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이 말하는 대학 비판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17세기 관념주의 철학자 데카르트의 말이다. 다른 모든 사물은 의심할 수 있어도 그와 같이 의심하고 있는 나의 존재는 의심할 수 없다. 의심하는 것, 다시 말해 사유하고 있는 순간에 나는 존재하는 것이다. 
 
 비판도 생각이다. 내 나라 대통령의 정책부터 지금 내 손에 들린 커피까지, 모든 것을 의심할 수 있다. 그래서 대안 없는 비판이란 말은 거짓말일지도 모른다. 비판하고 의사소통을 하는 과정에서 대안이 나온다. 비판한다는 것은 더 치열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유독 대학을 비판하는 것은 어렵다. 캠퍼스 안의 옷이 저마다 알록달록 오색빛깔을 뽐냄에도 불구하고 대학본부를 비판하는데는 이렇다 할 개성이 없다. 누군가는 치열하게 투쟁하고, 누군가는 조용히 입을 다문다. 왜 우리 시대의 대학생들은 대학을 비판하는데 인색해졌는가.
 
 백승욱 교수(사회학과)는 ‘권위를 빌려 온다’는 말을 꺼냈다. 대학생들 자신으로부터 권위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다른 대상의 권위를 빌려 자신의 권위를 세운다는 것이다. ‘우리 부모님은 참 훌륭한 사람이니까 나도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것, ‘나는 이런 대학교에 다니니까 훌륭한 사람이야’라고 주장하는 것이 바로 그렇다. 내가 소속되어 있는 조직과 나를 동일시함으로써 조직과 내가 동등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조직의 권위는 나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여기서 벗어나려는 사람과 계속 남아 있으려 하는 사람 간의 차이가 발생한다. 남의 권위를 나의 권위로서 인식하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점점 더 강한 것과 자기를 동일시하려고 한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백승욱 교수는 “나에게 힘이 없기 때문에 더 강한 자에게 붙고 싶어진다”며 “그렇게 되면 강한 자에 도전하는 것들이 곧 나의 적이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대학과 대학생이 너무 강하게 동일시되어 있기 때문에 누가 대학에 대해서 싫은 소리만 해도 화가 나는 것이다. 아직 자신의 주체성을 찾아내기 어려운 대학생들에게 대학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더는 나빠지면 안 된다’는 대학생의 절박한 마음에서 그 원인을 찾기도 한다. 『우리는 차별에 찬성한다』의 저자 오찬호 박사(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는 “학생들이 절박한 상황에서 자신의 품위, 이미지의 추락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그래도 어려운 취업시장에서 학교 이미지의 손상은 개인에게 크나큰 타격이기 때문이다. ‘나’라는 제품을 내다 팔 취업시장에서 내 상품성을 타인에 의해 훼손당하기 싫다는 무언의 외침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학 비판에 대해 단순 팩트를 밝히는 것도, 객관적인 것을 알리는 것마저도 꺼려지는 것이다.
 
 개인이 아니라 대학 자체에서 문제를 찾는 방법도 있다. 백승욱 교수는 “권위 없이 권력에 호소하는 대학들은 대부분 학생들의 의견을 폭력적으로 입막음하기에 급급하다”고 말했다. 대학이 권위는 없는데 권력만 갖고 밀어붙이려다 보니 점점 더 힘을 쓰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힘은 물리적 폭력이 아니라 상징적 폭력(대학 본부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길’이라며 공표한 정책에 반발하는 의견을 학교의 미래를 부정하는 것으로 치부하고 억누르는 것)과 검열을 의미한다. 이러한 폭력 반복되면서 학생들은 결국 이에 순응하게 되고 자기 검열의 늪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박경신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는 ‘계약 위반’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현 대학을 비판했다. 박경신 교수에 따르면 사립학교는 공립학교와 달리 해당 학교의 건학 이념을 따를 자유가 있고, 헌법의 정치적 중립성 조항(국민 일부의 입장만을 편향되게 반영해서는 안되며 특히 국가나 자기 기관에 비판적인 표현만을 규제하는 것)도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할 때는 학내 표현의 자유가 보장될 것이라는 합리적인 기대가 있기 때문에 그 기대를 위반하는 행위라면 계약위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경신 교수는 “‘비난과 비판의 구분’이나 ‘지성인의 상식’과 같이 불분명한 이유로 대학 비판을 규제하는 것은 같은 이유로 계약 위반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박경신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사립학교에서도 공립학교와 똑같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법을 통과시킨바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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