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꼬리뼈가 진화의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한다. 하는 일도 없이 꼬리뼈가 왜 있을까 싶지만 꼬리뼈는 단순한 흔적기관이 아니다. 알고 보면 꼬리뼈는 여러 인대와 힘줄, 근육을 연결해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몸의 무게추다. 잦은 통증으로 장시간 한 곳에 계속 앉아 있을 수 없었다던 사다솔 학생은 오늘 진료로 꼬리뼈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달은 눈치다.
 
     
‘기초부터 튼튼하다’는 말은 원래 건설현장에서 쓰이던 용어다. 목수는 집을 짓기 전에 집의 기둥이 되는 나무를 가장 신중히 고른다. 허술하게 지어진 집이 금방 무너져 내리듯 인간의 몸도 척추라는 기둥이 부실하면 금세 병이 난다. 비가 오는 날이면 유독 심한 아픔을 호소하는 사다솔 학생(문헌정보학과 3)을 위해 박승원 교수(신경외과)가 청진기를 들었다.  
-저는 어떤 병에 걸린 건가요.
“다솔 학생은 요추부 염좌라는 질병을 앓고 있어요. 요추에 지속적으로 힘이 가해져서 인대와 근육이 늘어나거나 파열된 상태를 말하죠. 외상, 잘못된 자세, 무리한 작업 시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 임신 중 골반 관절의 일시적인 이완 등에 의해 나타날 수 있어요.”
-허리가 정확히 왜 아픈거죠.
“통증의 원인은 여러가지에요. 허리 아래쪽 척추인 후관절에 문제가 생겨 비롯되거나 인대의 이상으로 유발된 통증일 수도 있죠. 이와 별도로 다솔 학생은 허리 근육을 과도하게 사용했기 때문에 근육이 뭉쳐 통증이 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지난해 11월부터 종종 통증이 있었다고 했으니까 근육의 부담이 오랫동안 축적되어 요추부 염좌로 악화된 거죠.”
-요추부 염좌의 증상을 알려주세요.
“가장 먼저 허리에 오는 통증인 요통이 있어요. 그리고 나서 엉치, 다리, 허벅지 쪽으로 통증이 내려올 수도 있고요. 엉치는 허리뼈와 꼬리뼈 사이 구간을 가리켜요.”
-통증에도 종류가 있다던데요.
“근육과 관절 부위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연관통, 디스크나 척추 협착증과 같이 신경이 눌려서 나타나는 통증을 방사통이라고 해요. 다솔 학생은 허리를 제외한 다른 신체 부위에 통증을 느끼지 않으니까 단순 요통에 해당된다고 보면 되요. 또한 원인이 분명히 있는 통증을 외상성 통증이라고 하고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을 특발성 통증이라고 해요. 학생은 신경이 눌리거나 척추에 이상이 있어 생긴 통증이 아니라서 특발성 통증에 해당되겠네요.”
-제 척추는 정상인가요.
“엑스레이 검사 결과 큰 이상은 없었고 단순히 허리를 구부리고 펼 때 척추가 뻣뻣한 상태로 확인이 되었어요. 고관절을 구부리고 젖히는 것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는 것을 제외하면 큰 문제는 없어 보여요.”
-꼬리뼈도 아파요.
“정확히는 엉치 아래쪽이 아픈 걸 거예요. 앉아 있거나 쪼그려 앉아 있으면 허리에서 내려오는 근육들이 당겨지게 되는데 이 때 통증이 발생하죠. 척추 후관절은 압력을 많이 받고 운동을 많이 하는 부위이기 때문에 쉽게 통증을 느꼈을 겁니다.”
-불편한 신발을 자주 신는 것이 후관절에 무리를 주나요.
“바닥이 얇은 신발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굽이 높은 신발은 문제가 되요. 하이힐을 신고 나서 통증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종종 있어요. 몸의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게 되면 뒤꿈치가 올라가서 허리 근육이 긴장하게 되고 척추 후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이에요.”
     
▲ 엉치뼈는 척추의 기초부에 위치한 큰 삼각형의 뼈를 말한다.
-여성에게 요통이 잦은가요.
“요통 환자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아요. 척추의 퇴행성 변화는 성별을 가리지 않고 일어나지만 여성은 뼈의 근육과 인대가 약해 퇴행성 변화의 정도가 더 심해요. 주부들은 빨래와 집안일 등 일상생활에서 뼈에 무리를 줄 수 있는 일들을 지속적으로 하죠. 요통을 호소하며 내원하는 고령 여성 환자들의 뼈를 보면 상태가 아주 안 좋아요.”
-요통 환자가 많아지고 있나요.
“요통 환자들이 급증하는 추세에요. 주로 앉아서 생활하는 현대인들의 생활습관과 바쁜 일상으로 인한 운동부족이 주 원인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체중과 요통은 관련이 있나요.
“갑작스러운 체중감량도 요통을 유발시킬 수 있어요. 체중이 빠질 때 척추 주변의 근육도 함께 빠져버려 척추를 보호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죠. 척추 주변 근육이 없다면 척추는 쉽게 퇴행성 변화를 겪어요. 많은 요통 환자들에게 운동을 권장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에요.”
-시간이 지나면 병이 나을 줄 알았어요.
“대개 6개월에서 1년 정도면 통증이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도 많아요. 하지만 질병을 방치하는 동안 고생해야 하죠. 허리는 계속해서 운동을 하는 신체 기관이라서 방치하는 내내 척추에 무리가 갈 거예요. 한번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면 약을 먹거나 주사치료를 통해 통증의 뿌리를 뽑는 것이 좋아요.”
-요통을 유발하는 잘못된 자세가 있나요.
“좌식 생활은 허리의 적이에요. 다리를 꼬고 앉거나 쪼그려 앉는 자세가 척추 건강을 망치죠. 아시아계 사람들이 허리가 안 좋은 이유가 좌식 생활 때문이라는 논문이 보고될 정도입니다. 불가피하게 방바닥에 앉아야 한다면 방석을 사용하세요. 같은 자세로 오래 앉아 있지 말고 중간중간 1~2분 이상 걸어 허리의 근육을 풀어주세요.”
-요통은 어떻게 치료하는 거죠.
“요통으로 괴로워하는 환자들에게 주로 약물치료와 주사치료를 도입하고 있어요. 주사치료는 척추의 염증을 가라앉히고 예민해진 신경을 둔하게 만들어줘요. 또한 재발을 막기 위해서 환자들에게 운동을 열심히 하라고 권장하고 있어요. 다솔 학생에게는 근육을 발달시킬 수 있는 등산이나 계단 오르내리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추천해요. 매일 조금씩 운동하고 허리뼈에 자극을 줄 정도의 격한 운동은 자제하세요. 척추에 좋은 음식은 따로 없지만 과식은 절대 금물입니다. 약과 운동을 병행하기로 해요.”
-스트레칭도 도움이 되나요.
“허리의 관절은 서로 면이 닿아 있어 스트레칭을 과하게 하면 허리관절을 둘러 싸고 있는 껍질이 늘어나 통증을 일으킬 수 있어요. 과한 스트레칭보다는 본인이 아프지 않을 정도의 가벼운 스트레칭을 추천해요.”
-주로 책상에 앉아 있는 학생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공부는 되도록 의자에 앉아서 하고 방바닥에 앉게 되면 등을 벽에 기대고 하세요. 또한 다리를 꼬고 앉는 습관을 피해야 해요. 자세를 바꾸어 근육을 풀어주는 것도 좋고요. 운동은 집중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니까 다리 운동도 열심히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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