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비평 공모 제4회 수필공모

당        선

문학비평 : 표   석 학생(국어국문학과 4)
                   「아직 오지 않은 말들, 오래된 미래의 복원을 위하여」
사회비평 : 이창훈 학생(사회학과 3)
                   「‘당당한 여성들’, 그녀들에게 던져지는 돌멩이」

가       작

수      필 : 장규호 학생(건축공학전공 3)
                   「글과 생」

영상비평 : 김   경 학생(사진전공 3)
                  「욕망과 탐욕의 경계」

 

어떻게 진행됐나

  중대신문이 주최하는 제10회 비평 공모 및 제4회 수필 공모에 총 83편의 작품이 접수됐습니다. 수필 41편(▲14편), 문학비평 16편(▲4편), 사회비평 16편(▲3편), 영상비평 10편(▲2편)으로 예년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난 숫자입니다.(괄호안의 숫자는 작년 응모작 수) 공모된 작품은 예심과 본심을 거쳐 선발됐으며, 심사의 공정성을 위해 인적사항을 지운 뒤 심사위원에게 전달했습니다.

  수필과 문학비평 1차 심사는 이정현 문학평론가(국어국문학과 박사)가 맡았습니다. 예심을 통과한 작품은 수필 5편과 문학비평 2편이었습니다. 이정현 문학평론가는 “응모는 늘었지만 그만큼 성의 없는 글들도 많아져 아쉬웠다”고 말했다.

  영상비평과 사회비평 1차 심사는 김성윤 강사(사회학과)가 담당했습니다. 예심을 통과한 사회비평과 영상비평은 각각 4편, 2편입니다. 김성윤 강사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상투적인 생각을 가진 것 같다.  치밀한 고민 없이 도덕적 감정에 호소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특히 “비평자의 능력이나 허용된 지면이 비평 대상과 주제를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해 면밀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본심은 분야별 전문가인 4명의 중앙대 교수진이 맡았다. 수필은 고부응 교수(영어영문학과), 문학비평은 문학평론가 이경수 교수(국어국문학과), 영상비평은 영화평론가 박명진 교수(국어국문학과), 사회비평은 강진숙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가 담당했습니다. 최종심사 결과 문학비평, 사회비평에는 당선작이 나왔으나 수필과 영상비평은 가작만 나와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문학비평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시에 대한 성찰이 돋보여   이경수 교수(국어국문학과)

  해마다 이맘때면 투고된 문학비평문을 읽으며 비평가로서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어느새 꽉 채운 16년을 비평가로 살아버렸지만, 가끔 치열했던 젊은 날의 심장을 기억하느냐고 스스로에게 묻고 싶어질 때가 있다. 시의 시대로 불리던 시절에 대학을 다니며 문학과 사랑에 빠졌고, 문학비평이 마지막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에 비평가로 등단해 수명을 갉아먹으며 글을 썼고, 침몰해 가는 문학호에 아직도 남아 예전만큼 자주는 아니지만 글을 쓰며 살아가고 있다. 예비 문학도들의 비평문에서 내가 읽고 싶은 것은 패기와 도전적인 질문이다. 세련된 완성미보다는 거칠어도 살아서 꿈틀대는 에너지를 만나고 싶다.
  배명훈의 소설 속 디스토피아에서 희망을 찾으며 과학소설의 가능성을 타진한 비평문이나, 광장으로 나온 송경동의 시에서 80년대를 넘어서는 다른 가능성을 찾고자 한 비평문에서 눈에 띄는 것은 바로 그 패기였다. 특히 ‘거리의 시인’ 송경동의 시가 오늘의 한국 사회에서 지니는 의미를 포착한 「아직 오지 않은 말들, 오래된 미래의 복원을 위하여」는 우리가 숨 쉬고 살아가는 지금, 여기에 대한 질문을 놓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반가운 글이었다.

  낡은 것에서 낯설고 새로운 것을 발견해내는 시선이 돋보였다. 당선작을 통보하자마자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 때 희망버스를 기획했다는 이유로 송경동 시인에게 징역 2년형이 선고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시인을 가두는 참담한 시절이다. 하지만 ‘거리의 시인’의 몸을 가둔다한들 뜨거운 심장은 어쩌지 못할 것이다. 골방으로 들어간 개인들이 문을 열고 나와 만들어갈 ‘아직 오지 않은 말들’이 무척 기다려진다.

사회비평

부드럽고 날카롭게   강진숙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이 글은 한국의 성(sex) 문화와 젠더 의식에 대해 나름의 도발적인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 문제의식은 세 가지 축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즉, 성 상품화 비판에 감추어진 ‘성 엄숙주의’적 태도, 동성애자·트랜스젠더·노인 등 사회적 소수자의 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 그리고 여성의 능동적 역할에 대한 거부감과 가부장제 이데올로기 등의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비평의 결을 보여준다.

