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풍의 음악을 떠올려 보게 되는 이름 프렌치 노트(French Knot). 이는 두 줄로 꼬아 고리모양을 만드는 프랑스식 매듭을 뜻하는 말이다. 프렌치 노트의 두 사람은 두 개의 울림을 어우르며 고리의 모양처럼 둥글게 퍼지는 노래를 부른다. 두 목소리가 짓는 매듭이 제작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두 사람을 만나보았다. 

▲ 아이같은 미소를 가진 프렌치 노트의 오은영씨와 김은정씨. 사진 박가현 기자

 

음표(Note)들을    
두 갈래로 엮어    
하나의 곡으로
매듭(Knot)짓다

 

  떠올리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추억이 있는가 하면, 마음 한 켠이 쓸쓸해지는 기억도 있다. 어느 경우든 시간이 흐른 뒤 돌이켜 보았을 때 아련한 감정이 드는 것은 마찬가지다. 프렌치노트는 한때 아름다웠던 감정을 다시 돌아보며 듣는 이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보컬 오은영씨(26), 보컬과 건반을 담당하는 김은정(26)가 그런 음악을 만드는 중이다.


  대구에서 함께 대학 시절을 보낸 두 사람은 그 인연을 지금까지 이어왔다. 그래서 둘 사이도 동료라기보다는 가까운 친구처럼 보인다. 작년에 대학원 진학을 위해 함께 상경한 뒤로는 두 사람의 관계에 ‘룸메이트’라는 단어도 추가됐다.


  두 사람은 대학원에 다니면서까지 계속 음악을 배우고 있는데도 때때로 가수가 아닌 삶을 상상해보곤 한다. “저는 옷 사는 것을 굉장히 좋아해요. 그래서 옷가게를 열면 어떨까 생각한 적도 있죠.(웃음)”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다는 은정씨에 이어 은영씨도 규칙적인 일상을 한번 경험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평범한 회사원들처럼 매일 시간에 맞춰 출퇴근하고 주말에는 쉬는 일정이 때때로 부럽다고 말이다.


  나름의 일탈을 떠올려보기도 하지만 그들은 이미 음악에 푹 빠져버린 인디밴드다. 프렌치 노트에서 작사를 책임지고 있는 은영씨는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도 작사에 도움될 만한 대사를 기억해 둔다. 그녀의 경험을 자연스레 가사에 녹이기도 하는데, 그 주제는 대부분 사랑하는 사람과의 추억이나 이별이다. 사랑의 감정에서 깊은 인상을 받는다는 그녀는 현재의 인연도,  지나간 연인과의 추억도 곱씹어본다.
 

  보통은 작곡을 마친 후 노래에 가사를 입히지만 프렌치 노트는 그 순서를 바꿨다. 은영씨가 가사를 지으면 은정씨가 가사의 음절에 맞춰 멜로디를 구성하는 것이다. 가사의 이야기에 감정을 이입하다 보면 그와 어울리는 멜로디도 더 잘 떠오른다는 이유에서다. 노래 전반에서 감정을 담아 말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그 덕분이다.


  프렌치 노트의 노래는 은정씨가 건반을 치며 만들어보는 화음 중에서 좋은 소리를 골라가며 완성된다. 은정씨가 화음을 배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부분 한 시간 남짓. 길어야 하루를 넘지 않는다. 유난히 빠른 작곡 속도 덕분에 곡을 쓸 때 받는 스트레스도 크지 않은 편이다. “작곡할 때는 최대한 간단하게 생각해요. 그냥 음에 어울리는 화음을 쌓는 거예요. 곡을 어떻게 진행할지 처음부터 끝까지 계획을 짜놓지는 않죠.”


