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삼 : 쿠키살롱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경제학과 10학번 심우삼입니다. 중대신문 시사기획부 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노채은 : 저는 정치국제학과 14학번 노채은입니다. 시사기획부 차장입니다.
한준희 : 저는 경영학부 13학번 한준희 입니다. (해당 기획이 진행된 장소 문학동인회) 회장입니다.
김태형 : 저는 독일어문학전공 12학번 김태형입니다.
장다정 : 저는 도시계획부동산학과 14학번 장다정입니다. 시사기획부 막내 기자입니다.
한대윤 : 저는 철학과 13학번이고 한대윤입니다.
심 : 그러면 오늘 주제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육아 예능 어떻게 보고 있나’를 주제로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 자리를 마련했는데요. 육아 예능 다 좋아하세요?
한 : (나지막이) GOD의 육아일기.
일동 : (공감의 웃음) 으하하하하하하.
노 : 난 모르는데.
준 : (무임승차) 나도 그 얘기 하려고 했는데 GOD.
김 : 저는 추신수 선수 따님 사랑이가 떠올라요.
심 : 아니 추신수가 아니라 추성훈이죠. 추신수 선수 결혼도 안 했는데.(사실 추신수 결혼함, 바보들의 행진)
김 : (더듬더듬) 아아아니, 제가 TV를 안 봐서요. 육아 예능은 간간이 집에 갈 때마다 보고 있습니다.
육아 예능 왜 이렇게 인기일까
심 : GOD의 육아일기 이후 명맥이 끊겼던 육아 예능의 인기가 ‘아빠 어디가’로 다시 시작됐어요. 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고 생각하세요?
한 : 원래 육아는 엄마가 하는 거잖아요. 엄마가 하면 잘하고 어려움도 없는 일인데 육아에 익숙하지 않은 아버지를 예능에 끌고 와서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준 : (쿠키 먹다가 사레들림) 켁켁. 제가 첨언을 하자면요. 요즘 시대에도 아버지는 여전히 어려운 존재에요. 아버지인데 아이들한테 잘 못 해주는 마음 그리고 아이들은 아버지와 놀고 싶은데 잘 어울리지 못하는 마음. 이 두 가지 마음에 집중하면서 대중이 대리만족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김 : 제가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기억하는 에피소드가 타블로가 아이한테 선물을 주는 장면이었어요. 그런데 아이가 산타 분장을 한 아빠가 낯설어서 막 우는 거에요. 그러면서 ‘산타보다 아빠가 더 필요해’라고 말하는 대목이 있었는데 그게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아요.
심 : ‘아빠 어디가’를 보면 여행이 계속되면 될수록 출연자들이 성장하잖아요. 이런 부분도 인기의 한 요인 아닐까요?
김 : 처음부터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아버지들도 있겠지만 그러면 공감이 되지 않잖아요. 소설에서 필연적으로 주인공이 성장을 겪는 것처럼 마치 찌질이 싱클레어가 데미안을 따라가듯이 역경을 넘는 것이죠. 할리우드 영화가 팔리는 것과 비슷한 구도인 것 같아요.
심 : 점점 더 나아지는 모습에 모두가 감정이입을 하는 거네요.
김 : 그렇죠.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을 파는 거죠. 물론 그걸 본 다음 날은 돈 벌러 출근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지만요.
 

일본어 하는 사랑이, 때 묻지 않은 삼둥이
심 : 육아 예능에 나오는 아이들 중 누가 제일 귀엽던가요?
박기태 : (토크 흐름 끊으며 등장) 늦어서 죄송합니다. 교육학과 14학번 박기태라고 합니다.
일동 : (영혼 없는 환호) 오오오오오오
심 : 기태씨는 육아예능에서 어떤 캐릭터가 귀여운 것 같아요?
박 : 저는 후요. 먹방의 원조잖아요. 잘먹는 모습이 보기 좋은 것 같아요.
준 : 저는 사랑이요. 사랑이가 일본어 하는 게 너무 귀여워요.
심 : 사랑이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이야긴데, 저는 사랑이를 볼 때마다 격세지감을 느껴요. 온 국민이 TV를 가장 많이 보는 일요일 오후 시간대에 일본 아이가 나와서 일본어를 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잖아요. 일본 대중문화가 우리나라에 개방된 것이 긴 시간이 아닌데 그런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참 신기한 것 같아요.
준 : 저도 그게 신기했어요.
김 : 근데 사실 추사랑 추성훈을 보여주기에 지금만큼 좋은 때도 없죠. 경제적으로 유복한 바일링구얼(Bilingual) 가정이라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매력적인 생존조건 중 하나잖아요.
일동 : 맞아, 맞아.
김 : 추사랑은 그런 판타지를 공적으로 충족해 줄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심 : 추사랑 말고 요즘 대한민국만세 얘기를 빼놓을 수가 없잖아요.
일동 : 그렇죠.
심 : 대한민국만세 뿐만 아니라 아버지 송일국도 굉장히 주목받고 있어요.
한 : 아, 축구선수 송…
일동 : 송종국이 아니라 배우 송일국. 오늘 왜 이러냐? 추신수가 나오질 않나…
김 :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한 : (철판 깔고)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가정을 내밀하게 촬영하다 보면 편집을 하겠지만 어두운 부분이 드러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사랑을 엄청나게 많이 받고 자란 아이들은 그런 것이 없는 것 같아요. 삼둥이가 딱 그래요. 그렇게 밝은 아이들을 계속 보여주는데 누가 싫어하겠어요.