  제목에 제시된 ‘당당한 여성들’을 향한 ‘돌멩이’는 바로 이러한 성문화에 대한 경직되고 획일화된 사회적 통념의 덩어리들을 함축한다. 이 돌멩이들이 여성 연예인들의 몸과 섹스 칼럼니스트들의 글을 강타하는 동안,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 작동하는 문화산업은 표준화된 몸과 성의 상품가치들을 누구나 선망하고 따라야 할 자명한 것으로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문제는 ‘상품가치’라는 하나의 동일한 척도가 작용함으로써 다양한 성 문화와 몸의 차이들을 간과하고 주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거진다. 이 상황에서 능동적인 여성의 역할과 다양한 소수자들의 욕망들은 금기와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글은 선명한 문제의식을 다양한 사례들을 진단하며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생생한 사회적 감각이 돋보인다. 다만, 글쓰기의 허점은 수정이 불가피하다. 산만한 논리의 전개와 현란한 사례들의 열거, 그리고 결론의 성급한 전개와 비약 등은 필자의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명확히 전달하지 못하고 논점을 흐리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연마하게 될 필자의 부드러운 날카로움이 사회변화의 촉이 되길 바란다. 

수필

좋은 글은 깊이 있는 성찰이 필요하다.  고부응 교수(영어영문학과)

  다른 글과 마찬가지로 좋은 수필이 되려면 내용과 형식 둘 다 잘 갖추어야 한다. 읽기 좋은 문장, 전체적으로 잘 짜인 구성, 그리고 깊이 있는 성찰을 담고 있으면 좋은 수필이라고 할 만하다. 
  본심 대상이 된 응모작은 「그 시절, 몰랐었던」, 「선생님, 그리고 어른이 된다는 것」, 「천국에서 만나요」, 「열다섯, 열아홉, 스물두 살의 노동자」, 그리고 「글과 생(生)」 이렇게 다섯 편이었다. 「그 시절, 몰랐었던」은 어머니의 사랑을 깨닫는 과정을 담고 있었다. 「선생님, 그리고 어른이 된다는 것」은 학생을 성적으로 희롱하는 교사를 소재로 성인의 세계에 대한 환멸을 말하고 있었다. 「천국에서 만나요」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탄압을 담고 있었다. 「열다섯, 열아홉, 스물두 살의 노동자」는 노동 경험을 통하여 노동자로서의 자의식의 깨어남을 담고 있었다. 「글과 생」은 자신의 글쓰기 경험을 바탕으로 인생이 글쓰기임을 말하고 있었다.
  모든 작품이 흥미로운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각각 소재에 대한 충분한 성찰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과 생」을 제외한 네 편의 작품은 문장력도 진부한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 「글과 생」은 글을 많이 써 본 솜씨가 돋보였다. 문장이 자연스럽고 적절한 비유를 잘 쓰고 있었다. 군데군데 보이는 잘못된 어법이나 오탈자는 성의 없이 글을 쓴다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글과 생」 역시 내용은 빈약했다. 글쓰기의 즐거움을 말하고 있지만 글쓰기 자체에 대해 상식을 넘어선 성찰을 보여주고 있지는 못했다.
  당선작이라고 할 만한 작품은 없었다. 이 중에 글쓰기의 연습이 가장 잘 되어 있다고 판단되는 「글과 생」을 가작으로 선정했다.

영상비평
영상시대와 비평정신  박명진 교수(국어국문학과)

영상 매체가 근대의 문자 매체의 역할을 많은 부분 대체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그 역사가 길다. 어쩌면 현대인들은 영상 매체의 구조 속에 완전히 포박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 만큼 영상 매체에 대한 진지하고 성찰적인 분석은 이 시대에 매우 긴요한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매체의 변동은 표현 기법의 변화라는 의미만을 가지지 않는다. 매체의 변동은 인간의 감각, 의식체계, 주체의식까지 변화시킨다.
  예선을 거쳐 올라온 작품은 모두 2편이었다. 두 편 모두 영상 매체를 대상으로 인간과 사회에 대한 성찰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였다. 「욕망과 탐욕의 경계」는 영화 <은교>에서 욕망과 탐욕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삶의 존재방식을 규명하고자 한 평론이다. 한편 「‘지니어스 게임’, 그 작은 사회의 증명」은 게임 텍스트를 통해 한국 사회의 현상을 고민하고 있다.
 「욕망과 탐욕의 경계」는 주요 등장인물들의 욕망과 탐욕의 양상을 고찰함으로써 삶과 죽음의 문제에 대한 본질적인 성찰을 시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텍스트로 삼고 있는 영화 미학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성찰이 없는 것은 다소 아쉬웠다. 「‘지니어스 게임’, 그 작은 사회의 증명」 은 게임 프로그램의 현상을 통해 한국 사회의 모순과 문제점을 짚어냄으로써 사회학적 상상력을 펼쳐보였다. 그러나 문체가 다소 건조하고 단순해서 개성적인 글쓰기를 보여주어야 하는 평론으로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긴 고민 끝에 「욕망과 탐욕의 경계」를 ‘가작’으로 선정하게 되었다. 응모한 두 명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두 편 다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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