  은정씨는 중학교 때까지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하려고 했었다. 그러다 노래를 부르는 것에도 흥미가 생기면서 진로를 바꿔 인디밴드의 보컬이 됐다. 그럼에도 피아노는 여전히 그녀의 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노래를 부르며 피아노를 치는 것은 물론 음을 듣고 배열하는 데 능숙해 작곡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프렌치 노트의 음악도 늘 피아노와 함께한다. “대부분의 인디밴드가 반주를 기타로 해요. 피아노 위주로 반주하는 밴드가 거의 없어서 저희만의 개성이 되기도 했죠. 피아노는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가 다양해 저희의 감성을 잘 전달할 수도 있고요.” 잔잔한 두 보컬의 음색은 피아노 소리와 만나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프렌치 노트의 모든 곡에서는 앞부분에 등장한 각자의 음색이 후렴구에서 서로 다른 소리를 내며 만난다. “노래를 한 명이 부를 수도 있지만 두 명이 동시에 다른 음을 내는 것도 매력적이에요. 울림이 더 풍부해지니까요.” 은영씨는 높은 목소리, 은정씨는 중저음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기에 음역대에 맞춰 화음을 구성하기도 수월하다. 


  두 개의 목소리가 만나 완성되는 그들의 노래는 슬픈 분위기일 때가 더 많다. “처음에는 분위기가 처질 것을 고려해 일부러 밝은 곡 위주로 썼어요. 그런데 밝은 노래를 부르면 보는 사람들은 괜찮은데 저희는 괜히 어색하더라고요. 저희에게는 슬픈 분위기가 더 와 닿는 것 같아요.” 무대에서 슬픈 노래에 빠져든 관객의 눈망울을 볼 때면 뿌듯해진다고 그녀들은 말한다.


  늘 여유롭고 밝아 보이는 그들에게도 고민은 있다. 결성한 지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미래에 대한 걱정을 안고 있는 것이다. “저희 나잇대의 인디밴드라면 누구나 할 수밖에 없는 고민이 있어요. 인디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평균 연령대가 20~30대 초반이거든요. 그 나이를 지나가면 설 자리가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지만 두 사람은 이 상황을 비관적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관객들에게 선보일 시간이 짧다면 그 짧은 기간 안에 다양한 활동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제 유명해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차차 음원 차트의 순위권도 욕심내볼 생각이다.


  프렌치 노트(French Knot)라는 매듭을 좀 더 촘촘히 엮어 그들만의 개성을 관객들에게 전하는 것이 프렌치 노트의 바람이다. “가끔 닮고 싶은 가수를 묻거나 어떤 팀이랑 비슷한 느낌이라는 얘기를 들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하고 싶은 음악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뿐이에요. 음악에서 우리 둘만의 스타일을 보여주길 원하죠.”

이 주의 노래

흘러간 시간, 지나온 날들

▲ 시간이 약이라는 말 그래 그래 그렇더라

 

 

 ‘흘러간 시간, 지나온 날들’은 은정씨와 은영씨가 프렌치노트로 데뷔하면서 처음으로 함께 만든 곡이다. 두 사람은 이 곡에 특히나 애착이 크다. 그들이 표현해낸 듀엣의 매력과 잔잔한 감성이 가장 잘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후 곡을 쓸 때 하나의 기준이 된 음악이기도 하다.


  이 노래는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하며 시작된다. 곡 전체의 가사는 지나간 인연에 대한 미련이 옅어졌음을 드러낸다. 사랑하던 사람과 막 헤어졌을 때에는 과거를 후회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처도 좋은 추억으로 남은 것이다. 한 때는 밉기만 했지만 이제 하나의 이야기로 남은 과거의 인연에 대해 은영씨는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영원히 현재형일 것 같았던 일들이 과거가 되어 씁쓸하기도 했다.


  그 감정들이 곳곳에 담긴 이 곡은 2절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대신 후렴구를 길게 늘이고 곡의 마지막에 1절을 다시 배치했다. 후렴구 중간에는 멜로디가 살짝 변형된 허밍이 등장해 곡이 조금 더 특별해졌다. 원래는 피아노 연주가 들어갈 자리였지만 허밍이 감정을 더 잘 전달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허밍이 끝난 뒤 다시 등장하는 후렴구도 더 애잔하게 들린다. 긴 호흡으로 부르는 허밍에는 아쉬움과 씁쓸함, 이제는 고맙게 느껴지는 추억들까지 모두 담겨 있다. 곡이 마무리되면 프렌치노트의 이야기가 청중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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