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부이치치(Nick Vujicic). 그는 1982년 호주 브리즈번에서 사지가 없이 태어난다. 하나님께 팔다리가 생기게 해달라고 기도해도 응답이 없자 자기 생각을 바꾸자고 결심한다. 자신보다 더 심한 장애인들도 많으며,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눈으로 세상을 새롭게 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부터 그의 인생은 바뀌었고 대학 졸업 후 첫 번째 책 <No Arms, No Legs, No Worries!>를 쓰고 세상에 나오기 시작했다. ‘나보다 더 심한 장애인도 있다’는 단순한 생각의 전환으로 그의 인생은 달라졌다.

 ‘오체불만족’으로 알려진 오토다케 히로타다(乙武洋匡)도 비슷하다. 1976년 도쿄에서 선천성 사지절단증으로 팔다리 없이 태어난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는 자신에게 장애가 있다기보다는 자신만의 ‘신체적 특징’이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 현재 그는 와세다대 정치학과 졸업 후 방송인이자 스포츠 기자, 초등학교 교사로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으며 정상인들도 부러워할 정도로 활기차게 인생을 살고 있다. 팔다리 하나 없이 달리기, 야구, 농구, 수영, 골프까지 즐기는 그를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그 또한 장애는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수용’하는 것이며, 장애인은 비정상이 아니라 다를 뿐이라는 생각의 전환으로 인생을 바꿨다.

 토마스 쿤(Thomas Khun)은 1962년에 발간한 책,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획기적 과학의 혁명은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전통과학관은 새로운 예외적 사례(anormaly)를 인정하지 않으므로 검증이나 반증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새로운 발명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새로운 과학관, 즉 신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현상을 보는 시각이나 관점의 변화가 없이는 발명이 이루어지지 않듯 한 개인의 변화도 시각의 전환을 통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것이다.

 쿤의 이론은 부이치치와 히로타다에게서 여실히 증명된다. 세인들은 부이치치와 히로타다로부터 무슨 심오한 철학적 성찰을 찾아내려고 하며 그들에게 숨겨진 독특하고 놀라운 인생관이 무엇인가를 궁금해한다. 그런데 그들에게는 특별한 가치관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생각의 틀’이 바뀌었을 뿐이다. 그들에게는 심오한 철학적 성찰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사지가 없는 장애에도 불구하고 자신보다 더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 장애를 극복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수용하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던 것이다.

 캠퍼스는 만개한 개나리와 대조적으로 졸업생들의 얼굴은 어둡기만 하다. 좀처럼 취업의 문이 넓혀지지 않으니 도서관에 앉아 있는 학생들의 어깨는 천근만근이다. 이럴 때 한 번쯤 발상의 전환으로 자신의 문제를 생각해보면 어떨까? 우리가 지금까지 정의 내리고 있는 화이트칼라 대 블루칼라, 대기업 대 중소기업, 공공부문 대 민간부문이라는 이분법적 틀 속에서 벗어나 새로운 직업 세계를 조망해보면 혹시 꽤 괜찮은 직장이 보이는 건 아닐까?

황윤원 교수
공공인재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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