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아픈데 목관절에 이상이 있다고?” 23세인 김은정씨는 몇 주 전 두통이 있어 방문한 병원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난데없이 목관절에 이상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김 씨는 지난 수년간 한쪽 머리의 두통과 어지럼증, 안구 통증 등으로 고생해 왔고 최근에는 건망증까지 심해져서 고민이 많았다. 여러 병원을 다녀 보았고 긴장성두통, 신경성두통, 편두통, 심지어 우울증 등 다양한 진단 하에 갖은 치료를 다해 보았지만 좋아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아 그녀는 실망이 컸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목관절 이상이라니, 어이가 없었지만 한 번 더 속는 셈치고 치료를 받기로 했다. 그런데 지난 몇 년 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통증이 2-3일 약만 먹고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지금은 상쾌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지내고 있지만 아직도 목관절 이상이라는 진단을 그녀는 이해하기 어렵다.
   위 사례는 어찌 보면 병원 선전용으로 적합한 과장된 사례로 오해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실제 진료실에서 자주 겪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 환자의 정확한 진단명은 ‘경추성 두통’이다. 이 질환은 일반적으로 한쪽 후두부에서 두통이 시작하고 어지럼증이나 이명, 경부통, 어깨 통증, 팔저림 증상이 나타난다. 제2-3경추신경에서 유래하는 후두신경의 통증발생에 관여하며 한쪽 눈에 피로감, 통증이 나타나고 구역, 구토 등 위장관계 증상, 심한 경우는 기억력이 저하될 수 있다. 심지어 정신을 잃는 경우 등 중추신경계 증상도 동반될 수 있다. 드물게는 목이 비정상적으로 돌아가고 뒤틀어지는 사경증의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 질환을 앓고 있다. 외국의 한 연구에 의하면 두통을 가지고 있는 환자의 약 40%가 경추성 두통의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경부통이 있는 환자의 80%가 두통을 동반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중앙대병원 신경외과 통계에 의하면 내원하는 두통 환자의 약 10% 정도가 경추성 두통을 앓고 있을 정도로 유발율이 높은 질환이다.
  위에 기술된 다양한 증상과 함께 경추와 후두부에 특징적인 압통이 관찰되면 경추성 두통으로 판단할 수 있으나, 대개는 통증을 느끼는 부위를 마취하여 증상이 사라지는 것의 유무로 경추성 두통을 확진한다. 경추성 두통은 적절한 약을 투약하면 환자의 70~80%가 증상이 호전된다. 약물로 치료가 되지 않는 경우에 신경차단술이나 고주파신경열치료를 시행하게 되는데 1-2일 정도 단기간 입원으로 해결이 가능하므로 비교적 치료부담이 적다. 통증의 원인은 경추관절의 무리로 인하여 주변 신경이 자극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경추간판탈출증이 있는 경우에도 경추성 두통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바쁜 생활, 부족한 운동에서 비롯된 체력저하, 목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의 증가가 큰 원인으로 꼽힌다.
  치료는 수월한 편이나 피로누적과 근력저하의 원인이 남아있다면 재발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치료를 받은 환자들에게 반드시 주기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 등을 통해 체력을 증진시킬 것을 권고한다.
  경추성 두통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에는 첫째, 한쪽 머리, 특히 뒷머리에 두통이 있다. 둘째, 두통과 같은 쪽의 눈이 아프고 시력이 떨어진다. 셋째, 어지럼증 혹은 이명이 있다. 넷째, 두통이 있으면서 속이 울렁거린다. 다섯째, 기억력이 떨어지고 건망증이 있다. 여섯째, 목이나 어깨 통증이 있고 팔이나 손이 저린다. 이상의 경우 병원을 찾을 필요가 있다.
   무한 경쟁이 요구되는 현대 사회는 실적이 곧 개인의 능력이라는 미명하에 강인한 체력을 요구하고 있다. 개인들은 일뿐 아니라 체력 관리에도 이중으로 노력을 쏟아야 되하는 매우 피곤한 시절인 것만은 분명하다.

박승원 교수
중앙대병원 신경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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