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나요. 미안한 말이지만 잊고 지냈습니다. 새로운 학기를 맞아 신문에 무엇을 실으면 좋을지 고민하느라 바빴다는 핑계로 말입니다. ‘아차’하고 깨달은 건 며칠 전입니다.

 번거로운 일이 좀 있었습니다. 외부 언론 하나가 대학 언론의 위기라는 오래된 주제로 기획을 하나 하고 있던 모양입니다. 이른 오전이든 늦은 밤이든 개의치 않고 전화해 어찌나 우리의 상황을 물어보던지…. 어쨌든 말입니다. 대학 언론의 위기라뇨. 이제 지겹도록 들어 내성이 생길 정도인데 왜 외부 언론에서 이걸 다루나 싶었습니다.

 타개해야할 상황은 맞지만 새로 문제제기 하기엔 식상해 보였습니다.(돌아보니 참 안일한 생각입니다.) 인터뷰 중 외부 언론의 기자가 이렇게 묻더군요. “대학 언론의 위기라는 주제가 좀 오래된 논의긴 한데, 그래서 중대신문에서는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시나요?” 아차. 이 물음의 전제는 ‘대학 언론의 위기’가 아니었습니다. ‘중대신문은 독자들을 위해 분명 무엇인가 준비하고 있다’였습니다.

 당신의 관심을 얻고자 이전에 무엇을 했는지 되짚어 봤습니다. 가장 많이 노출되는 1면의 사진을 멋지게 찍는 것? 축제에서 부스를 운영해 많이 봐 달라 홍보하는 것? 이도 아니면 SNS에 빠르게 소식을 전하는 것? 대답하는 도중 퍼뜩 머리를 스칩니다. ‘이게 독자를 위한거야?’

 멋진 사진 좋습니다. 행사를 여는 것도 물론이죠. 하지만 당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하는 고민은 어디 있나요. 그저 나 하나 멋있어 보이려고 아니면 단순한 의무감에서 했던일은 아닐까요. 여기엔 신문, 나 자신만을 위한 걱정 가득합니다.

 당신이 어떤 내용을 좋아할 지 방학 내내 고민했다는 자부심이 있긴 합니다. 조금 들려드리면 이번학기 중대신문은 크게 대학보도와 학술·출판, 시사, 문화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전보다 다양하고 더 재밌는 얘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학술·출판과 시사 섹션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학술·출판의 대표 기획으로는 하나의 키워드에 대해 다양한 학문의 시각을 담는 ‘시시각각’과 일상 고민을 학술적으로 풀어내는 ‘학술로 고민 나누기’가 있습니다. 학술은 지루하다는 편견을 잊게 하는 재밌는 지면이 될 겁니다. 시사에서는 지나간 사건에서 키워드를 꺼내 사회를 재분석하는 ‘뉴스 모자이크’와 쿠키를 먹으며 시사 대담을 나누는 ‘쿠키살롱’을 준비했습니다. 뉴스 모자이크, 이번호에선 찾아볼 수 없지만 다음호에서 더 탄탄한 기획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자부심은 가지되 독자를 위한 거냐는 질문엔 그냥 넘어가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번학기, 막 시작하는 지라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앞으로 만들면서 꼭 염두에 두겠습니다. 다짐합니다. 멋지게 보이려고, 다른 사람에게서 칭찬을 들으려고, 우리가 만족하기 위해서. 이런 이유라면 신문을 만들지 않겠습니다.

 극과 극으로 가는 기로에 서서 앞코가 닳도록 고민하는 날이 많겠지요. 우리에게 찾아올 폭풍 같은 시간이 두렵기도 합니다. 그러나 곁에 있겠습니다. 곁에서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고민하겠습니다. 학생 독자 여러분, 이번학기 잘 부탁드립니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