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 고민하는 청춘들을 만났다. 창업을 하고 싶지만 현실적인 제약으로 취업이라는 길로 우회하는 남자, 남녀 간의 미묘한 감정선을 읽기 위해 분투하는 두 여자. 추운 날씨에도 머리를 식히지 못해 밖으로 나와야만 했던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봤다.

 

 

창업을 꿈꾸는 아이디어 뱅크
취업으로 잠시 우회하다

PM09:30
  도전하는 청춘이라는 키워드에 딱 맞는 사람이 있다. 오래전부터 창업을 꿈꾸던 그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각종 대회에 도전했다. 성공과 실패들, 때로는 현실의 압박 속에서 방향은 바꿔왔지만 목표는 한결같았다. 스마트한 외모의 소유자인 그는 서울캠 중앙도서관 앞 벤치에 앉아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공부하다 쉬러 나왔나.
“도서관에서 취업 공부를 하고 있었다. 바람이 시원해 쐬러 나왔다.”
-지금 4학년인가.
“4학년인데 나이가 꽤 많은 편이다. 지금 28살이다.”
-휴학을 많이 한 건지.
“이것저것 많이 시도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재수에 삼수도 했고 입학한 후에는 CPA도 2년간 준비했다. CPA를 준비하는 중간중간 창업에도 시간을 많이 투자했다.”
-창업을 했다고.
“평소 IT에 관심이 많아 모바일 앱을 개발했다. 손에 땀이 많이 나는 다한증 환자의 치료를 돕는 앱이다. 다한증을 겪는 사람들은 많은 편인데 의외로 치료 방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더라. 환자의 증상에 맞게 병원을 1:1로 매칭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다한증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나.
“내가 다한증 환자다.(웃음) 증상이 심해서 항상 손에 땀이 차있고 축축하다. 다한증은 완치가 안 되는 병이다 보니 병원 치료 외에도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게 됐다.”
-시장성이 있다고 보는지.
“앱을 개발하기 전에 시장 조사 겸 블로그를 만들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만들었던 블로그에서 고민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생각보다 많이 접하게 됐다. 다른 사람과 손을 잡을 때나 악수할 때 신경이 쓰인다고들 하더라.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어떤 노력을 했나.
“공부부터 했다. 다한증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 정보를 얻고 관련 논문도 찾아 정보를 수집했다. 한 번은 약국에서 다한증 약을 구입한 뒤 직접 성분 분석을 해봤다. 수분을 빨아들이는 염화알루미늄을 알콜과 섞어 바르면 효과가 있더라. 원리만 알면 간단하다.”
-앱에 대한 반응이 궁금하다.
“아이디어는 괜찮았다고 본다. 서울시에서 주최한 창업대회 1차에도 합격했다. 2차는 면접이었는데 2:1의 경쟁률을 넘지 못하고 아쉽게 떨어져버렸다.”
-다른 창업대회에는 나가지 않았는지.
“창업대회에선 탈락했지만 계속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차에 교내에서 또 창업대회가 열린다고 해서 지원을 했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빛을 발했다.”
-어떤 아이템인가.
“거치대를 달아 어디에서든 고정해 놓고 운동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전거다. 자전거에 조향장치와 스마트 기기를 연동해 네트워크 경주 게임이 가능하도록 했다. 뒷바퀴에 달아놓은 유압실린더로 자전거 경사도 조정할 수 있다. 이 아이템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복덩이 자전거다.
“상금도 받았으니 맞는 말이다. 연이어 서울시가 주최한 또 다른 창업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올해 11월에 왕중왕전을 연다고 하니 또 자전거를 출품할 예정이다.”
-원래 창업에 관심이 많았는지.
“처음에는 창업보다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다. 엄밀하게 말하면 게임이지만.(웃음) 게임을 하다가 컴퓨터 조립도 하게 됐고 자연스레 IT 분야에 관심이 생겼다. 대학에 입학할 때는 막연히 나만의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이렇게 생각만 하다가 창업대회에 나가봤는데 생각보다 나와 잘 맞아서 즐거웠다.”
-창업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나.
“창업에 대한 소질이 다분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있는 것 같지도 않고. 그냥 떠오르는 생각을 평소 메모해두는 편이다. 일상생활에서 책을 읽거나 TV를 보다가 창업 아이템이 생각나면 바로 적어둔다.”
-창업의 묘미가 있다면.
“나만의 일을 한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누구를 위해 일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주체적으로 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물론 힘든 부분도 있다. 심적 부담도 홀로 져야 하고 안정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내가 시작한 일이니까 끝까지 도전해보자는 적극성이 생긴다.”
-아까 CPA를 준비했다고도 했는데.
“안정적이고 사회적으로도 인정받는 자격증이라 준비한 적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창업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사실 창업 아이템을 구상하는 과정은 참 막연하다. 일상에서 수박 겉핥기식으로 발굴해낸 아이템은 비전문적이라는 한계도 있다. 회계사가 된다면 다양한 기업과 일을 하면서 전문적인 식견을 넓힐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창업이 목표라는 것인지.
“회계사가 돼서 창업을 위한 기초 자본을 마련하고자 했다. 하지만 2년을 공부했지만 시험에 합격을 못해서 지금은 일반 기업으로 눈을 돌렸다.”
-창업이 스펙으로도 작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기업 분위기가 변수다. 그래서 기업문화가 유연한 IT기업에 입사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분야도 IT와 연관되니 해볼 만하다고 본다. 서류전형에 창업 경력자를 우대하기도 하더라.”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조금은 돌아가는 건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은 창업이다. 하지만 일단 현실적으로 취업을 해야 하지 않겠나. 창업을 위한 일종의 교두보가 필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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