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이 먼저다
 
요즘 중앙대가 들썩들썩합니다. 학내 곳곳에 성명서, 대자보가 붙어있는 모습을 오가며 보셨을 겁니다. 서울캠에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는 학생도 보였습니다. 졸업할 때까지 받아볼 일 없을 것 같던 총장 명의의 이메일도 며칠 새 전체 학생들에게 두 번이나 발송됐죠. 
 
  다들 아시겠지만 최근 들어 학내가 시끄러워지기 시작한 것은 학과제를 폐지하고 단대별로 신입생을 모집하겠다는 대학본부의 파격적인 ‘학부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계획안)’이 발표되면서부터입니다. 대학본부, 교수, 학생 너나 할 것 없이 학내 구성원 모두가 촉각을 잔뜩 곤두세우고 있죠. 
 
  현재까지는 어떤 주체보다도 교수들의 반발이 가장 거센 듯합니다. ‘대학구조조정에 대한 교수대표 비상대책위원회(교수대표 비대위)’가 발족된지 얼마 되지 않아 사과대, 자연대 등 단대별 교수들이 우후죽순처럼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으니까요. 303관(법학관), 203관(서라벌홀) 등 학내 곳곳에는 이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성명서 및 대자보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계획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단체들이 워낙 많아지다 보니 각 단체마다 주장하는 바가 다소 다르기도 합니다만 교수들이 입을 모아 비판하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학사구조의 틀 자체가 변하는 중대한 계획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학내 구성원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죠. 이 부분에서 대학본부는 교수들로부터 신뢰를 많이 잃은 것 같습니다. 교수대표 비대위는 대학본부의 총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총장의 재신임을 묻는 전체교수투표까지 추진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학생들의 의견은 분분합니다. 서울캠 설명회에선 대학본부의 계획안 자체가 학부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비판하는 질문이 많았던 반면 안성캠 설명회에선 기본적으로 계획안에 찬성한다는 학생들의 반응도 나타났죠.
 
  지난 한 주 동안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대학본부와 교수대표 비대위 간의 치열한 공방전부터 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 양캠 설명회까지. 이에 이번주 중대신문은 지난 한 주간 정신없이 지나간 사건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봤습니다. 각 주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말이죠.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습니다. 대학본부가 마련한 계획안을 보면 생각나는 말입니다. 대학본부의 계획안이 원활하게 운용되는 데 가장 필수적인 동력은 교수들의 자발적인 노력이기 때문이죠. 아무리 좋은 계획안을 마련했더라도 교수와의 협력이 없으면 반쪽짜리에 불과합니다. 더욱더 적극적인 소통의 노력이 절실한 때인 것 같습니다. 모쪼록 지금의 갈등을 빨리 해소하고 학내 구성원 모두가 합심할 수 있길 바랍니다. 중앙대 발전이라는 모두의 보배를 꿰기에는 한시가 급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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