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석의 N극과 S극처럼 겉보기에 완전히 다른 21살 동갑내기가 팀을 이뤘다. 달콤한 음악을  추구하는 멜로우 슬립의 정현씨는 찬영씨의 목소리를 생각하며 부드러운 멜로디를 만들고 가사를 붙인다. 찌는 여름날의 골방에서 두 남자가 만들어낸 사랑 노래를 듣기 위해 멜로우 슬립을 만나봤다.
 

 

 

 

만남부터 이별까지 보편적 사랑의 과정을

악기 본연의 소리로 달콤하게 담아내다

멜로우 슬립의 음악은 가볍다. 음악적인 가벼움이 아닌 청자에게 여유와 편안함을 주는 가벼움이다. 자칭 ‘비주얼 밴드’의 두 남자가 뿜어내는 독특한 에너지는 노래만큼이나 주위 사람들을 웃음 짓게 한다. 기타와 베이스 그리고 프로듀싱을 맡고 있는 김정현씨(21)와 보컬 박찬영씨(21)의 음악은 대중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대중성을 지향하지만 자신들만의 색깔을 더해 멜로우 슬립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정현씨와 찬영씨는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에서 서로를 처음 마주했다. “찬영이가 혼자 멀찍이 떨어져 있길래 ‘왜 혼자 떨어져 있지?’라고 생각했어요. 나이가 있어 보이길래 교수님이시냐고 장난을 치며 다가간 게 인연의 시작이었죠.” 이후 뒤풀이에서 찬영씨의 노래를 들은 정현씨는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매력을 느꼈다. 그렇게 정현씨는 학교 밴드부를 같이 할 것을 찬영씨에게 제안했고 이를 시작으로 둘의 음악도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됐다.
 
  하지만 찬영씨는 정현씨를 만나기 전까진 음악과 연관이 없던 평범한 학생이었다고 한다. “음악을 하기 전까지는 그냥 공부만 하던 학생이었어요. 딱히 하고 싶은 것 없이 남들 사는 대로 살았죠.” 그는 음악을 시작하고 난 후 처음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반대로 정현씨는 어릴 적부터 악기를 곁에 두고 자랐다. 밴드 음악을 하는 지금과는 달리 중학교 때까지는 리코더, 클라리넷 등 클래식 관악기를 주로 연주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영화 <라디오스타>에서 노브레인의 ‘넌 내게 반했어’를 듣고 새로운 소리에 매력을 느꼈다. “노래 시작 부분에 일렉기타의 강렬한 사운드가 등장해요. 그걸 듣고 ‘이게 무슨 악기지? 정말 멋있다.’라고 생각했죠. 평소 접하던 클래식 장르와는 완전히 다른 소리였으니까요.”
 
  정현씨는 그렇게 베이스를 손에 쥐었다. 음악적 경험을 쌓아가던 정현씨는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음악을 배우길 원했지만 그가 향한 곳은 예고가 아닌 외고였다. “그때 180만원짜리 베이스를 정말 갖고 싶었어요. 부모님께 갖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외고에 합격하면 사준다고 하셨죠. 그래서 강원외고에 들어갔어요. 제가 그렇게 안 보이지만 중학교 때까지는 공부를 꽤 했거든요. 물론 외고에 가서도 공부보다는 음악과 더 친하게 지냈지만요. (웃음)”
 
  다양한 음악을 접하던 정현씨는 수능을 1년여 앞두었을 때 음악을 하겠다고 다시 결심했다. “교회 부활절 행사에서 선물을 받았어요. 그 안에 ‘무슨 일을 할 때 가슴이 뛰는지를 봐라. 그 일이 너를 성공의 무대로 데려다 줄 것이다’라는 문구가 있었죠. 내가 언제 가장 즐거운지 생각해보니 그게 음악을 할 때였던 거예요.” 
 
  다양한 음악적 경험을 쌓던 정현씨는 작년 말, 멜로우 슬립이라는 팀을 결성했다. 물론 찬영씨와 함께였다. “정현이가 다른 건 다 잘하는데 노래를 못하더라고요.(웃음) 작년 말에 ‘너 음악해 볼 생각 없냐’며 어쿠스틱 팀 보컬을 맡아달라고 했어요.” 정현씨는 찬영씨의 목소리를 최대한 염두에 두고 곡을 작업한다. “저는 작곡을 배운 적이 없어서 제 느낌대로 곡을 만들어요. ‘이 코드 다음에는 이런 코드가 나오면 좋겠네’하는 식이죠. 이때 정현이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어울릴 법한 분위기를 곡에 담아내려고 해요.” 그는 부드럽고 따뜻한 음색을 지닌 찬영씨의 보컬을 최대한 살리면서 멜로우 슬립의 달콤한 음악적 색깔까지 그려나가고 있다. 
 