왜 하필이면 어린아이들일까, 현실을 감추다
심 : 그런데 갑자기 든 생각인데 왜 중·고등학생 육아 예능(?)은 없을까요? 다시 말하면 왜 하필 어린아이들일까요?
김 : 이런 생각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람들은 자기가 통제할 수 있는 대상에게서 귀여움을 느끼지 않겠어요? 예를 들면 귀여운 여자라 하면 애교가 많고 토를 달지 않는 여자가 될 수 있겠고, 남자라고 한다면 많이 어리고 어설퍼서 내가 조종할 수 있는 남자가 그렇죠.
한 : 중·고등학생을 면밀히 촬영하는 것은 예능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을 통해서 바라보는 세상은 밝고 화창한 데 중·고등학생 아이들은 분명히 자신들이 겪는 힘든 부분이 있잖아요. 구조적으로 한국사회에 모순이 많은데 그것을 감추려고 노력하지 않는 이상 방송에서 드러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김 : 오히려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완벽한 예능을 찍는다고 해도 대중이 외면 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시청자가 더 잘 알 것 같거든요.
일동 : 맞아, 맞아.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아니까 너무 티가 날 것 같아요.
김 : 애들의 어설픔도 부모의 어설픔도 어린애들을 상대로는 당연하잖아요. 아이들의 삶은 사회의 문제보다는 가정의 문제가 주가 되는데 중·고등학생만 가더라도 먹고사는 문제가 끼어드니까 힘들게 되는 것이죠. 더는 가정 내의 문제가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고 어떻게든 사회의 문제와 결부되기 때문에 편하게만 볼 수 없게 되는 것이죠.
심 : 육아 예능은 바깥의 차가운 현실, 힘든 문제들하고 완벽히 차단되는 공간이네요.
김 : 그렇죠. 그래서 평균 이상의 부모들이 필요한 거에요.
심 : 눈 가리고 아웅인 거네요. 일종의 대중을 속이는 행위 아닌가요?
김 : 그렇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비유하자면 그리스비극하고 비슷한데요.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 나하고 비슷한 결함 때문에 갈등을 겪다가 실패하는 모습을 보면서 관객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잖아요. 근데 주인공이 나랑 똑같은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고통이나 행복을 멀리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이입을 해서 현실의 문제와 결부시키게 된다는 것이죠.
 

육아 예능에 열광하는 사회
심 : 지금까지는 육아 예능이 왜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봤는데요. 그럼 육아 예능이 열광하는 지금의 분위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한 : 어떤 약이 잘 팔린다고 쳐요. 그 말은 그 병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거죠. 육아 예능도 비슷한 것 같아요. 육아 예능을 보면서 아이를 낳아 긍정적인 가정을 가지라는 메시지를 받을 텐데 현실은 그럴 수가 없죠. 병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냥 열심히 하라고 말하는 것밖에 안되는 거잖아요.
김 : 육아 예능 열풍이 어떻게 보면 전 국민이 전 국민을 상대로 SNS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육아 예능이란 타임라인을 보면서 ‘우리는 잘살아’, ‘충분히 공감해’, ‘우리 집은 아무런 문제가 없어’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죠. 육아 예능을 보는 대부분 시청자들은 그 시간에 TV에 둘러앉을 수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러지 않은 사람들도 있거든요. 송일국만큼 갈비 만두를 사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애들한테 두어 쪽 먹이면서 “맛있게 먹었지?”정도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보는 것일 테고. 그런 의미에서 육아 예능에 열광하는 것이 신분증명, 사상검증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심 : 너무 극단적으로 해석했다는 생각도 드네요.
한 : 격차가 너무 많이 나는 사람을 보게 되면 공감이나 대리만족이 아니라 오히려 위화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나는 여기 있는데 저 사람들은 왜 저기 있지’하면서 엄청난 괴리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심 : 그러니까 대리만족의 수준을 넘어서 위화감의 레벨로 가는 거군요.
한 : 무조건 ‘좋아요’ 할 수 없죠.
박 : 예능은 예능으로 보는 것이 제일 현명한 것 같아요. 우리가 ‘진짜 사나이’ 보면서 분노할 필요는 없잖아요. 예능은 편집과정을 거치는 연출물이니까요. 우리가 ‘우리 결혼했어요’ 보면서 ‘우리는 내 집 마련도 어려운데 쟤네들은 신혼집 공짜로 얻는다’고 불평하지 않잖아요.
김 : 그것도 그렇지만 현실의 문제를 한바탕 웃으면서 묻어버리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까부터 과격한 소리까지 해가면서 계속 얘기를 한 거죠.
심 : 지금까지 육아 예능의 다양한 측면에 관해서 얘기했는데요. ‘육아 예능 어떻게 보고 있나.’ 다들 총평을 말해주신다면?
한 : 저는 ‘그림의 떡이다’고 말하고 싶어요. 보기 좋은데, 나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는 없고. 오히려 현실이 더 힘들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요.
김 : ‘TV 속에 있는 사람이 등을 긁는다고 우리 등이 시원해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하고 싶어요.
준 : 저도 비슷한 것 같아요. 현실에 대한 해결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잠시나마 현실의 고통을 잠깐 잊게 만들어 주는 수준인 것 같아요.
박 : 아이들의 순수함이라는 것을 무기로 반향을 일으키는 하나의 트렌드인 것 같아요. 1~2년 후에는 새로운 포맷이 등장하겠죠. 다시 토크쇼의 시대가 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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