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인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조인성은 색깔과 정리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강박증을 가진 장재열 역을 연기하였습니다. 색깔별로 나열된 수건들, 일렬로 나란히 놓인 휴지들의 모습을 통해 그의 강박증이 가장 특징적으로 묘사되었지요. 요즘 일상생활에서 ‘강박증’이라는 단어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정신의학에서 말하는 강박증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특정한 생각이나 장면이 떠올라 불안해지고 그 불안을 없애기 위해서 어떤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강박행동을 통해 불안은 일시적으로 감소하지만, 강박행동을 중지하면 다시 불안증세가 나타나므로 그 행동이 불합리한 줄 알면서도 반복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지요.
 
  2013년에 발표된 최신의 정신의학적 질환의 진단기준에서는 강박장애를 불안장애의 범주에서 분리시키기는 했지만 그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강박장애는 불안장애의 범주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불안을 증가시키는 강박사고와 불안을 감소시키는 강박행동은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가지기 때문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는 환자 중 10%가 강박장애 환자라는 일부 연구보고가 있을 정도로 강박증은 흔한 질환입니다. 하지만 이중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의 비율은 낮으며 발병 후 평균 7.5년이 경과된 후에야 치료를 받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아마도 정상 범위의 강박증상과 병적인 강박장애를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누구에게나 강박증상은 있을 수 있지만 그 정도가 심해서 일상, 학업, 직업 생활에 지장이 초래되면 병으로 진단하게 됩니다.
 
  강박장애는 사춘기에서 성인초기에 잘 나타나고 성인이 된 후에 처음 발병할 수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강박장애의 원인을 심리학적 요인에 근거하여 설명했지만 최근 생물학적 요인이 강박증의 발생과 연관성이 깊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었습니다. 생물학적인 원인으로는 대뇌에서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인 세로토닌의 수용체 기능의 변화 혹은 수용체 아형의 변화가 원인이라는 이론이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희망적인 것은 최근 질환에 대한 홍보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강박장애에 효과적인 약물치료가 이루어지면서, 발병 후 치료를 받기까지의 기간이 단축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강박장애의 약물치료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계열의 약물들이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는 원래 항우울제로 개발된 약물이며, 강박장애의 치료로 사용된 경우 우울증 치료에 비해 더 많은 양을 장기간 투여해야 합니다. 개인에 따라 약물 반응 및 부작용 발생에 차이가 있으며 인내를 가지고 약물 치료에 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증상이 소실되더라도 투약을 중단하면 재발하기 쉽기 때문에 장기투여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행동치료도 강박행동의 치료에 효과적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행동치료법은 “노출 및 반응방지” 입니다. 환자가 두려워하는 상황에 환자를 노출시키고 기존에 환자가 해오던 강박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기본적인 치료 원칙입니다. 스트레스를 경감시키거나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게 도와주는 심리적인 치료 및 가정환경의 변화 또한 중요하겠지요.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심각한 환자에게는 전기경련요법이나 대상회 절개술(특정 뇌 부위의 연결을 차단) 등의 정신외과수술 등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강박장애는 가능한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강박장애는 우울증이나 다른 불안장애에 비해 치료가 어려운 경향이 있지만 약물치료와 행동치료, 심리치료를 병행하면서 치료진을 믿는다면 증상이 호전될 수 있습니다. 적절한 치료 방법을 선택하고 다양한 치료법을 병행한다면 충분히 질환으로 인한 불편을 줄이고 극복이 가능합니다.
 
김선미 교수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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