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큰 관심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찾아보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엄마가 다니시게 될 바리스타 학원을 알아보는 일이다. 5월에 있는 엄마의 생신파티 때 깜짝 선물로 알려드리고 싶어서 부리나케 학원을 찾아보고 있다.

 24살, 꽃다운 나이에 결혼한 엄마는 나와 내 동생을 낳은 뒤로 자식들을 키우느라 평생을 뼈 빠지게 고생하셨다. 엄마는 하고 싶은 것들을 잠시 덮어두고 전업 주부로 살아왔고 당신의 모든 생활을 우리에게 오롯이 맞춰 주셨다. 지금 돌이켜보니 엄마가 하고 싶은 것을 찾거나 생각해볼 겨를조차 없으셨을 것 같다.

 그렇게 항상 우리가 잘되는 것이 행복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엄마가 동생의 대학 입시가 끝나자 처음으로 하고 싶은 것이 생겼다고 내게 수줍게 말씀하셨다. 엄마가 해보고 싶으셨던 일은 커피 만드는 것을 전문적으로 배워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일이었다. 평소에 커피를 좋아하신다고 알고는 있어서 맛있다고 소문나거나 유명한 커피를 종종 사다드리기는 했다. 다른 것에는 쓸데없이 돈 쓸 필요 없다던 엄마가 핸드 드립 퍼, 로스터기와 같은 커피용품에는 유독 약해지는 모습을 종종 보기는 했지만 새로이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하실 정도의 열정을 가지고 계신 줄은 몰랐다.

 이따금씩 그저 호기심에 “엄마는 하고 싶은 거나 배우고 싶은 거 없어?”라고 실없이 물어보면 “하고 싶은 거 하나도 없어. 이제 나이 다 먹어서 뭘 해. 너희만 잘되면 엄만 그걸로 되지.”라고 웃으며 넘기던 엄마였다. 그 때마다 엄마는 정말 하고 싶은 게 없나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던 나였기에 참 무심하고 눈치 없던 딸이었다는 생각에 뭔가 더 울컥했다. 엄마가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 하고자 하는 데에는 최근에 집보다는 밖에 더 오래있는 남편과 딸들을 기다리며 빈 집에 혼자 있는 것이 외로웠기 때문도 있을 것이다. 내가 느끼기엔 아마도 엄마는 두 딸이 어느 정도 다 클 때까지 참고 기다리신 것 같다.

 그래서 오히려 엄마보다도 내가 더 발 벗고 나서게 되었다. 내가 더 의욕이 넘쳐 학원을 알아보고 괜찮은 곳을 찾을 때마다 말해주면 엄마는 설레는 표정으로 열심히 메모를 하고 꼼꼼히 살피곤 한다. 요즘은 엄마의 그런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나조차도 괜스레 설렐 지경이다.

 나는 평소에 하고 싶은 것이나 새롭게 무언가를 배우는 것엔 다 그 적절한 ‘때’가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는 그 ‘때’는 20대였고 하고 싶은 것은 시간이 될 때 다 해야만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나는 종종 조급한 계획을 짰고 무리하게 실행하려고 했다. 그래서인지 계획을 실행함에 있어 버거움도 자주 느꼈다. 나 스스로 적절한 타이밍을 놓쳤다고 판단하면 걱정이 앞서 해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는 후회하기 일쑤였다.

 나는 몇 십 년 뒤에 내가 무엇이 하고 싶을지 거의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나이가 들수록 하고 싶은 것보다는 해야 하는 것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한참 어린 나이인데 뭐가 그렇게 무서웠는지 걱정만 한가득 가지고 살아온 것 같다.

 그러다 최근 엄마를 보며 나도 새삼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되었다. 열정만 가지고 있다면 언제든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할 수 있고 내가 살아가는 매일이 항상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그 ‘때’라는 것이다. 지금 다시 학생 때로 돌아간 것처럼 배움에 설레어 하고 두근거려하는 우리 엄마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이제는 같은 여자로써, 그리고 아직도 무언가에 도전할 수 있는 청춘으로써 내가 우리 엄마의 든든한 지원자가 되고 싶다. 
 
 
김비체 학생
에너지시스템공학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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