉건귀족들은 자본주의가 싹틀 가능성을 용납하지 않았고 그러한 횡포 아래 상공업자를 외국으로 추방하기까지 했다. 따라서 농민들은 궁핍한 삶을 살아야 했다. 이는 곧 제국 병사들의 전투력 저하로 이어졌고 곧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이후 포르투갈은 몰락의 길을 걸었다.

닌텐도의 갑질과 소니의 역전
  근래에도 갑질로 큰 손해를 본 기업이 있다. 바로 닌텐도다. 닌텐도는 비디오게임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구축한 이후 갑질이 무엇인가를 확실히 보여줬다. 원래 게임 제작사는 다수의 게임기에 게임을 출시할 수 있다.(이를 멀티플랫폼이라 한다.) 예를 들면 ‘코나미’사가 ‘위닝일레븐 2015’게임을 개발했다면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PC, 스마트폰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출시할 수 있다. 그런데 닌텐도는 자사의 게임기로만 게임을 출시할 수 있게 하고 다른 플랫폼으로의 출시는 불허했다. 독점적 지위를 악용한 것이다. 게임개발은 닌텐도에서 판매하는 고가의 개발툴이 아니면 불가능했다. 닌텐도 게임기에 출시해주는 라이센스 비용도 높게 책정했다. 당시 게임은 롬카트리지 방식(이하 게임팩)으로 출시했는데 게임팩 공장을 닌텐도가 독점하고 있었다. 따라서 게임팩을 제작하려면 닌텐도에 대금을 지불해야 했는데 그 대금이 상당히 비쌌다. 기본 라이센스비에 게임팩 장당 로열티까지 붙였다. 거기다 게임팩의 물량이 딸리면 제일 먼저 닌텐도사에서 개발한 게임이나 메이저 게임사에 몰아줬다. 중소 게임사에서는 게임을 개발해놓고도 하염없이 기다리다 시기를 놓치는 일도 다반사였다. 게임 내용에 대해서도 간섭을 일삼으며 출시를 거부하기도 했다. ‘파이널판타지2’는 교회가 너무 자주 나온다며 퇴짜를 놓고, ‘파이널판타지5’는 북미게이머들에게는 너무 어려운 게임이라고 퇴짜를 놓았다. 문제는 닌텐도의 게임기가 독점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인데다 그들의 윤리의식이 부재했다는 점이다. 갑질에 익숙해진 닌텐도는 이제 거대기업인 소니에게까지 갑질을 시도한다. 소니와 합작으로 CD를 기반으로 한 게임기를 개발하기로 했는데 당시만 해도 소니가 게임업계에서는 초보라는 점을 악용, 불공정한 계약을 체결한 다음 시제품까지 만들고는 일방적인 계약파기로 소니의 뒤통수를 친다. 기술만 빼내고 팽해버린 것이다. 이후 분개한 소니 경영진이 복수를 위해 플레이스테이션 개발에 착수했다는 비화가 있을 정도로 닌텐도의 기업 윤리는 바닥을 쳤다. 플레이스테이션을 발매한 소니는 정확하게 닌텐도의 반대되는 전략을 택했다. 멀티플랫폼을 허용했고 게임개발툴은 범용 C언어 혹은 소니에서 제공하는 저가 혹은 무료의 툴로 개발이 가능하였으며 심의와 간섭을 최소화하고 개발사와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라이센스비도 저렴했다. 그 결과 닌텐도 밑에서 신음했던 게임개발사들은 대거 소니 측으로 이동, 플레이스테이션의 황금기를 열게 되고 닌텐도는 10년 이상 암흑기에 허덕이게 된다.

  포르투갈과 닌텐도의 사례에서 공통된 점이 있다. 양쪽 모두 우월한 지위를 남용하여 상대에게 많은 상처와 고통을 주었다. 상대만 고통 받은 것이 아니다. 갑질의 결과는 자신에게 그대로 돌아와 많은 고통을 안겼을 뿐이다. 지금도 갑질로 구설수에 올랐던 사람들의 신세가 꽤나 처량하게 됐다. 평소 타인에게 주었던 고통을 돌려받는다고 할까. 공자는 己所不欲이면 勿施於人이라는 말씀을 남겼다. 자신이 하기 싫으면 남에게도 시키지 말라는 뜻이다. 이 말씀의 울림이 참으로 깊다.

심호남 강사
중앙대
교양학부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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