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대학’ 만들어 학생 경쟁력 강화하자는 취지
실제 취업시장에서 학점 중요하지 않아 효과 미지수

 

 

 재수강 관련 학사제도가 한층 더 강화된다. 지난달 25일 교무위원회를 거쳐 확정된 ‘재수강 개선안’은 15학번부터 적용된다.


 중앙대는 2008년에도 학사경고기준 강화, 성적표 일원화 등 학사제도를 개편한 바 있다. 엄격한 학사관리를 통해 학생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이번 학사제도 강화의 취지도 지난 학사제도 개편 때와 다르지 않다. 재수강 기준을 강화해서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고 졸업 성적표의 신뢰성을 제고해 졸업생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재수강으로 받을 수 있는 최고학점을 A에서 B+로 하향하고 재수강 기준도 C+에서 D+로 강화한다. 학생들의 재수강 의존도를 줄여 저학년 때부터 공부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제출용 성적증명서에 재수강 전후 성적을 모두 병기함으로서 성적표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대학본부의 입장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대학알리미에 공시한 전국 4년제 대학의 ‘2013학년도 졸업생의 A학점 이상 비율’에 따르면 한국외대는 졸업생의 75%이상이 A학점 이상을 받았고, 서울대 졸업생의 61%가 A학점 이상을 받고 졸업했다. 학점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대학 성적표의 신뢰성이 떨어지는 가운데 중앙대 성적표의 신뢰성을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이찬규 교무처장(국어국문학과 교수)은 “기업 인사 담당자들로부터 대학의 성적을 믿을 수 없어 채용 시 비중을 두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며 “중앙대에서 받은 성적이 경쟁력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고 말했다.


 학점의 도덕적 측면에서도 이번 재수강 제도 개선의 취지를 찾아 볼 수 있다. 재수강 기준을 강화함으로써 고학년 학생들이 저학년 학생들과 성적 경쟁을 하는 일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찬규 교무처장은 “대학이 사회의 불신을 받는 구조를 깨야한다”며 “학점의 도덕성 측면에서 학사제도 강화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사회는 이와 같은 학사제도 강화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다. 지난 1월 8일 이찬규 교무처장이 발표한 재수강 제도 개선 초안에 따르면 재수강 가능 학점은 F학점이었다. 교무회의에 제출된 최종안의 재수강 가능 학점이 F학점에서 D+로 완화된 것도 언론 보도 후 총학생회 차원의 반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웅규 총학생회장(아동복지학과 4)은 “언론 보도 후 교무처장과의 면담에서 학점 인플레이션 문제는 중앙대만 학사제도를 강화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학점 인플레이션이 심한 상황에서 중앙대만 학사제도를 강화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은 일반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김지연 학생(가명·사과대)은 “주요 대학 중 학점이 낮기로 유명한 중앙대가 왜 총대를 메야하는지 모르겠다”며 “학습능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들은 학생들과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입생도 재수강 제도 강화에 우려를 나타냈다. 김민상 학생(역사학과 1)은 “아직 학점에 대해 잘 모르지만 타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학점이 낮아질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학점이 낮아진다는 학생들의 우려에 대해 이찬규 교무처장은 “재수강 하는 학생들은 이전보다 성적을 낮게 받겠지만 전체 상대평가 비율에는 변화가 없다”며 “해당 과목을 처음 수강하는 학생도 고려하면 전반적인 학점 하락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재수강 제도 개선에 따라 성적을 평가하는 교수들의 고충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교수는 “만점짜리 답안지를 적은 학생이 있었지만 재수강 학생이라 A+를 줄 수 없어 아쉬웠다”며 “치밀한 학사구조는 학생과 교수를 압박하는 학교 측의 일방적인 ‘갑질’이다”고 말했다.


 한편 실제취업 시장에서 대학본부의 학사제도 강화 행보가 큰 효과가 없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삼성중공업 인사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경우 졸업 평점이 3.0 이상만 되면 그후로 학점이 합격에 영향을 끼치지 않아 성적표의 신뢰성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며 “자격증이나 어학 성적 등 재학 중에 쌓은 다양한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졸업과 동시에 취업한 권성민 동문(경영학부 08)은 “면접장에서 학점에 관해서는 한차례의 언급도 없었다”며 “취업 당시 학점이 당락의 요소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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