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까지 시렵게 하는 겨울의 맹추위에 누구나 지독한 감기로 고생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가끔 우리는 몸의 감기가 아닌 마음의 감기에 걸리곤 한다. 마음의 감기는 사계절을 불문하고 면역력이 약해진 이들의 마음에 찾아가 횡포를 부린다.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 항상 같이 있어주지 못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외로웠던 동우 학생은 강박증이라는 마음의 병을 앓고 있었다. 
 
▲ 김선미 교수의 차분한 말투와 따뜻한 눈길에 정우학생은 그동안 숨겨두었던 이야기를 덤덤히 풀어낼 수 있었다
 
어릴 적 불안감이 과다수면으로 이어져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의미 없는 숫자나 사람 이름에 집착해
수면습관 개선 필요
 
인간이 태초부터 고독한 존재라고는 하지만 그것의 얼굴을 바로 마주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견디기 힘든 일이다. 이동우 학생(가명·경경대)에게 고독은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존재였다. 그는 이제 종이에 무언가를 끄적이지 않으면 불안하다. 그의 마음의 병은 강박증과 과다수면으로까지 이어져 그는 하루 10시간 이상을 꿈나라에서 보내고 있다. 상담하는 내내 종이에 낙서를 하고 있는 그는 김선미 교수(정신건강의학과)를 만나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낙서하지 않으면 초조해요.
“동우 학생은 강박증에 의한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을 겪고 있어요. 의미 없는 숫자나 사람의 이름에 집착하고 낙서를 하지 않으면 초조한 이유도 이 때문이에요. 스트레스 정도를 검사해 보니 스트레스에 취약한 편이었어요. 과민성 불안, 막연한 불편감, 만성적 기분부전과 우울감, 충동성을 느끼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그 중에서도 통제력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컸습니다.”
 
-강박증은 어떤 질병인가요.
“강박증이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특정한 생각, 장면이 떠올라 불안해지고 그 불안을 떨치기 위해 특정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병적 상태를 말해요. 꼼꼼하고 깔끔한 성향이 다른 사람에 비해 지나친 경우를 강박증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 정도로는 강박증이라고 부를 수 없어요.”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은 무엇인가요.
“강박증의 대표적인 증상이에요. 예를 들어 가스 밸브를 잠그고 돌아섰는데 가스 밸브를 제대로 잠그지 않았다는 생각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이 강박사고에요. 가스 밸브가 잘 잠기었는지를 확인하러 가는 행동을 강박행동이라 하고요. 두 가지 증상이 한번에 다 나타나는 것은 아니고 일부 환자는 강박사고만, 혹은 강박행동만을 보이기도 하죠.”
 
-검사결과에 우울증 소견이 나타나 놀랐어요.
“본인은 우울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우울증 증상을 보이고 있었어요. 강박증을 앓고 있는 한자들 대부분에게 우울증 소견이 확인되죠. 사실 강박증 치료약은 우울증 치료약과 별 다를 바가 없어요. 그래서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성격검사를 통해 우울증 여부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강박적인 성격과 강박증은 어떻게 다른가요.
“미세한 차이로 강박적인 성격과 강박증을 감별하는 것이 가능해요. 강박적인 성격은 대개 완벽주의, 지나친 정리정돈, 고집이 셈, 완고함 등의 특징을 보여요. 하지만 강박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이런 성향이 스스로를 괴롭힐 정도가 아니죠. 의도하는 일이 완벽하게 처리되고 물건이 잘 정리되었을 때 만족스러움을 느낄 뿐이에요.”  
 
-10시간 이상 잠을 자는 건 왜 그런 거죠.
“생물학적, 심리학적인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과다수면을 일으킨 것 같아요. 신체적으로 이상이 있거나 심리적으로 느낀 불안감을 수면을 통해 풀려고 했던 것일 수도 있죠.”
 
-정신적인 문제가 과다수면을 초래한 건가요.
“강박증 자체가 각성현상을 갖는 질병이지만 과도한 각성은 불안증을 유발시켜 환자가 얕은 잠을 자게 만들어요. 잠을 얕게 자면 피곤함을 느껴 수면시간을 더 필요로 하게 되죠. 또한 복용하고 있는 강박증 치료제가 수면 구조를 깨뜨려 과다수면을 초래하는 것일 수 있어요. 인간은 잠을 자는 동안 얕은 잠과 깊은 잠을 반복하는데 약물을 복용하면 수면 주기가 불균형해져 질이 떨어지는 잠을 자게 되는 것이죠.”
 
-잠을 많이 자도 피로감은 여전해요.
“다른 사람에 비해 잠을 많이 자는 것은 맞지만 동우 학생은 질이 떨어지는 수면을 취하고 있어서 그래요. 얕은 잠을 자는데다가 쉽게 잠에서 깨기 때문에 피로감은 계속 남고 수면 시간만 길어지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 거죠. 스트레스를 받으면 무조건 잠으로 풀려고 하는 습관을 고쳐야 해요.”
 
-집에 가면 침대에 바로 눕는 습관도 있어요.
“침대는 잠만 자는 곳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해요. 잠을 자야 하는 침대 위에서 다른 행동들을 하게 되면 침대에 누워도 잠이 오지 않거나 불규칙한 수면 습관이 만들어져요. 이는 수면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어요.” 
 
-강박증 치료방법을 알려주세요.
“강박증 치료는 약물치료와 행동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어요. 약물치료는 인내력을 가지고 장기간 임해야 하며 일반적으로 50~70% 정도의 호전 효과가 나타납니다. 행동치료는 환자가 두려워하는 상황, 사건, 자극에 직접적으로 노출시켜 강박행동을 하지 못하게 습관화시키는 것이 기본 원칙이에요. 스트레스, 성격적 요인이 원인인 강박증은 직접적 요인을 제거해 주면 증상이 호전될 수 있고 체질적 요인이 원인인 경우 치료기간이 다소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저도 약물치료와 행동치료를 받으면 병이 나을까요.
“동우 학생은 현재 치료 의지가 있고 치료도 꾸준히 받아 왔어요. 게다가 사회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심각한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현재 먹고 있는 렉사프로 약을 잘 먹으면 될 것 같네요. 그러니 약물치료와 면담 요법을 병행하여 적절한 수면을 이루기 위한 생활지침을 지켜보려고 노력하세요.”
 
-저는 왜 약물 치료를 받는 건가요.
“현재 동우 학생은 약물 복용 없이는 강박증 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에요. 약물치료를 통해 강박증상은 어느 정도 조절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소량의 수면제와 수면 유도제를 첨가하여 함께 복용해 봅시다. 또한 약물치료는 복용을 중단하면 쉽게 재발할 수 있으니 꾸준히 먹어보세요.”

-건강하지 못한 정신을 가진 대학생들이 많은 것 같아요.
“‘지금, 여기(Here and Now)’란 가치를 기반으로 생활할 것을 당부하고 싶어요. 어쩔 수 없는 과거의 일들만 반추하다보면 우울해지기 쉽고 불투명한 먼 미래만 생각하면 불안감을 느끼게 되니까요. 요즘 대학생들이 어릴 적 상처들을 정리하지 못한 채 과거에 붙들려 있거나,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며 막연한 두려움에 시달리는 것을 많이 봅니다. 시야를 지금, 여기로 돌려보세요. 오늘 당장 할 일, 이번 주말에 할 일, 곧 만날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실천에 옮기세요. 어느새 과거의 상처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구체화된 미래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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