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대 서울캠퍼스 동아리연합회(동연) 선거가 곽용준 전 선관위원장의 불공정 개입으로 인해 불명예스럽게 치러졌다. 공정한 선거가 치러질 수 있도록 관리하는 막중한 책임을 진 선관위원장이 특정 후보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뒷공작을 벌였다는 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충격적이다.

  공개된 카카오톡 대화방에는 특정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한 선관위원장의 은밀한 모의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공식 선전물 상의 허물이 없으므로 (그들의) 대화 내용에 거짓이 있다고 판단되면 이의신청을 해달라’는 요구는 해명이 어려울 만큼 명백한 선거조작이다. 전 선관위원장이 질의응답 중 내뱉은 답변조차 선거의 공정성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어 있는지 의심될 만큼 실망스럽다.

  선관위원장은 이념이나 성향, 기호를 앞세워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배척해선 안된다. 특정 후보를 ‘공공의 적’이라 명명하고 낙선시키고자 뒷공작을 펼치는 선관위원장이 관리한 선거를 어느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는가. 이를 선관위원장 개인의 탈선 행위라 규정하고 전체 선관위의 중립성과 공정성과 무관하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한 부도덕한 선관위원장의 경솔한 행동이 투표에 영향을 주었는가는 부차적인 문제다. 후보자의 자질과 신념을 기초로 대표자를 선출하고, 공정하게 선출된 대표자가 정책을 실행한다는 대의제는 신뢰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중앙대는 한 선관위원장의 패착으로 대의제가 설 땅을 잃었다. 이 사안이 선관위원장의 사퇴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선 안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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