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의 역할에는 연구와 교육, 그리고 봉사가 있다. 보통 교수들의 업적 평가를 할 때, 연구:교육:봉사의 비중이 60:30:10으로 되어 있다. 그만큼 대학 교수의 업무 중에서 연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교수의 역할 중 교육은 직접적인 효과가 즉각 나타나지만 지식의 창출로 인한 국가 발전이나 학교의 재정 등까지 고려해 보면 간접적인 효과는 연구 부문이 훨씬 크다. 참고로 미국의 스탠포드 대학이 2009년 한 해 연구 결과로 나온 특허로 벌어들인 수입이 6,510만 달러(약 750억)에 달하며, 미국 국가 경쟁력의 상당 부분이 연구 성과로부터 나온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대학이 연구를 중시하는 정책을 펴지 않으면 한계가 분명한 대학이 되고 만다. 이런 취지로 우리 대학은 교수들이 피로감을 느낄 정도로, 최근 몇 년 동안 거의 매년 연구 최저 기준을 강화해왔다. 그 결과로 올해 중앙일보 평가에서 우리 대학이 교수 연구 부문 TOP 5 안에 드는 성과를 이루어냈다.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대학에는 아직 연구 성과에 대한 존중 문화가 없다. 교수가 강의를 몇 시간 무단 휴강하면 큰 일로 생각하지만 몇 년 동안 연구 논문을 한 편도 쓰지 않는 교수에 대해서는 아주 관대한 편이다. 논문을 표절하면 처벌을 받는데도 아예 안 쓰는 분들은 괜찮다고 여기는 아이러니가 우리나라 대학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다. 교수 업적 중 연구 비중이 60%나 되는데도 말이다.
학교 행정을 맡은 교수들에게는 모두 고생 많이 한다고 격려하지만 연구 성과가 높은 교수들에게는 얼마나 힘드시냐고 위로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나는 대학에 있었던 20년 동안 연구도 하고, 교육도 하고, 행정직도 오래 했지만 단연코 가장 힘든 일은 연구였다. 행정은 공명정대하고 부지런하기만 하다면 누구나 다 비난 받지 않을 정도로는 일할 수 있고, 교육은 학생들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이 있다면 상당 부분 잘 해낼 수 있지만, 연구는 간단치가 않다. 많은 에너지와 자원을 투여해야 할 뿐만 아니라, 집중하기 위해 가족과 누리는 삶의 소소한 즐거움조차 포기해야 하고, 자기 분야의 방대하고도 최신의 지식을 섭렵하기 위해 세계를 향한 안테나를 24시간 가동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니 학교가 학장, 처장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연구 우수자를 위해 무엇을 해 줄 것인가를 중심으로 돌아가야만 세계적인 대학이 될 수 있는 희망이 있는 것이다. 
연구 업적이 가장 뛰어난 교수들이 선정되는‘Distinguished Scholar’에 올해 우리 대학에서 아홉 분이 선정되었다. 이사장님께서 초대해 주신 만찬에서 교무처장으로서 이 분들을 모두 모시고 식사할 시간을 가진 것이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었다. 이 분들을 비롯하여 밤늦게까지 연구실을 떠나지 못하고 논문을 쓰고 계시는 교수님들이 진정 나와 우리 대학의 가치를 높여 주는 분들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 잊어서는 안 된다.
이찬규 교수
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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