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는 상황을 만든다

 
대표자들은 서로 얽히기 마련
중립 지키기 힘든 구조다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엄정 중립, 공정 관리의 자세를 견지해야 하는 의무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관위가 이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죠. 지난주 벌어진 서울캠 동아리연합회(동연)사태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선관위원장은 1번 선본과 더불어 올해 동연 부회장으로 함께 일했던 김창일 정후보가 속한 2번 선본을 독려하며 선거에 개입 하게 됐습니다. 더불어 본인이 추구하는 바와 상이하다고 판단되는 3번 선본을 깎아 내리도록 지시했죠.
 
  그렇다면 선관위가 꾸려지는 구조를 봅시다. 학생사회에서의 선관위는 당해의 학생대표자들로 이뤄집니다. 학생사회의 범위는 작고 그 안에서 학생대표자들의 관계는 얽혀있기 마련이죠. 동연 선거에서처럼 학생대표자로서 관계를 맺었던 사람이 후보로 나오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이러한 구조와 상황에서 관계를 무시하고 중립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타대의 상황을 찾아봅시다. 지난달 5일에는 고려대 47대 총학생회장이 자퇴했는데요. 지난해 선거 당시 46대 총학생회장이 선관위원장을 맡으며 친한 후배를 돕기 위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뒤늦은 내부 고발이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제작년 부산외대 총학생회의 투표함 바꿔치기 사건도 선관위와 이해관계가 높은 선본을 당선시키기 위해 선관위원장이 주도한 것이었죠.
 
  선관위가 중립의 위치를 잃는 것은 오래전부터 타대에서도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된 바 있습니다. 당해의 학생대표자들이 다음해의 학생대표자의 선거를 관리하는 것은 비리를 생산해낼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보입니다. 
 
의지와 책임감을 저버리지 말라
 
특정 개인의 돌발적 행동일 뿐
다른 선거는 문제없이 치러져
 
  지난주 있었던 제30대 서울캠 동연 선거에서 불미스러운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동연 선관위원장이 선거에 개입했기 때문인데요. 선관위원장은 특정 선본에 공식적인 제재를 가하기 위한 정보수집과 특정 선본에 대한 비방을 독려했습니다. 
 
  혹자는 이를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할 것 같습니다. 현재 학생사회에서 선관위는 바로 당해에 학생대표자를 맡았던 사람들로 구성되고 있죠. 학생사회가 좁은 만큼 선관위가 후보들과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선관위가 정치적인 이해관계로 얽혀 중립을 지키기 어렵다는 지적은 일견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아무런 문제없이 진행된 다른 무수히 많은 선거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당장 이번 중앙대 선거만 해도 동연 선거를 제외하면 총학생회, 단대 선거 등 모든 선거가 정상적으로 진행됐습니다. 다른 선거에는 구조가 작용하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총학생회나 단대 선거를 담당한 선관위는 구조로부터 자유로운 특별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일까요.
 
  선관위는 기본적으로 선거에 엄숙하고 공정하게 임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습니다. 또한 당해의 학생대표자들을 선관위로 구성하는 건 이들이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할 것이라는 신뢰를 전제하죠. 대부분의 선관위가 이 역할을 정상적으로 숙지·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동연 사건은 이러한 신뢰를 무너뜨린 선관위원장의 무책임함과 안일함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 같네요.
 
  선관위 개개인이 의지와 책임감을 갖는다면 자연스럽게 선거개입 문제는 사라질 것 같습니다. 구조의 문제라기보다는 개인의 도덕적 자질의 문제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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