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가 시작된 교내에는 온갖 새로운 것들의 싱그러움으로 가득 차있습니다. 신입생들의 표정엔 앞으로 펼쳐질 대학생활에 대한 기대가, 재학생들에겐 남은 학기가 어떻게 채워질까에 대한 호기심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여느 재학생과 같이 새 학기를 시작한 기자는 싱그러움과는 조금 다른 마음으로 지냈습니다. 지난달 26일 발표된 ‘학부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에 대한 고민이 머리 속에 가득 찼기 때문입니다. 
 
 개강 당일 서울캠에서 설명회가 열렸습니다. 설명회가 있기 전부터 학내는 술렁였죠. 인문대 학생들은 본관 앞에 집결해 설명회 장소로 향했습니다. 마치 비장하게 출사표를 던지는 듯 했습니다. 
 
 설명회 장소는 계획안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관심을 보여주듯이 비장한 표정의 학생들이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대학본부의 설명에 이어 질의응답시간이 진행됐습니다. ‘학부제가 실패했는데 왜 이와 유사한 전공제를 채택하느냐’, ‘전공을 깊이 배울 시간이 부족하다’와 같이 계획안의 구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죠. 마지막 질문이 압권이었습니다. “투표를 통해 계획안에 반대한다는 결론이 나오면 원안을 바꿀 수 있습니까?” 순간 장내가 조용해졌습니다. 모두 숨죽인 채 답변을 기다렸죠. 잠깐의 정적 뒤 고요한 장내에 “큰 틀은 그대로 간다”는 짧은 한 마디가 울려 퍼졌습니다.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앞서 제기됐던 학생들의 질문은 의미가 퇴색됐습니다. 어떠한 문제가 제기되든지 계획안의 구조는 유지될 테니까요. 
 
 해결되지 않은 의문부호를 머리 속에 담은 채 다음날 안성캠 설명회에 참석했습니다. 안성캠 설명회는 전날 열렸던 서울캠 설명회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펼쳐졌습니다. 설명회 자리에서 계획안의 구조에 대한 질문은 없었습니다. 학생들은 계획안의 실행을 전제로 이후 펼쳐질 상황에서 자신의 학과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만 관심을 보이는 듯 했습니다. 
 
 양캠 설명회가 다른 양상을 보인 것은 우리의 저항으로 이룰 수 있는 것과 이룰 수 없는 것에 대한 처절한 인식에서 나왔다고 생각했습니다. 2009년부터 진행된 대학본부의 일련의 학사 구조개편 과정을 경험한 이들이 큰 틀을 바꿀 수 없음을 너무나도 잘 이해하고 있다 생각하니 기이하면서도 서글펐습니다. ‘적당히 수용해서 살길을 찾자.’ 학과의 생존 앞에서 이해관계를 따질 수밖에 없는 그들은 틀을 넘어선 비판과 의심을 할 마음의 여유가 있을까요. 
 
 양캠의 설명회를 다녀온 후 기자는 4년 전의 여름이 떠올랐습니다. 기자가 신입생으로 중앙대에서 걸음마를 떼던 2011년 여름, 같이 교정에 처음 발을 디뎠던 가정교육과의 신입생들은 검은 상복을 입고 자신의 학과에 대한 장례를 치러야 했습니다. 멀찍이 바라봤던 구조조정의 처절한 기억이 우리를 일방적인 결정에 순응해야 하는 수동적인 존재로 길들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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