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영국의 시인이자 문예 비평가였던 매튜 아놀드는 <교양과 무질서>라는 글에서 교양을 인간의 “균형 잡힌 자기완성”으로 규정하였으며, 그러한 완성에 이르게 만드는 가장 훌륭한 교육방법은 문학을(더 정확하게는 고대 그리스 서사시를 포함한 고전 문학작품들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아놀드의 이러한 주장은 산업혁명이후 지속적으로 실용주의 노선이 만연하였던 당시 영국사회에서 전통적인 인문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일종의 경고문과 같은 것이었다. 여기서 아놀드가 언급한 “교양”이라는 용어는 우리가 문화라고 부르는 단어인 “culture”이다. 분명 아놀드는 이 용어를 물질문명의 발전과정과 대척점에 서서 한 인간의 사람됨의 완성이라는 의미로 사용하였지만, 오늘날에 이르러서 이 용어는 문화산업이나 문화기술과 같은 용어에서 볼 수 있듯이 산업적 문맥에서 훨씬 더 가치를 발휘하는 개념이 되어버렸다.

 이렇듯 문화에 대한 패러다임이 산업적 가치를 중심으로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대에 직면하여 학생들에게 문학 교육의 당위성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에 대한 문제는 필자를 포함하여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대부분의 교수자들에게 심각한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고민에 대한 한 가닥 해결의 실마리를 조앤 K. 롤링 원작의 <해리 포터>에서 찾아보자. 영미문학 비평가들로부터 “전통주의자”로 불리는 작가 롤링이 쓴 <해리 포터> 시리즈는 신화와 민담, 서사시, 성장소설, 동화, 살인 미스테리, 로망스, 그리고 SF소설에 이르는 다양한 문학적 전통들을 완벽에 가깝게 조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양한 문학적 혹은 문화적 전통들을 이용하여 일곱 권에 이르는 대 서사를 구성해 내는 롤링의 가공할 능력은 우리로 하여금 그녀가 학창시절 받았던 인문학 교육의 깊이를 가히 짐작해 볼 수 있게 한다. 아더왕의 전설에서부터 고딕 소설, 제인 오스틴과 찰즈 디킨즈에 이르는 영국식 영웅주의와 리얼리즘의 분위기가 이 소설의 구석구석에 짙게 배어있다는 점 역시 이러한 인문학 교육 전통의 맥락에서 잘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통하여 작가 롤링이 이루어낸 성공은 한 개인의 천부적인 작가적 재능의 결과로 보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그러한 작가를 배출할 수 있는 영국 사회의 인문학적 교육이 가져다준 성공이라는 점 또한 자명하다. 그러한 인문학적 인프라는 비단 탁월한 능력을 갖춘 작가를 배출하기 위한 토대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 숨어있는 여러 가지 전통 서사적 요소들을 재미있게 읽어낼 수 있는 교양을 지닌 독자들을 길러내는 든든한 바탕이 되기도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매튜 아놀드가 역설하였던 것처럼 시류에 흔들리지 않는 “교양”을 위하여, 더 나아가 시류를 주도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의 인프라를 위하여, 문학 교육의 필요성은 여전히 설득력을 잃지 않을 것이다.
 
 
최영진 교수
영어영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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