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의 추위 속에도 불구하고 자연대 입학식 장소인 102관(약학대학 및 R8D센터)은 많은 신입생들로 붐볐다. 다들 센스 있는 새내기 코디로 나름의 멋을 한껏 뽐냈지만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앳된 티가 남아있다. 여러 신입생들 무리 속에서 송주호 학생(수학과 1)은 수수한 차림으로 정문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어디로 가면 되나요?” 아직 대학생활이 낯선지 얼떨떨해 보이는 주호는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이미 한달전 자취를 시작한 주호는 입학식에 대한 기대가 없다고 한다. “친구들이 입학식 별거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인생에 한 번밖에 없는 기회라서 오게 됐어요.” 기대는 없어도 기회는 놓치기 싫다는 주호는 입학식 장소에 들어섰다.

 “신입생이시죠? 유인물 가져가세요!”
3층 대강당 앞에서 푸른 안내복장을 입은 선배들이 신입생들에게 유인물을 건넸다. 주호도 유인물을 챙겨 강당 안으로 들어간다. 시작 10분 전인지라 아직은 텅 빈 대강당. 주호를 맞이해줄 선배도 동기도 나타나지 않았다. 어리둥절해 보이는 주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수학과 좌석에 첫째로 앉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동기들이 한두 명씩 모이기 시작했고 이내 강당 전체가 왁자지껄해졌다.

 “자, 모두 조용히 해주세요. 시작하겠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사회자의 한마디에 모든 신입생들이 말을 멈추고 집중한다. 스크린에 홍보영상이 띄워지자 단상을 향한 신입생들의 눈이 반짝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시간이 조금 흐르자 몇몇은 몸이 근질거렸는지 스마트폰을 꺼내 만지작거린다.

 홍보영상에 이어 자연대 학장이 단상에 올라 신입생들을 위한 축사를 진행했다. 나른한 낮 시간대여서 그런지 여기저기서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다. 주호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늘 몸이 좀 피곤해서요.” 주호는 멋쩍은 듯 웃는다.

 “선서! 나는 자랑스러운…”
신입생 대표의 선서가 대강당에 울려 퍼졌다. 이후 교가제창이 진행 됐는데 교가를 처음 듣는지 신입생들은 입 모양만 움직이거나 멍하니 서 있었다. 이로써 자연대 입학식이 끝났다.

 “지루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마쳐서 다행이에요.(웃음)” 수학과 신입생들은 선배들의 통솔에 따라 학과 오리엔테이션 장소로 향했다. 주호도 안면이 있는 동기들과 반갑게 대화를 하며 쉴 틈 없이 내려가니 어느새 강의실에 도착했다.

 “지겹다~ 너.” 그에게 날아온 여선배의 너스레. “선배들과 자주 술자리를 가지다 보니 제가 익숙하셔서 그래요.” 주호는 이미 몇 명의 선배들과 친한 듯 자연스럽게 농담을 주고받으며 강의실로 들어갔다.
“시작하겠습니다.”

 최고 권력인 수학과 학생회장의 한 마디로 부산한 분위기가 한 번에 정리됐다. 말끔히 정장을 입은 학생회장은 능숙하게 새내기들을 위한 PPT발표를 진행했다. 새내기들의 표정에선 신기함과 동경이 보인다. 수학과 연습실에 쓰레기를 버리면 학생회장과 뽀뽀를 해야 된다는 다소 능글맞은 경고와 함께 학생회장의 발표는 끝이 났다.

 “신입생들, 돌아가면서 자기소개 한 번씩 하죠.”
수학과 학생회장의 말은 또다시 새내기들을 긴장시켰다. 주호도 마음이 바짝 조여진 듯 했다. 하지만 막상 주호의 차례가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우렁찬 목소리로 소개를 했다. 우렁찬 목소리에 동기들은 박수갈채와 환호로 보답을 했다. “이미 워낙 동기들과 친하니까 친근하게 소개했죠. 나오기 전부터 애들 반응이 좋아서 안 떨고 할 수 있었어요.”

 선배들의 소개로 수학과 오리엔테이션은 마무리됐다. “모르는 친구들이 많아서 어색했어요. 그래도 저를 알아보는 동기들이 많아져서 기분은 좋네요.”

 이후 102관 3층 대강당에서 진행된 자연대 행사는 밝았던 입학식의 분위기와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단상을 제외하고 모든 불이 꺼진 어두운 분위기 속 프라이머리의 ‘입장정리’가 흘러 나왔다. 자연대 신입생들은 분위기 덕인지 입학식보다도 더욱 소란스러웠다.

 이때, 선배 포스가 나는 예쁘장한 여학생이 단상위로 올라왔다. 다름아닌 자연대 부학생회장. 그녀가 마이크를 잡자 어수선한 분위기도 이내 잠잠해졌다.
“여러분 새터 아시나요?”

 부학생회장이 새터에 대한 소개, 주의할 점 등을 신입생들에게 알리는 시간이 이어졌다. 같은 학과 선배라 그런지 특히 수학과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자연대 부학생회장은 가장 기대되는 분이에요. 그 선배에 대한 소문이 자자하거든요. 그 분과 같이 술을 마시면 살아난 사람이 없다고 해요(웃음).”

 그 후 기획부장의 진행으로 게임이 시작됐다. 대부분의 학생이 상품을 꼭 얻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주호는 딱히 승부욕이 없어 보였다. “어차피 상품도 뒷풀이 5천원 할인권 같은 것이라 관심 없어요. 탈락했을 때도 딱히 아쉽진 않았어요.”

 게임이 끝나자 모든 입학식 일정이 막을 내렸다. 가장 기대되는 뒷풀이만이 남아 있어 그런지 신입생들은 한껏 들떠있는 듯 했다. 하지만 내일 08학번 선배 송별회를 간다는 주호는 오늘 술을 자제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오늘은 주량껏 적당히 마시고 즐기려고요. 오늘 새로운 동기들 많이 봤는데 뒷풀이가서 친해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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