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정이 아닌 사랑이 고프다

연정을 품었던 여인에게 난도질 당한 마음의 상처 

 

   사람들은 대학생활에 대한 환상을 갖는다. 그중 마음이 맞는 사람과 달콤한 사랑을 나누는 것은 대학생활에 빠질 수 없는 로망이다. 모든 이들이 자신의 짝을 만나면 좋으련만, 대학교에 입학한 두 새내기가 마주했던 현실은 차디찼다. 도서관 앞 벤치에서 실연의 아픔을 삭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어떤 일로 도서관을 찾았나.
A 친구와 공부나 하러 왔어요. 요즘 남는 시간은 많은데 이 시간을 함께할 사람이 없네요.
-외로움을 타는 것 같다.
A 그럴지도 모르죠.(웃음) 한 학기 동안 PC방도 열심히 다녔고 이제는 자취방에서 빈둥거리는 것도 지겨워요. 여자친구가 절실합니다.
-마음에 드는 이성은 없는지.
A 운명의 상대를 찾았다고 생각했었어요. ‘한 소심’하는 제 성격상 많이 망설였죠. 이제야 적극적으로 다가가겠다고 결심했는데 이미 그녀는 다른 남자와 썸을 타고 있었어요. 버스커버스커의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노래를 아시나요? 제가 타이밍을 놓쳤나 봐요.
-남자가 생긴 건가.
A 동아리에서 정분이 났대요. 소문을 듣기는 했지만 아닐 거라 믿고 싶었어요. 오늘 친한 선배와 밥을 먹다가 결국 사실임을 알게 됐네요. 그 동아리를 해체시키고 싶은 심정이에요.
-공부에 집중은 잘 되던가.
A 공부를 하며 마음을 수련하려고 도서관에 온 거예요. 그녀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리기 위해 전공 서적을 30장이나 읽었어요. 원래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PC방에 갈 생각이었지만 현실과 마주한 뒤 정신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언제 그녀에게 빠진 건가.
A 신입생 환영회에서 저보다 한 학번 위인 그녀를 처음 만났습니다. 첫 눈에 반했죠. 아름다운 외모와 고운 마음씨가 돋보이는 사람이에요. 친한 동기가 제 마음을 알고 반강제로 자리를 잡아주면서 그녀와 급속도로 가까워졌어요. 그녀와 사귀게 되면 동기에게 밥 한 끼 사줄라 그랬는데 밥은 무슨. 소주병으로 내리쳐야겠어요.
-그녀는 당신이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A 따로 말도 안했는데 전 국민이 다 알고 있었어요. 제가 티를 너무 많이 냈나 봐요.
-옆에 있는 친구는 여자친구가 있나.
B 한때 좋아했던 동기하고 잘 안 됐어요. 알고 보니 그녀에겐 짝이 있더라고요. 예전에 유학을 갔을 때 만나던 사람이 있다고 들었어요. 비싼 외제차를 몰고 미국 명문대에 다니는 남자래요. 솔직히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시골에서 상경한 저와는 비교가 안 되는 것 같아서요.
-좋아한 지는 얼마나 됐나.
B 지난 4월 동기들과 술을 마시다가 순간 그녀가 눈에 띄었어요. 원래 이렇게 예뻤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제가 봤을 때는 여자 동기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같아요.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여성이에요.
A 아닌데…. 얘가 좋아하던 여자가 과탑이긴 해도 미모는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어요.
-그녀와 어긋나게 된 사연은.
B 친구들이 이상한 분위기를 조성해서 그녀가 철벽을 치기 시작했어요. 제가 좋아한다는 사실을 눈치 챈 거죠. 여름방학에 용기를 내서 보낸 카톡에 처음엔 친절하게 답장을 해주더니 점점 상투적으로 답을 하더라고요. 저를 귀찮아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친구들이 상황을 망친 건 아닌가.
B 괜한 짓을 해서 자꾸 어색한 분위기로 몰아가는 동기들이 있어요. 얘도 그 패거리 중 하나에요.
A 무슨 말을 그렇게 해.(웃음) 저는 도와주려고 했던 거 뿐이에요.
-우정이 상당히 돈독한 친구들 같다.
B 학교에서 같이 다니는 친구들이 일곱명 있어요. 한명 빼고는 다들 여자친구가 없어요. 상처만 가득한 놈들끼리 몰려다녀요.
A 최근 한 친구가 헤어진 여자친구와 재결합을 했어요. 오늘 그 녀석이 페이스북에 올라온 귀여운 고양이 동영상에 “내 여자친구가 더 귀엽다”고 댓글을 달았더라고요. 너무 오글거려서 친구에게 당장 전화할 뻔 했어요. 부럽기도 하고 예쁘게 사귀는 걸 보니 질투가 났나 봐요. 결국 오늘 만나서 그 못된 팔을 세게 후려쳤습니다.
-그녀를 향한 마음을 접을 생각인지.
B 이제는 그녀와 마주쳐도 잘 인사하지 않아요. 도리어 함께 있는 자리를 피하죠. 그녀에 대한 마음이 많이 식은 상태에요.
A 그녀에게 남자가 생겼다는 말을 들은 뒤 아직 학교에서 만난 적이 없어요. 많이 씁쓸하겠지만 혹시 마주친다면 밝게 인사하려고요. 마음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아요. 사람 마음은 종이접기처럼 간단하게 접히지 않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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