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고예정(간호학과 1)    나이 : 20
특징 : 여고 출신으로 
       남녀공학에 대한 기대가 큼  
 
 
 
 
 
 
 
 
 
 2월 마지막 주의 봄은 먼 것처럼 보여도 겨울은 곧 밑천을 드러낼 듯싶다. 날이 유난히 찼지만 적십자간호대 신입생의 푸른 생기가 그렇게 믿게끔 한다. 입학식에 오는 15학번 신입생들의 그 따듯한 이상기후가 102관 앞에 펼쳐졌다. 
 
11:00 
입학식이 열리는 건물 주변은 늘 사람으로 북적인다. 대학 입학을 기념해 할머니부터 동생까지 줄줄이 출동한 대가족부터 입학을 축하하러 온 동년배 친구들까지 떠들썩한 북새통으로 건물이 들썩하다. 입학식에 참석하기 위해 학교를 처음 방문한 고예정 학생(간호학과 1)은 102관 바로 앞에서 “102관 3층 대강당으로 어떻게 가죠?”하고 묻는다. 어리바리 눈먼 장님 행세가 딱 신입생의 모양새다. 예정이는 잠시 헤매다 사람들이 떼 지어 가는 방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그렇게 도착한 3층 대강당 입구에는 처음 보는 낯선 선배들과 동기들로 가득하다. 학교생활에 도움이 되는 학사가이드와 동아리 활동을 담은 유인물을 받아 들고 ‘B반’이라 적혀있는 푯말이 가리키는 좌석에 앉는다. 이제야 입학이 실감 난다. 
 
“입학 전이라 다들 조용하네요. 더 친해지면 시끄러워질 텐데 지금은 조용해서 좋습니다.(웃음)” 
 
첫 대면의 어색함도 다시는 경험하기 힘든 소중한 순간인 것을 그들은 아직 모른다. 그래서 낄낄 다들 웃는다. 그렇게 김경희 간호대학장의 재치있는 말로 웃음 가득한 입학식이 시작됐다. 성적우수생에 대한 장학금 수여가 이어진다. 모두가 장학금을 받는 동기를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봤다. “입학 장학금은 받지 못했지만 성적 장학금은 꼭 받고 싶어요.”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리. 누구나 가질법하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가질 수도 없는 당찬 포부이다. 
 
이어진 대학생활 안내는 쉽지 않은 앞날을 예견한다. “12학번은 30명 유급했어요. 1학년 1학기라도 공부 열심히 해야 할 겁니다.” 대학생은 맘껏 놀 수 있다는 환상을 품었던 신입생들도 약간은 긴장한 표정으로 설명을 들었다. 이어진 각종 학교생활에 대한 안내는 미쳐 주워담을 수 없이 빠르게 흘러 강당 뒤편으로 메아리쳤고 신입생들은 “추후 학교생활 하면서 자세히 알 수 있을 거예요”라는 말로써 이해를 대신했다. 
 
 
 
12:00
점심시간이 되자 오리엔테이션을 잠시 중단하고 미리 마련된 식사 장소로 이동했다. 102관부터 205관(학생문화관)까지 이어진 길은 적십자간호대 신입생의 대열로 물결쳤다. “도서관 건물 정말 예쁘네요.” 학교 방문이 처음인 예정이는 학생문화관까지 가는 길에 교내의 건물들을 찬찬히 살핀다. 
 
“B반 학생이세요?” 식사장소로 이동하는 가운데에도 서로에 대한 호기심으로 인사말은 집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 예정이도 익숙한 동기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다들 조용하게 먹네요.” 그리 부산스럽지도 소란스럽지도 않은데 유난히 수저 소리가 쾅쾅 어색한 기류를 강타한다. 그렇게 조용하다가도 갑자기 픽 웃어버린다. 밥을 먹다 보면 꼭 그렇게 된다. 예정이도 이내 같이 앉은 친구와 환하게 웃는다. 
 
13:20
점심을 먹고 나자 멈췄던 오리엔테이션이 다시 시작됐다. 간호사 출신의 의료 전문 변호사 이경희씨의 특강이 열렸다. 간호학과라고 간호사만이 능사가 아니다. 신입생들은 이경희씨의 특강을 들으며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꿈꾼다. 
 
강연이 진행됨에 따라 신입생들은 하나둘씩 고개를 아래로 떨구기 시작했다. 입학식을 맞아 긴장했던 몸과 마음이 점심을 먹고 나니 스르륵 풀어진다. 성희롱 예방교육과 금융교육 등 강당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지겹다는 표정들이 역력해진다. 그리고 끝내 금융교육을 시작한다는 말에 예정이도 “아”하고 짧은 호흡을 내뱉는다. 
 
15:30
이후 103관(파이퍼홀)에서는 반별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강의실에 모인 B반의 학년 대표들은 신입생들에게 신입생 과대표를 지원하거나 추천하라고 공지했다. 강의실은 고요했다. 누구도 이 고요를 깰 것 같지 않았다. 그 때, 숨 막히는 적막을 깨부수는 한 마디가 튀어나왔다. “OOO 학우를 추천합니다.” 한 학생이 친구를 추천하자 봇물 터지듯 후보자들이 쏟아진다. 결국 5명의 과대표 후보자가 나와 선거가 치러졌다. 투표 결과 과대표로 선출된 학생은 격양된 목소리로 “놀기도 잘 놀고 공부도 잘하는 B반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고 말했다. “용기 있어서 멋있어요.” 예정이는 과대표로 선출된 동기를 감탄의 눈빛으로 바라봤다. 
 
이후 캠퍼스 에티켓 강의와 성격유형검사인 MBTI검사가 진행되면서 입학식 및 오리엔테이션 일정이 마무리됐다. 길고 길었던 하루가 끝나고 모두 들뜬 마음을 안고 뒤풀이 장소로 이동했다. 예정이는 날이 저무는 가운데도 웃음을 한 번도 숨긴 적이 없었다. 부끄럼도 모르는 순수였다. 마지막 포부를 묻는 말에 “72명의 동기들과 모두 친해지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씩 웃는다. 정말 한 점 부끄럼 없는 새내기의 순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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