  멜로우 슬립의 첫 번째 앨범 ‘보편적 감성’의 어쿠스틱 음악은 다른 밴드의 어쿠스틱 음악과는 조금 다르다. “어쿠스틱 음악은 전자장치를 쓰지 않는 것을 의미해요. 그런데 요즘 어쿠스틱 밴드들은 사운드의 풍성함을 위해서 베이스나 일렉기타 같은 전자악기를 사용하고 있어요. 어쿠스틱에 전자악기와 컴퓨터 프로그램이 들어가니까 점점 식상하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깰 수 있는 걸 만들어보고자 했죠.” 멜로우 슬립은 어쿠스틱 본연의 모습을 살리기 위해 기타와 목소리만 담긴 다듬어지지 않은 소리를 음반에 실어냈다. 
 
  녹음 환경 또한 날 것 그대로였다. 정현씨의 자취방에서 기본적인 장비만으로 모든 곡을 녹음했기 때문이다. “장비에 한계가 있으니까 최대한 완벽하게 담아내려고 노력했어요. 한여름이었는데 소음을 줄여야 하니 더위와의 전쟁이었죠. 창문을 닫고 에어컨도 껐어요. 남자 둘이서 찌는 듯한 좁은 방에 갇혀 있는 것이 정말 힘들었죠. 괜히 예민해져서 별거 아닌 일 가지고 싸우기도 했고요. (웃음)”
 
  한여름의 사투 끝에 ‘보편적 감성’이라는 음반을 낸 후, 이들은 거리로 나섰다. 오리지널 어쿠스틱이란 색깔에 맞게 첫 공연에서는 마이크와 앰프가 없는 공연을 선보였다. 태양이 내리쬐던 땡볕 아래 관객들의 호응도 적던 열악한 공연이었지만 첫 공연이어서인지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찬영씨는 말한다.  
 
  오리지널 어쿠스틱을 시도했던 멜로우 슬립은 이제 일렉기타, 건반, 드럼 등의 풍성한 밴드 사운드를 더한 무대를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보편적 감성’에 수록된 곡들에 밴드 사운드를 추가해 관객들에게 더 풍성한 소리를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저희가 한 곳에 안주하는 것을 정말 싫어해서 끊임없이 변화하려고 해요. 앞으로도 밴드라는 큰 틀 안에서 다른 뮤지션들이 시도하지 않는 여러 도전을 하고 싶어요.”
 
 
 
이 주의 노래
 
그녀탐구생활 
 
  ♪♬♩♪
Yes I'm fallin' fallin' fallin' down, Falling down your mind
~♬♩♪♪
 
  특별하지도 이상하지도 않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사람들은 비슷한 감성을 느끼며 살아간다. 멜로우 슬립은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그 보편적인 감성 중 ‘사랑’을 곡에 담았다. 그런 곡들이 모인 첫 앨범 ‘보편적 감성’은 누구나 느껴봤을 사랑의 과정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앨범에 수록된 음악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길고 긴 사랑의 순간들이 느껴진다. 
 
  첫 번째 트랙 ‘그녀탐구생활’은 사귀기 전의 설레임을, ‘단잠’은 사랑의 순간을 담고 있다. 이어서 이별의 순간을 나타낸 ‘새벽흐림’과 이별 후의 여운을 말하는 ‘4월의 센티멘탈’로 사랑이 지나간 이후를 보여준다.
 
  사랑의 시작을 알리는 ‘그녀탐구생활’은 정현씨가 소개팅을 하던 당시의 생각으로 탄생한 노래다. 정현씨는 상대방에게 호감을 갖고 서서히 다가가는 마음을 노래로 표현해보려고 이 곡을 만들었다. 설렘을 표현하는 듯한 리드미컬한 기타 반주가 흐르고 그녀에게 자꾸만 빠져드는 마음을 나타낸 후렴구 ‘Falling down your mind’가 중독성 있게 울려 퍼진다. ‘보내놓고 계속 기다려 네가 열어볼까 내가 보낸 문자’라는 가사처럼 누구나 겪어 봤을 상황을 보여주며 보편적 감성을 더욱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현씨는 자신이 단지 사랑의 순간들을 제시해주고 있다고 말한다. 노래에 담긴 사랑의 순간들을 통해 듣는 이가 자신만의 경험을 떠올리고 추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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