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친절한 기자 조정호입니다. 다들 새학기의 설렘은 충분히 만끽하고 계신지요. 저는 새학기가 시작하기 전 설렘보단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고된 신문사 생활 때문이죠. 그래서 개강 전부터 다이어트에 돌입하기로 했습니다. 무거운 체중에 고된 생활패턴까지 가중되면 제 몸이 견딜 수 없단 판단 때문이었죠.
 
  대학본부도 처음 신캠퍼스 추진과 학사 구조개편을 생각할 때 저와 같은 판단이었나 봅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고민했죠. CAU 2018+ 사업 아래 ‘중앙터’와 ‘중앙틀’의 내용으로 신캠퍼스 추진과 학사 구조개편을 함께 진행하려 했던 겁니다. 박용성 이사장은 2008년 당시 중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교육단위 구조조정은 하남캠퍼스(하남캠)의 성공적 건립과 함께 추진된다”고 말했습니다.
 
  신캠퍼스 추진은 하남캠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하남캠 추진은 2007년 11월 6일 하남시와 설립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으며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2011년, 심각한 문제가 터집니다. 제3차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의해 성장관리권역인 안성에서 과밀억제권역인 하남으로 인구집중유발시설인 대학을 이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내용이 뒤늦게 확인된 거죠.
 
  반면 학사 구조개편은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대학본부는 하드웨어가 완성되기 전 소프트웨어를 먼저 준비하려 했는데요. 2009년 당시 박범훈 총장은 “교육단위 재조정 및 유사중복학과 문제를 해결해야 하남캠 건립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긴 진통 끝에 2010년 6월 24일에 구조조정 정원조정안이 발표됐죠. 그 결과 중앙대는 18개 단대의 77개 학과(부)에서 10개 단대의 46개 학과(부)로 학사구조가 대대적으로 변했습니다. 그 후 2011년 8월 18일엔 본·분교 통합을 교과부로부터 승인받으며 소프트웨어는 그 체계를 갖춰갔죠.
 
  비슷한 시기 신캠퍼스 추진은 계속 난항에 부딪혔습니다. 하남캠에 바로 이전할 수 없다는 걸 확인한 대학본부는 검단캠을 먼저 건립하기로 했죠. 그 후에 안성캠을 해체하고 하남캠을 건립하는 전략을 세웠으나 선(先) 검단캠 전략도 신통치는 않았죠. 2011년 인천시가 재정 악화를 이유로 2,000억원 지원 등 중앙대에게 유리한 조건들을 이행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같은 해 하남시 역시 ▲캠퍼스 타운 100% 교지로 활용 ▲1만 명 학생 수용 시에만 하남캠 건립 추진 등의 조건을 내걸며 대학본부와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습니다. 사실상 하남캠은 무산의 절차를 밟은 셈이죠. 대학본부는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인천시의 입장을 수용하게 되지만 2013년 5월 6일 기본협약을 맺은 뒤 한 차례의 기본협약 연장 이외에는 특별한 진척이 없는 상태입니다.
 
  신캠퍼스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동안 학사구조의 변화는 더욱 가속화됩니다. 본·분교 통합 이후 2011년 8월 가정교육과를 시작으로 2013년엔 비교민속학전공과 아동복지전공, 청소년전공, 가족복지전공까지 전공선택비율이 낮다는 이유로 폐지됐죠. 얼마 전 공개된 ‘학부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 또한 지난 2008년부터 오랫동안 추진되어온 중앙대의 소프트웨어 변화의 연장선인 셈입니다.
 
  이렇게 소프트웨어만 변해가는 과정에서 하드웨어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도태돼버린 모양새입니다. 서울캠은 본·분교 통합 이후 학생 수가 늘어만 가는데 310관 완공만 바라볼 뿐 공간부족 문제에 대한 뾰족한 대책은 없죠. 서울캠 학생들은 숨 막히는 공간에서 수업을 들어야만 하는 실정입니다. 반대로 안성캠은 공동화 현상의 심화로 캠퍼스에 활기를 잃은 지 오래고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큰 포부는 빛이 바래진 듯합니다.
 
  제 이야기로 돌아오면 저는 다이어트에 성공해 고된 생활패턴을 시작한 개강 첫 주도 무리 없이 보냈습니다. 하드웨어를 튼튼히 다졌더니 소프트웨어도 원활히 운용된 거죠. 대학본부도 소프트웨어에만 치중하기보단 하드웨어와의 균형을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인기리에 방영된 ‘미생’에 명대사 중 이런 말이 있습니다.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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