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라는 직업을 생각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릅니까?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특종을 제보받으면 만사를 제치고 취재에 뛰어드는 모습.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그런 모습이 떠오릅니다. 언젠가 제가 그 장면의 주인공이 되기를 늘 기대했죠. 

  얼마전 학수고대하던 그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노곤한 잠에 취해 있던 아침, 한 건의 제보가 날아왔죠. 제보의 내용은 이번 동아리연합회(동연) 선거에서 부정 개입이 이뤄졌고 이에 대해 이의제기 할 예정이니 취재를 요청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잠이 확 달아나더군요. 

  이후 사건의 전개는 여러분들이 중대신문, 중앙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인한 내용 그대로입니다. 기호1번 골드카드 선본과 기호3번 무한동력 선본은 지난 27일 선거관리위원장(선관위원장)의 선거개입을 규탄하는 이의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날 오후 6시 긴급동연 선거관리위원회의가 소집됐죠.

  회의 결과 해당 사건 관련자가 모두 소환되는 공개 청문회가 오는 3일 열리게 됐습니다. 선관위원장은 사퇴했죠. 하지만 동연 선거의 무효 선언과 재선거 실시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재선거에서 재투표 실시로 안건이 변경됐고 그마저도 찬성 3표, 반대 4표로 부결되고 말았죠.

  긴급회의에서 제기된 재투표 반대의 주된 논리는 현재 드러난 선관위원장의 선거 개입이 선거의 결과에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과연 이 사안이 선거에 영향력을 어느 정도 줬느냐를 계산해서 그 타당성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사안일까요?

  선관위는 선거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보장하는 단체로 그 권위를 갖습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그 단체의 장이 몸소 선거에 개입함으로써 선거의 근본적인 신뢰성과 당선자의 정통성의 근거를 심각하게 훼손했죠. 이 지점에서 선관위원장의 개입 내용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줬고 안줬고는 그리 중요치 않습니다. 개입했다는 사실이 중요하죠.

  재투표 안건의 의결을 이미 권위와 신뢰를 잃어버린 동연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맡긴 것 또한 이해할 수가 없는 부분입니다. 사안의 중대함을 고려할 때 동연 선관위보다 더 큰 대표성을 가질 수 있는 전체동아리대표자회의 등에 의결 권한을 위임했어야 옳습니다.

  추가적인 진상조사가 없다는 점도 통탄할 노릇입니다. 긴급회의에서 선관위원장의 발각된 내용 말고는 선거에 개입한 내용이 없다는 발언이 그대로 수용됐기 때문이죠. 우리는 순수한 건가요, 아님 귀찮은 건가요. 

  땅에 떨어진 동연의 신뢰성과 정통성이 중앙대 학생회의 그것에 악영향을 미칠까 걱정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재투표는 실시되어야 합니다. 불미스러운 일을 겪고도 쉬쉬하며 사건을 덮으면 그 상처는 곪아 결국 학생대표자를 믿지 않는 학생사회를 불러올지도 모릅니다. 학생사회의 자생력이 절실한 지금. 여러 학생대표자, 학생대표단체들의 결단을 기대합니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