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읽는 여인>_코로, 1865~1870
 동서양을 막론하고 책 읽는 여인을 가장 많이 그린 화가였을지 모르는 코로, 그의 작품은 다른 화가들의 것과 상당히 다르다. 다른 화가들의 작품들은 대부분 아름다운 여인을 묘사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지만 그는 여성의 독서 자체에 초점을 맞춰 그림을 그렸다. 평범한 외모를 가진 여성의 옷차림이 수수하다는 점, 여인들이 오로지 책의 내용에 몰입해 있다는 점, 방 안의 다른 물건들이 대체적으로 생략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소녀에서 중년 부인에 이르기까지 여러 연령대의 여성들이 다양한 상황에서 독서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 코로의 화폭에는 넘쳐난다. 아마 일상의 사실적 모습을 중시해 자연스러운 모습을 그리고 싶어 했던 그의 작품습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프랑스의 여성 철학가 보부아르는 여성이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타자로 규정되고 있다는 점을 스스로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성이 스스로를 주체로 자각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남성이 여성에게 타자의 지위를 취하라고 강요하는 세계 속에서 살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생각을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생각을 한다는 것은 현실에 대한 고민을 동반한다. 때문에 여성의 독서는 사회에 대한 관심만이 아니라 여성 스스로에 대한 자각을 불러일으킨다. 독서는 여성들에게 강제되었던 가정이라는 울타리, 출산과 양육이라는 족쇄를 넘어서 세상을 향해 눈뜨는 통로 역할을 한다. 서양 중세 사회에서 여성의 독서를 금지시킨 것도 독서를 통한 여성의 주체적 자각을 두려워한 까닭에서다. 독서는 여성을 자유롭게 할 것이다. 남녀관계의 불평등 속에서 독립적인 주체로서의 지위를 상실한 여성들에게 책은 한 줄기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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